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4년 전 이미 통용 “환자 비하, 편견, 차별 어감 癎疾 퇴출”
간질(癎疾)을 이젠 뇌전증(腦電症)이란 병명으로 고쳐 법령용어로 사용하게 됐다.
이미 의료계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간질을 뇌전증으로 부르기 시작한지 4년 만의 결실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감염병의 진단기준' 고시를 일부 개정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거나 편견과 차별의식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간질'을 '뇌전증', '간질발작'을 '뇌전증발작'으로 바꿔 법령 공식병명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일부 장애인 비하 법령 용어 순화작업의 하나다.
정부는 지난 6월24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장애인 비하 법령용어 개선을 위한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 의결하면서 14개 법에 들어가 있는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듯한 병명 등을 일괄 손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맹인은 시각장애인, 간질장애인은 뇌전증장애인으로, 농아자는 청각과 언어 장애인으로 고쳐 사용하기로 했다.
앞서 의료계는 4년여 전에 간질로 불리면서 환자를 비하, 편견, 차별 등으로 잘못 사용된다고 봐 개선작업에 들어가 의학용어 뇌전증으로 바로 잡아 사용해왔다.
지난 2010년 5월, 당시 의사협회는 대한뇌전증학회와 한국뇌전증협회의 요청에 따라 용어심의위원회 검토를 거쳐 간질의 공식 병명을 뇌전증으로 고쳤다.
그러나 최근까지 보건복지부가 장애등급에 아직까지 뇌전증을 간질로 그대로 표기, 개선이 절실하다는 의료계의 지적을 받아왔다.
뇌전증은 비정상적인 뇌신경세포로부터 전류가 형성돼 대뇌의 기능을 혼란시키는 병이다. 이 질환은 뇌에서 비정상적으로 발생한 전기파가 뇌 조직을 타고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경련성 발작을 일으킨다.
대한뇌전증학회에 따르면 뇌전증은 뇌의 손상으로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며 환자는 적절한 약물치료만으로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간질 등으로 불리면서 불치병, 유전병, 정신질환, 전염병 등으로 오해나 사회적 편견 탓에 상당수 환자가 취업과 결혼, 운전면허 취득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아온 데다 일부 보험회사에선 뇌전증질환자의 보험가입을 거부당하는 등 멸시 또는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게 대한뇌전증학회의 설명이다.
게다가 사회로부터 많은 편견과 멸시 또는 차별받는 병명으로 지목받아 ‘뇌전증’으로 바꾼 지 4년이 지난 간질을 보건복지부 장애등급에 아직까지 그대로 표기,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뿐 아니라 국립뇌전증센터 조기설립, 뇌전 증의 중증질환 등록 등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여전히 쌓였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8: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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