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능의학학회 최낙원 회장 “현대 의학과 한의학의 패러다임 한계 메운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이 있다.
서양 의학은 환자 100명에 같은 진단명, 한의학은 한의사마다 환자 1명의 진단을 다르게 내린다는 것.
현대 의학은 암 같은 신체내의 구조적인 문제를 일으킨 경우, 여러 수술방법으로 우수한 치료 효과를 거두는데다 응급 질환에선 증상을 빠르게 억제할 수 있는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신종 플루 같은 무서운 세균 감염이 창궐했을 땐 뛰어난 항생제를 개발, 인명피해를 대량 막았다. 하지만 현대의학도 한계를 드러내곤 한다”
대한기능의학학회 최낙원 회장 겸 세계신경외과학술대회 부회장(대한신경외괴학회장/대한통합의학회 학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패러다임 한계’를 이같이 정리하며 “이를 메꿀 미래의학으로 기능의학이 탄생하게 된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이런 최 회장의 주장이 관심을 끈 이유는 그가 신경외과전문의와 한의사란 특이한 이력을 가진데다 새로운 기능의학이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패러다임 한계를 메워 갈수 있다는 미래의학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의학의 경우 단순한 질병만 바라보는 시각 때문에 만성 퇴행성 질환이나 스트레스 관련한 다양한 기능성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이에 대한 원인 규명이나 치료가 명확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계로 잡았다.
최 회장은 몇 가지 일예를 사례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첫째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 원인을 알려주지 못하고는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약을 줄 뿐이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한국의 현재 의료보험 체제하에서 진료를 3~5분하면서 환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상담해주고 의사가 교정해주는 지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들었다.
셋째는 처방한 약의 효과가 환자마다 차이가 나는데다 부작용이 달라 가끔 까다롭고 어려운 환자를 만나게 되면 계속 약을 바꾸면서 상태를 보거나, 여러 약을 동시에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투약한 약의 치료 효과가 나오기 전에, 부작용이 먼저 생겨 항의라도 하는 환자가 있으면, 이러한 현실에 의사도 화가 난다는 것을 현대의학의 한계로 봤다.
여기에 치료를 위해 첨단 진단 또는 치료기기를 사용하거나 고가의 약을 처방하게 되면 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 의사로서도 곤혹스럽다는 이유를 댔다.
그는 이러한 진료비 상승의 근거로 보험연구원이 조사한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제도의 한계와 시사점 보고서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를 살펴보면 최근 10년 동안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 의료비 증가율은 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3%의 두 배를 넘었다.
또 GDP 대비 국민의료비가 2015년엔 OECD평균을 넘어선 뒤 2024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건강 연대의 전망치를 근거로 내놨다.
최 회장은 “추계한 결과 올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민의료비는 9.21%로 2007년 8.9%인 OECD국가 평균수준을 넘게 되며 2015년엔 10.20%로 OECD국가 평균인 11.54%보다 4.54% 높아져 국민 1인당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료를 지출하는 나라가 돼 결국 국민의 삶의 질이 저하됨으로써 많은 불행과 손실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늘어나는 의료비의 지출을 억제하면서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바로 미래 의학, 기능의학이 탄생하게 된 이유”라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의료비 지출 억제·의료의 질 향상’
새 미래 의학 ‘기능의학 탄생’
그가 바라보는 미래 의학 기능의학은 기존의 의학과 어떻게 다를까(?)
최 회장은 “기존의 현대 의학이 건강을 건강과 질환의 두 가지 관점에서만 파악했다면 기능의학에선 건강, 기능적 이상(부 건강), 구조적 이상(질환)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인체는 어떤 공격인자가 나타나도 방어할 수 있는 나름의 자연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 이 공격을 방어하는 자연 치유력(항상성)이 무너지면 불가역적인 질병의 상태로 진행한다”고 말한다.
체내의 자연 치유력이 갖가지 원인으로 뚫리게 질병이 발생하는 뜻이다.
다시 말 해 기능의학의 범위가 건강, 기능적 이상(부 건강), 구조적 이상(질환)이라는 의미도 된다.
최 회장은 “WHO가 정의를 내린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삶을 실천하고 사는 사람은 아주 일부다. 대부분은 만성 스트레스와 걱정, 불안, 운동 부족 등으로 우리의 몸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불 건강, 미병’의 상태에 있으며 이 시기엔 본래의 생화학적 기능이 느려져, 소화나, 호르몬 분비가 안 된다거나 하는 ‘기능적 이상’이 나타난다”면서 “기능의학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다. 가끔씩 길을 못 찾아 헤매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생화학적인 과정을 바로 잡으려는 의학”이라고 밝혔다.
기능의학은 이미 잘못 설계된 질환의 증상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긴 근본의 원인과 기전(메커니즘)을 찾아 돌려놓는 의학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물이 넘칠 때 바닥만 닦는 게 아니고, 수도꼭지를 아예 잠그는 것이 기능의학”이라며 자신의 경우를 예를 들었다.
“만성 피로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전과 달리 굉장히 피곤하고, 일에 집중이 안 되는데다 컴퓨터 화면에 깜박이는 커서만 계속 바라보게 될 뿐 도무지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일이 잘 되지 않아 기분도 우울해졌다. 스트레스로 밤에 자다가 깨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늦게 일어나게 됐다.”
최 회장은 “이럴 경우, 현대 의학은 항우울제나 수면제를 처방한다”면서 “자칫 약을 먹기 시작하면 약에 의존하지 않을까, 부작용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사람들은 나름의 건강해지는 방법을 찾아 나서지만 기능의학에선 여러 가지 모호한 신체 기능 저하가 나타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이에 맞게 신체의 기능을 올리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운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다른 예를 들었다.
“7살 된 아이의 이야기다. 천식, 알레르기, 습진, 복통, 두통, 불면, 불안 등의 문제로 집중력이 떨어져 산만하고, 글씨까지 잘 못 쓰는 등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했다. 게다가 단 것, 인스턴트 음식만 찾았다. 또, 피부에 발진으로 몇 년째 고생 중이었다. 치료를 안 한 것은 아니다. 병원에 가서 항히스타민제, 진통제, 천식 약 등을 처방 받았으나, 증상이 썩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 기능의학의사가 이 아이의 소화기능, 면역기능, 호르몬 기능, 영양부족, 해독, 에너지 대사 이상을 발견하고는 이를 회복하는 계획을 세웠다.”
최 회장은 “이로부터 2달 뒤, 아이는 두뇌기능이 좋아져 잘 못쓰던 글씨를 잘 쓰게 됐을 뿐 아니라, 이런 모호한 증상들이 모두 좋아졌다”고 공개했다.
목표 세워 ‘부작용 줄이며 과학적 치료’
개인맞춤화·전인적 접근 통해 ‘여러 증세’ 동시 해결
기능의학이란?
최 회장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화학적 과정은 누구나 공통되며 유사하다. 기능의학은, 개인마다 증상에 기반을 둔 대사 저하나 이상을 발견하고는 개인에 맞는 목표를 세워 이를 부작용을 줄여가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치료한다는 점에서 모든 의학의 기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개인마다 맞춤화하고 전인적 접근을 통해 여러 증세들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의학”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의 의료는 질병 치료에 그치지만, 기능의학은 인간전체를 고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며 예방의학적 측면에서 음식문화, 생활습관, 사회 정신의학적 측면까지 변화시키는데 관여한다”면서 “궁극적인 목표로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total health care로 발전시켜 질병을 치유하고 건강한 사람, 건강한 사회를 구현하려는데 목표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능의학이 이제야 나타난 것인가?
기능의학은 다양한 자연적 방법을 동원해 개인의 건강을 끝까지 올리는 것을 말한다.
최 회장은 “이러한 노력은 예전부터 많이 시도돼왔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이 당시의 현실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사람의 기본적인 생화학적 과정을 새롭게 검사할 수 있는 장비, 즉 예를 들어 타액호르몬 검사, DNA 분석, 장기는 검사 등으로 개인의 치료 전과 후 변화를 신뢰성 있게 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의료공동취재단)
| 미니인터뷰
“기능의학은 정확 과학적 근거에 진단 나온 결과
기준삼아 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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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대체 의학이라고 불리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가?
▶서양 의학자들은 ‘서양의학이외의 모든 전통 의학과 민간요법’들을 통틀어 보완의학 또는 대체의학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기능의학은 검증될 수 있으며, 재현성이 있는 과학적인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서양 의학의 ‘대체’가 아닌, ‘기본 의학’이라고 생각한다.
기능의학을 바탕으로 기존의 서양 의학적 접근을 접목시켜,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건강 목표’를 세워 모든 의학적인 치료와 관리를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개 대체의학과 다른 점은 첫 번째, 기능의학은 정확한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진단을 하며, 나온 결과를 기준삼아 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한다.
두 번째는 이러한 검사 결과와 많은 임상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표준화된 치료법과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방법을 선택한다.
세 번째는 기존 질환의 치료에도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기능 의학적 방법들을 적용시키고 있다.
◆기능의학의 세계적 흐름은(?)
▶미국의 경우, 기능의학을 양산하기 위해 ‘naturopathic doctor’라는 새 자격을 가지고 대학에서 연구를 한다.
기존의 일반 서양 의사가 superspecialist라면, naturopathic doctor는 supergeneralist라고 할 수 있다.
Naturopahic doctor는 1902년 Lust가 미국 뉴욕에 naturopathic medicine이라는 대학을 처음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에 Arizona, MD Anderson cancer center, Harvard medical school osher research center, Memorial sloan kettering center, Duke대학교, Johns hopkins center 내에도 부서가 생겨 기능의학을 과학적인 근거아래 연구, 검증,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선 국가 보완대체 의학 센터, 국가 보완 대체 의학 자문회의, 백악관 보완 대체의학 정책위원회가 설립돼 국가적으로도 이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동향은(?)
▶이러한 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한국도 기능의학을 연구하는 의사들이 생겼다. 이러한 기능의학을 수년간 임상에 적용해 치료한 경험을 가진 의사들의 단체가 생겨났다.
한국 기능의학회 (Korean institute of functional medicine, KIFM)가 바로 그것이다. KIFM엔 대학 교수와 각과 전문의로 구성된 일반 개원의, 그리고 미국의 naturopathic doctor까지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가가져 기능의학의 과학적 기반을 더 튼튼히 다지고 있다.
◆국민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첫째 기존의 서양 의학적 접근과 함께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재발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만성 질병을 조기 진단함으로써, 질환으로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셋째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가는 줄어드는 식생활에서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
넷째 막연한 건강의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
다섯 번째 과학적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
여섯 번째 난치성 질환이나 만성 질환의 경우 기존의 의학과 함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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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16: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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