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백혈병 환우회가 스프라이셀의 약가 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을 들었다. 한국 백혈병 환우회는 지난 22일 성명서를 내어 현재 정부와 BMS의 약가협상은 스프라이셀을 복용할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주장했다.
다음은 한국백혈병 환우회 성명서
스프라이셀 약가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한다.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출시를 준비중인 다국적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큅사(이하, BMS)의 ‘스프라이셀’ 약가결정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스프라이셀 약가조정의 핵심은 건강보험공단이 최종 제시한 55,000원과 BMS가 최종 제시한 62,000원 범위 안에서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얼마를 스프라이셀 약가로 결정할 것인가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스프라이셀을 복용하고 있거나 앞으로 스프라이셀을 복용할 가능성이 있는 글리벡 복용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7년 전에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약값으로 100mg 한정에 25,000원을 요구하였다. 하루 복용량으로 환산하면 10만원~20만원이고 한달이면 300만원~600만원이고 일년이면 3600만원~7200만원이었다.
노바티스가 이러한 비상식적인 가격을 요구하게 된 근거가 1999년도 도입된 "A7 평균조정약가제도"이다. 우리나라의 GDP와는 몇배나 차이가 나는 선진 7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의 약가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약가를 결정하는 이 제도 때문에 글리벡를 시작으로 수많은 의약품들이 고가로 결정되었고 매년 2조원이 넘는 약제비 폭등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2007년부터 도입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 중에 하나가 의약품 가격을 A7 평균조정약가제도 등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가 협상을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프라이셀 약가협상 및 조정은 여전히 A7 평균조정약가제도를 근거로 고가로 결정된 글리벡 약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모순에 빠져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 하더라도 환자가 구입해서 먹을 수 없다면 그 약은 더 이상 약이라고 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의약품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아니라 환자를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 뿐이다.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첫 번째 전제가 건강보험 적용이고 두 번째 전제가 환자가 구입해서 먹을 수 있는 약가이다.
현재 글리벡 및 글리벡 내성 신약을 복용하고 있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및 그 가족 228명에게 물어보았다.
“매월 41만5천원(BMS가 요구하는 스프라이셀 약값으로 결정될 때 환자들의 한 달 본인부담금)을 평생 동안 약값으로 부담할 때 당신의 가계에 어느 정도 부담이 됩니까?”라는 질문에 38.2%가 ”저축이 불가능하다“ 55.7%가 ”생계가 불가능하다“ 5.7%가 ”저축은 가능하지만 약간 부담된다“ 0.4%가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다.
다시 말하면, BMS가 요구하는 스프라이셀 약값으로 결정되면 93.9%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및 그 가족들은 저축이 불가능하거나 생계가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가계의 부담 등을 고려할 때 글리벡 내성 치료제 ‘스프라이셀’ 약값으로 매달 얼마 정도를 감당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54.8%가 10만원 미만, 29.8%가 15만원 미만, 7.4%가 20만원 미만, 7.0%가 30만원 미만, 0.9%가 40만원 미만이라고 답변하였고 40만원 이상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약품을 개발한 제약회사도,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표하여 약가협상을 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도, 환자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할 보건복지가족부조차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55,000원과 62,000원이라는 두 금액 사이에서 저울질만 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환자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글리벡이 나오기 전에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모두 인터테론 치료를 받았다. 효과도 좋지 않고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렸던 환자들은 글리벡이 출시되면서 더 이상 인터페론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현재 BMS와 노바티스는 스프라이셀과 타시그나를 글리벡 내성 치료제 뿐만 아니라 글리벡 대체 1차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3년 정도 지나면 스프라이셀과 타시그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1차 치료제로 시판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글리벡보다 몇백배, 몇십배 효과가 좋고 식사중에 먹어야 하는 글리벡과 달리 빈속에 먹어도 전혀 부담이 없는 스프라이셀, 타시그나를 대부분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복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글리벡 내성 신약인 스프라이셀과 타시그나 약가는 글리벡을 복용하고 있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전부의 문제이다. 따라서 당연히 환자들의 경제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스프라이셀 약가를 결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스프라이셀 약값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3개월마다 비급여인 염색체검사비도 지불해야 하고 혈액검사비며 진료비도 내어야 한다. 지방에 있는 환자들은 KTX비, 고속버스비도 지불해야 한다.
오늘 글리벡 내성 신약을 먹고 있는 64명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그리고 글리벡을 복용하고 있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및 그 가족 372명의 서명을 받은 ‘스프라이셀 약가결정에 관한 백혈병 환자들의 탄원서’를 보건복지가족부를 통해 약제급여조정위원회 위원들께 전달할 예정이다. 부디 조정위원들이 환자들의 경제적인 상황을 무시한 채 스프라이셀 약가를 결정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2008년 4월 22일
한국백혈병환우회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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