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진 교수 "과학적 연관성 높아 개인 상황에 따라 치료"
[보건타임즈] #직장인 윤성구(가명·45세·남) 씨는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 검사 후 헬리코박터균 양성으로 제균 치료가 필요하다고 해 지난해 치료를 시행했다. 최근 검사 결과 다시 헬리코박터균 양성 진단돼 제균 치료를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를 의사에게 들었다.
윤 씨는 1차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 후 설사 증상과 함께 체중까지 감량돼 굳이 다시 제균 치료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는 위장 내에 존재하는 세균으로 위장 점막에 주로 감염되며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균은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선암, 위림프종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유병률은 조사 시기와 지역, 검사 방법에 따라 15%에서 80%까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위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 국민에게선 감염률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55%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다.
이들 감염자 대부분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높은 감염률에 비해 위암 발생률과 상관관계, 제균 치료 시행으로 발생한 항생제 내성 문제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제균 치료를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있어 왔다.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범진 교수(사진)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암 발생과 관계상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직은 명확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으로 제균 치료의 필요성에 논란이 있어 왔다"며,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항생제의 내성은 치료 실패의 중요한 이유가 된다.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내성률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제균 치료의 핵심 약제들에 대한 항생제 내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제균 치료의 부작용으로 설사, 무른 변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구역감이나 복통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면서 "쓴맛, 금속 맛 등의 미각 이상, 발진이나 두드러기 등의 피부 과민반응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헬리코박터 진료지침에서 권고하는 바에 따르면 소화궤양의 병력, 림프종, 조기 위암의 내시경 절제술 후엔 반드시 제균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위축 위염 환자,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환자, 일부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는 제균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최근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으며, 위암으로 숨진 사망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되고 있다.
국내 한 대학병원이 대한 소화기학회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양성인 건강한 사람과 위 신생물로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한 헬리코박터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약 2년 이상 조사한 결과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 위험을 약 50%가량 유의하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위내시경검사)
미국 카이저 퍼머넌트 노선 캘리포니아(Kaiser Permanente Northern California) 단 리(Dan Li) 박사 연구팀은 1997~2015년 사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검사 또는 치료를 받은 71만 6,567명을 대상으로 2018년 12월 31일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일반인과 비교해 제균 치료 10년 후 위선암 발생 위험이 49% 낮아졌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발표된 국내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빅데이터 연구에서도 위 선종으로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 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한 경우 평균 5.6년의 추적 관찰 기간 이시성 위암 발생 위험이 12% 낮췄다.
헬리코박터균 위암이나 위장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계질환, 당뇨병, 퇴행성 신경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다.
김 교수는 "최근의 여러 연구에서 헬리코박터균과 허혈성 심질환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균에 의해 촉발된 만성적 감염이 혈관 벽 손상과 죽상판(atheromatous plaque) 발생에 영향을 미쳐 죽상경화증 초기 단계에 작용하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건강검진 수검자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여러 종류의 지질 수치 분석을 통해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심혈관계 위험요인과 연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의 발생 위험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과 헬리코박터균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들도 발표되고 있다.
당 조절에서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헬리코박터 감염이 인간과 동물 모두에서 간의 인슐린 저항성을 유도한다는 주장이 있으며, 제균 치료 후 당뇨 환자의 미세알부민뇨가 호전됐다는 연구도 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인체의 신경세포에 대한 교차반응을 유도하게 되면, 세포성 면역반응과 체액성 면역반응을 일으켜 신경세포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동물실험에서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뇌의 시냅스 기능을 훼손해 인지기능을 감소시키는 것이 확인돼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등 퇴행성 신경질환과 연관성을 확인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실제 캐나다 맥길(McGill) 대학 의대 임상역학센터의 폴 브라사드 교수 연구팀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자 그룹과 비감염자 그룹을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을 평균 1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그룹이 감염되지 않은 대조군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률이 11% 높았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 여부에 대한 다양한 찬반 주장이 있지만, 무증상 보균자 전체에 제균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위암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의 과학적 근거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2020년에 발표된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 근거 기반 임상 진료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양성인 환자가 철분 결핍성 빈혈, 위선종의 내시경 절제 후 이시성 위암의 발생 예방,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 만성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 등이 있을 때 제균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며,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통한 환자의 병력, 가족력 등을 고려해 전문의 판단에 따라 환자 개인에 맞게 제균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6-26 17: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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