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자체병상 없는 1차 의료기관 CT, MRI 설치' 불가
'공동활용 병상 폐지'는 환자 진료받을 권리 박탈 의미
학회·영상의학과醫, 영상의학과 전문의 '진료 전문성' 심각하게 침해
[보건타임즈] 최근 대한영상의학회와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가 신규 개원한 의료기관의 환자 진료를 제한토록 한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규칙 개정안'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를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선택의 권리를 박탈, 제한받는 것은 물론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진료 전문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봐서다.
기존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규칙, '영상검사 품질관리'에 기여
대안 없는 개정 '의료 현장 혼란' 초래
대한영상의학회와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에 따르면 이 규칙은 특수의료장비의 무분별한 설치 운영에 의한 불필요한 영상검사의 수요 통제함과 함께 영상검사 품질관리를 통해 질 높은 영상의학 검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2003년에 제정 시행됐다.
이 규칙의 주요 내용은 MRI, CT를 설치 운영하려면 인력 기준으로 전속 또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1명 이상, 시설기준으로 자체보유 병상 200개 이상 또는 같은 수의 공동활용 병상을 갖춰야 하는 조건을 달고 있다.
운영 면에선 영상검사 품질관리를 지속해서 시행할 것을 규정해 MRI, CT 장비의 신규설치 억제와 품질관리에 많은 이바지해 왔으나 공동활용 병상의 음성적인 금전거래 등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러한 공동활용 병상 제도의 부작용에 학회도 공감, 이를 개선할 해법을 찾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해왔다는 게 대한영상의학회와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논의되는 개정안은 시설기준에서 공동활용 병상을 폐지함으로써 자체병상이 없는 1차 의료기관에선 원칙적으로 CT, MRI를 새로 설치가 불가하게 돼 대표적으로 4개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대한영상의학회와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가 가장 문제로 꼽는 대표적 4가지는 이렇다.
병상 수 충족한 병원급 이상만 'CT, MRI 설치, 운영' 허용
환자, '진료받을 권리 빼앗아 제한하겠다'는 것과 똑같다
첫째 환자가 스스로 선택, 진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규칙 개정안을 통해 아예 제한, 강제화한다는 거다.
즉 입원할 필요 없는 외래 기반 검사나 건강 검진을 병상 수에 맞춰 충족한 병원급 이상에서만 CT, MRI를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규칙 개정안은 환자가 진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아 제한하겠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입원할 필요가 없는 영상검사는 지금도 많으며 실제 병상을 보유하는 의료기관조차 최소침습 수술, 영상진단 검사 등은 대부분 외래에서 시행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비침습 수술, 외래 기반 진료와 치료, 건강 검진 등의 분야에서 외래 영상검사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대한영상의학회와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15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만 MRI, CT 설치, 운영이 허용함으로써 필요 없는 병상을 개설해야 하는 등 의료서비스의 남용이 우려된다는 거다.
다시 말해 의료기관이 MRI, CT를 들여오려면 무조건 150병상 이상을 채우기 위해 공실로 남더라도 필요 없는 병상을 개설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또 병상이 없는 소규모 의료기관에선 CT, MRI 검사가 불가능해져 궁극적으로는 의료서비스의 편중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환자의 의료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거다.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규칙안 시행 시 '1차 의료기관 경쟁력' 약화
자율경쟁 의료환경과 불일치 '의료전달체계 혼란' 가속화
두 번째는 15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만 MRI, CT 설치, 운영 허용 시 의원처럼 소규모 의료기관의 경쟁력 약화와 의료전달체계의 혼란이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 대한영상의학회와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의 지적이다.
대한영상의학회와 의사회는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운영되는 MRI, CT는 여러 진료과에서 공동으로 활용하는 공동활용 장비라며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규칙 개정안으로 의원급 의료기관과 소규모 중소병원이 치료하는 환자의 영상검사를 150병상 이상의 의료기관에 의뢰, 전원 또는 회송을 해야 하는 불필요한 문제가 발생하는 데다 1차와 2, 3차 의료기관이 자유경쟁을 하는 우리나라의 환경과 불일치 하는 것은 물론 경쟁 관계의 의료기관 간의 전원과 회송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다.
이 때문에 소규모 의료기관의 경쟁력이 떨어져, 국가와 의료계가 추진하는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을 저해할 뿐 아니라 경증환자의 2.3차 의료기관 쏠림현상 가속화 등 전반적인 의료정책의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진료 전문성' 심각하게 침해
'MRI, CT 도입, 개원할 수 있는 길' 아예 차단
세 번째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규칙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영상검사에 대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진료 전문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을 꼽았다.
대한영상의학회와 의사회에 따르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CT, MRI 운영 시 주위 의료기관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전문적인 검사와 진료를 시행한다.
만약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규칙 개정안의 규정대로 자체보유 병상이 있어야 특수의료장비를 운영할 수 있다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MRI, CT를 도입, 개원을 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영상의학회와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는 "MRI, CT의 설치, 운영, 영상검사 판독의 전문가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이 장비들을 보유해서 개원하는 길을 차단하는 것은 심각한 역차별이며, 사회적인 낭비"라며 "직역과 전문의 직무를 규정한 의료법의 취지를 아예 뒤엎는 개정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해관계 첨예한 MRI, CT 설치 결정 위원회 맡기기엔 '문제 크다'
가칭 특수의료장비 관리위 '전문성, 투명성 결여' 여러 문제 양산
네 번째 대한영상의학회와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는 이 개정안에 자체병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의료기관이라도 필요 즉 상황에 따라 보건복지부 내의 (가칭) 특수의료장비 관리위원회의 심의와 예외 승인으로 설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지만, (가칭) 특수의료장비 관리위원회의 전문성, 투명성이 결여가 될 수 있을뿐더러 위원회의 심의 후 예외적인 허용이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봤다.
지금도 의료분야엔 많은 전문위원회가 설치 운영되고 있으며 위원회의 자의적 판단, 위원의 출신, 이해관계에 따른 부적절한 심의 등 많은 잡음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해관계가 첨예한 MRI, CT의 설치 결정을 위원회에 맡기기엔 제도의 안정적 운영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공동활용 병상 기준 폐지 대신 '영상의학 전문의 MRI, CT 의원 개설' 요구
'전문의 2~3명 이상이면 MRI, CT 설치, 운영할 영상의학센터 모델' 제시
대한영상의학회와 의사회는 공동활용 병상 기준 폐지에 동의한다면 이 기준에 대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MRI, CT 보유 의원을 개설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대한영상의학회와 의사회는 "구체적으로 현행 공동활용 병상 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영상의학과 전문의 2~3인 이상이면 MRI, CT를 설치, 운영할 수 있는 영상의학센터 모델을 제시한다"며, 더 나아가 '의사들로만 구성된 협동조합'이 공동 설립한 MRI, CT 보유 의료기관에서 의원급 의료기관과 150병상 이하 병원의 환자 영상검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제안이 1차 의료기관에서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지 않고서 같은 지역 내 영상의학센터나 협동조합의 장비를 이용해 안전하면서 정확하게 검사한 뒤 다시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할 수 있는 진정한 장비의 공동활용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10 20: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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