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혁·이종찬 교수 "치료 가능성 확인‥유전자 치료, 췌장암 진행 늦출 수 있음 입증"
환자 총 9명 치료 안전성 확인‥췌장암 '더는 진행되지 않았으며,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다'
내시경 초음파 활용, 췌장암 환자의 암세포에 미리 '아데노 바이러스' 투여
먹는 약 통해 바이러스 내 두 가지 효소에 의해 항암제로 변화 '암세포 사멸하는 원리'
논문, '미 소화기내시경학회지 최신 호'에 게재, 뉴잉글랜드 Journal Watch에 소개
[보건타임즈] 아데노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로 췌장암이 더 진행 또는 악화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그림)이 개발됐다.
이 치료법은 두 가지 암 치료 유전자가 삽입된 '유전자 변형 아데노 바이러스'를 통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새로운 방식이다.
즉 환자가 먹는 약(경구용)을 먹으면 바이러스가 지닌 사이토신 디아미나아제, 티로신 인산화효소 두 가지 효소에 의해 항암제로 변화해 암세포 사멸하게 되는 원리다.
투여방법은 내시경 초음파를 활용해 아데노 바이러스를 암 치료 유전자에 넣어 절제 불가한 췌장암 환자의 암세포에 주입하는 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1저자 이종찬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1상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약 12.2%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빠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두려워하는 치명적인 암이다.
주변 림프절과 혈관까지 암세포가 침범한 국소진행형 췌장암 환자의 경우 수술이 어려운 데다 항암 치료에 내성이 생겨 도중에 치료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하지만 최근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정밀의학에 기반을 둔 항암 치료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췌장암도 여러 형태의 새로운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치료법들이 암세포가 중요 정맥이나 동맥에 침범이 있는 등 여러 원인으로 수술이 어려운 췌장암 환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황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약 2년 동안, 절제 수술이 불가한 국소진행형 췌장암 환자 9명을 상대로 아데노 바이러스를 유전자 전달체로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의 안전성과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착수했다.
아데노 바이러스는 감기와 같은 가벼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유전자의 운반체로 흔히 사용된다.
연구팀은 먼저 사이토신 디아미나아제(cytosine deaminase, yCD)와 티로신 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 HSV-1 TK)라는 두 가지 효소를 만들 수 있는 유전자가 탑재된 아데노 바이러스를 내시경 초음파(EUS, endoscopic ultrasonography)를 통해 췌장암 암세포에 투여했다.
주입된 아데노 바이러스는 유전자 조작의 일차적 효과로 정상 세포에선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반면 췌장암 세포에서만 증식하게 된다.
이후에 환자가 항암 효과가 없는 먹는 약을 먹으면, 췌장암 세포 내 바이러스의 효소와 만나 항암제로 변화한다.
결론적으로 암세포에서만 살아있던 바이러스가 항암 작용을 해 췌장암 세포만 선택, 사멸시킬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를 췌장암 환자 총 9명에게 적용한 결과 치료 12주째까지 의미 있는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치료 8주 후 독성평가에서조차 환자 2명이 약한 단계의 발열 반응을 나타냈을 뿐 중대한 이상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 치료 12주째 CT 검사로 평가한 결과 9명 모두에게서 췌장암의 진행이 멈췄으며 '무진행 생존 기간'의 중앙값은 11.4개월로 나타났다.
무진행 생존 기간은 암이 추가 진행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은 기간이다.
다시 말해 항암제 효과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이 연구의 책임 저자 황 교수는 "국내에서 단독으로 수행된 췌장암 1상 임상을 통해 새로운 유전자 치료의 안전성과 가능성을 확인하게 돼 의미 깊다"면서, "특히 췌장암에 직접 유전자를 투여해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 치료가 췌장암의 진행을 늦출 수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향후 추가 임상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췌장암은 아직 치료가 어려운 암에 속하지만 새로운 치료법의 연구들이 활발해 환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다룬 연구논문은 내시경 분야 최고 권위를 갖는 저널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Gastrointestinal Endoscopy, IF:7.2) 최신 호'에 게재됐다.
앞서 지난 3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이 발행하는 저널 워치 NEJM Journal Watch'에 소개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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