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병명 알기까지 꼬박 '2년 걸린다'

타과, 한의원 기웃 '의료쇼핑객' 전락
6주 이상 관절통증엔 '전문의 상담'

[보건타임즈]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자신의 병명이나 상태를 자세히 알기까지 평균 2년 걸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직척추염 환자의 경우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에 제대로 진료받기까지 꼬박 3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증상은 더 악화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건강진료비를 쓰는 의료쇼핑객으로 오해를 받곤 한다.

최정윤 이사장

김태환 이사

이명수 이사

김현숙 간사

대한류마티스학회(이사장 최정윤)는 12일, 제 7회 골드링캠페인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19개 대학병원에서 류마티스내과에 내원하는 환자 1,1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진단지연 실태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내원환자 거의가 류마티스 질환 진단, 치료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류마티스 내과에 방문 전까지 정형외과, 내과, 한의원 등을 전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엔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척추염을 비롯해 류마티스내과에서 진료하는 통풍, 루푸스, 골관절염, 섬유근육통 등의 환자들이 포함됐다.

2년 지나면 '관절 변형' 시작
서둘러 병 진행되지 않도록 '조기진단-치료' 중요

조사 대상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N=533)들은 평균연령이 56.55세로, 여성의 비중(77.9%)이 높았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인체 내 관절을 둘러싼 얇은 막(활막)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자가 면역질환이다.
발병 1~2년 이내에 대부분의 관절 조직이 파괴돼 서둘러 병이 진행되지 않도록 조기에 진단,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류마티스관절염은 조기에 진단, 제대로 된 치료가 중요하지만 환자의 대부분은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가볍게 여겨 '파스나 진통제를 사용(33.2%)'하거나, '침이나 뜸과 같은 물리치료(26.4%)'를 받는 것으로 대처했다.

환자 10명 중 8명(83.3%)은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하기 전 다른 병원이나 타 진료 과를 방문한 적이 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이 주로 방문한 의약기관은 정형외과(39.6%), 내과(14.4%), 한의원(12.1%) 순이었으며, 결국엔 '다니던 병원 의사의 권유(42.6%)'로 류마티스내과를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으론 '지인의 권유(19.3%)'가 류마티스내과를 찾는 계기가 됐다.

▲처음 관절통증 느꼈을 때 대처 방법

▲류마티스내과 내원하기 전 방문한 의료기관(중복응답)

▲류마티스내과 방문 계기(무응답 제외)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은 자신의 병명을 알기까지 평균 23.27개월이 걸렸다.
장년층에선 나이가 많을수록 자신의 정확한 병명을 아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환자(N=521)의 10명 중 3명(29.1%)이 진단을 받는데 1년 이상이 꼬박 소요됐다.
진단에 3년 이상 걸린 환자(N=95)의 대부분이 50세 이상의 장년층이었으며 61세 이상의 고령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많았다(51세~60세 26.3%, 61세 이상 54.7%)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젊은 남성강직척추염환자' 큰 비중
병명 알기까지 걸리는 기간 '39.9개월' 심각

그러나 30대 젊은 남성에게서 발현율이 높은 강직척추염(N=161)의 경우는 달랐다.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시작되는 강직척추염은 주로 척추, 즉 등과 허리뼈에 염증을 일으키는 관절염의 한 형태다.
병이 심해지면 허리, 등, 가슴, 목까지 강직돼 모든 척추가 대나무처럼 굳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조사한 환자의 평균 연령은 39.42세이며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80.1%)이 높았다.
환자의 절반 이상이(52.8%) 40세 이하였으며, 병명을 알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9.9개월로 류마티스관절염 23.27개월, 전체 질환 평균인 28.67개월 보다 훨씬 길었다.

게다가 환자 10명 중 8명(80.7%)이 다른 병원이나 타 진료 과에 내원한 경험이 있으며, 환자의 연령이 많을수록 수치는 더 높았다.
이들이 주로 치료나 상담을 받은 곳은 정형외과(44.2%), 한의원(13%), 척추관절병원(9.6%) 순이었다.

▲강직척추염, 류마티스내과 내원 전 방문한 의료기관

대한류마티스학회 김태환 총무이사는 "진단까지 3년 이상 걸린 환자(N=67)중엔 40세 이하의 젊은 환자가 약 절반(49.3%)에 가까웠다"면서 "주로 찾았던 의료기관은 정형외과(37.4%), 한의원(16.8%), 척추관절 병원(11.2%) 순으로 나타났다(중복 응답)"고 공개했다.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척추염 '인지도' 부족 심각
질환 주요증상 모른 것이 발단 결국엔 '진단 지연'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나마 제대로 류마티스내과를 찾은 환자는 전체 10명 중 2명 미만(18.8%)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양상의 주요 원인으로 질환 증상의 인식 부족을 꼽았다.

최정윤 이사장(대구가톨릭대병원)은 "환자들이 초기 통증을 단순하게 여겨 파스나 진통제로 잘못 대처하거나 근본치료가 아닌 나름대로 다른 대안 치료를 시도해보려는 의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며 "진단이 늦어져 치료가 지연되면 관절이 손상될 수 있다"면서 "6주 이상 손마디나 발가락마디에 통증이 지속된다거나, 관절이 아픈데 염증수치가 계속 상승할 땐 곧장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 이사장은 "강직척추염 환자의 연령이 상대적으로 낮아 초기에 발병한 통증을 가볍게 여겨 진단에 소요되는 기간이 다른 류마티스 질환보다 평균 1년이 더 시간을 끌게 된다"면서 "통증을 참고 넘기려는 비율이 높은 만큼 대처방식이 잘못돼 있다며 허리 통증이 주로 아침에 심하다든지 운동이나 활동이 줄었다거나 자다가 허리가 아파 깨는 경험이 있었다면 강직척추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수 홍보이사(원광대병원)는 "대한류마티스학회는 골드링캠페인을 통해 환자들로 하여금 류마티스관절염의 주요 증상에 대한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국 단위의 건강강좌는 물론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질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캠페인 활동을 통해 많은 환자들이 조기에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