한국과 중국 간에 '침술(鍼術) 원조 논쟁'이 벌어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침의 전쟁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03년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 의 전통의학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361개 침구 경혈(經穴)의 위치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지난해 국제표준서를 발간한 데서 비롯됐다.
동양의학은 각 장기(臟器)의 기능과 인체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경락(經絡)'을 따라 흐르는 '기(氣)'의 흐름으로 파악한다.
경혈은 흐르던 기가 고이기 쉬운 곳이며 침을 놓거나 뜸을 뜨는 자리다.
침술을 다루는 한·중·일 동양 3국 의학계는 각각 경혈의 위치를 다르게 파악하고 서로 다른 명칭을 써왔다.
이에 한·중·일 3국의 전문가들은 WHO 요청에 따라 중국 고대 문헌을 참조해가며 각국의 경혈 위치를 비교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경혈 361곳 가운데 94곳(4분의 1)의 위치가 서로 다른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일하기 위해 WHO가 나서 국제표준을 정하기로 하면서, 3국은 11차례 회의를 통해 표준안을 마련해 지난해 발표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18일 'WHO 침구 경혈부위 국제 표준서 출판회' 자리에서 "WHO가 공인한 361개 경혈 위치 가운데 99%에 가까운 357개가 우리 한의학의 혈(穴)자리를 따른 것"이라며 "한의학의 안전성과 신뢰도가 국제적으로 평가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중국이 발끈하고 나왔다. 중국 관영신화통신은 4일 황룽샹(黃龍祥) 중국 중의과학원 침구연구소 부소장의 말을 인용, "361개의 표준 혈자리는 거의 100%가 중국 표준에 따른 것"이라며 "359개가 현행 중국 표준 혈자리와 똑같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또 "최근 세계보건기구가 한국을 견책했으며, 사적인 채널을 통해 중국측에 유감의 뜻을 표시해 왔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의사협회는 한의학의 우수성이 입증됐다는 식의 표현은 과장됐음을 인정했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중국 역시 중의학 기준이 표준안으로 채택됐다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했고, 이에 자극받았기 때문에 한 일"이라며 "실제 표준안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분명 중국 문헌에 따른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우리의 해부학적 기준이 근거가 됐다"고 주장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6-11 10: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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