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보상체계 도입 논의 서두를 때다”
치료과정이나 병원 내 의료감염 예방대책으로 가장 먼저 합리적 수가보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요즘 의료감염이 문제로 떠올라 사회적 관심이 부쩍 늘어난 이유에서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회장, 세브란스병원 이경원 교수/사진)는 지난달 29~30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진단검사의학과, 감염내과, 감염관리 간호사 등 500여명이 참석한 제 19차 학술대회에서 ‘감염으로부터 더욱 안전한 의료환경’ 주제로 이 같은 학회의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의료감염이 발생했을 때 올바르게 대응, 발생건수를 줄일 수 있는 원내 원활한 대처 방법과 국내의료 병원관련감염관리의 최근 쟁점, 바뀌는 인증제도의 개선사항 등을 중심으로 최근 이슈가 떠오른 다제내성 감염관리, 북부지역에서 문제가 되는 홍역을 심도 있게 다뤘다.
이와 함께 의료관련감염관리의 현안과 인프라 구축에 뒤따른 쟁점 사항들을 심도 있게 토론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했다.
이날 이경원 학회장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의료관련감염 (Healthcare-associated infection)으로 발생한 개인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이미 오래 전에 구축해온 선진국의 의료관련감염관리 인프라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우리 실정에 어떻게 체계화해야 하고 운영해야 하는 지를 관심 갖고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들 국가가 자신들의 의료 환경에 맞게 의료관련감염관리 인프라를 구축, 운영해오며 어떤 수가보상체계 등을 시행해오는 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이들 나라의 수가보상체계는 국가에 따라 다르다.
미국의 경우 의료관련감염 지표에 따라 수가를 차등적으로 보상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효과적으로 감염을 관리토록 경쟁을 유도하거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되지만 지표에 대한 보고가 실제와는 다를 수 있어 문제가 된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후생성 세미나에서 발표한 사례를 들춰보면, 일본은 5년 이상 경력을 가진 간호사, 의사 등을 장관 령으로 자격요건을 정해 300병상 이상을 관리할 때 인센티브를 지불한다”면서 “조건을 맞춰 70-80% 비용을 조사했더니 비용이 안 늘어났다. 전체 비용은 늘어나지 않는 대신 질(質/ quantity)만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며 “지표를 아예 뺀 채, 의료관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의료기관내 체계와 교육을 평가한 후 수가를 보상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 체계와 달리 각종 지표를 참고하지 않아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하기는 어렵지만 효율적인 체계의 구축과 교육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염 관리를 활성화할 수 있으며, 간단한 보상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과 같이 각종 지표를 참고하기보다 의료기관이 스스로 효율적인 체계의 구축과 교육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염 관리 활성화와 보상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거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의 의료관련감염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용의 추정치가 연간 4천에서 5천억 원 사이다. 이 비용으로는 국내보험시스템이나 병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며 “어떤 행위를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기본적 소모품이나 인프라 자체에 대한 투자에 국가가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병원에서 의료관련감염이 발생한다는 선입견과 개념에서 비용과 모든 책임을 의료 기관에게 떠넘겨왔지만, 이 문제에 몇 가지 고려할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번째로 의료관련감염의 상당수가 환자 자신이 보유한 정착 균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꼽는다.
이 회장은 “대개 의료관련감염은 의료진과 접촉에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MRSA) 감염의 60~70%는 환자의 비강 내에 상재하던 세균에 의해 자가 감염의 형태로 발생한다”면서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게서 MRSA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상재화 된 세균을 선별, 제거하는 것이 감염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많은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는 감염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환자 건강에 이득이 되는 측면에서 치료에 들어갈 진료비는 환자가 부담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의료관련 감염은 환자와 의료진 또는 환자와 환경, 환자간의 접촉으로 발생하며, 이때 감염 방지 행위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책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가령 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VRE)를 감염 관리하기 위해선 환자를 격리해야 하며 매주 VRE 선별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VRE는 병독소가 낮은 세균으로 항균제 선택 압력이 낮은 환경에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상적인 장알균 (Enterococci)과 경쟁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흔한 균이다.
VRE를 보유한 환자에게는 MRSA와 달리 균의 제거가 쉽지 않아 다른 환자로 전파를 방지하기 위한 격리 등 감염 관리 활동이 필요하다.
VRE환자의 감염 관리를 위해선 격리 병실(주로 1인실)에 입원하는 비용과 그곳에서 나오기 전까지 매주 VRE 음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선별 검사하게 된다. 이런 조치는 다른 환자로 전파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어서 VRE 양성 환자에게 부담시키기엔 부적절해 비용을 누가 책임을 질지 가려야 할 문제가 생긴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더욱이 의료관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하는 각종 활동들의 경우엔 더욱 심각하다.
이 회장은 “의료관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별도의 인력과 시설, 활동 경비가 필요하다. 의료기관이라면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활동이지만 현실과 다르거나 너무 떨어진 의료수가 시스템과 수준을 감안하면 별도의 보상이나 비용을 보전하지 않고선 의료 기관이 효과적인 감염 관리 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면 이를 보완하려면 별도의 수가보상체계가 필요하며 수가제도와는 다른 전반적인 보상체계와 지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국내의 의료관련감염 예방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가보상체계가 어떤 형태로 이뤄져야 하는지 정부, 국민, 의료계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효과적인 감염 관리를 위해선 보상 체계 도입을 전제로 한 논의가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택 진료비 축소, 상급병실 급여화, 신포괄수가제 도입 등으로 의료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는데다 아직 의료관련감염관리에 대한 충분한 인프라 확보를 하지 못한 현실을 고려하면 감염관리의 양적, 질적 향상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학회의 시각이다.
이를 위해 감염관리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현 감염관리의 쟁점 사항과 난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며, 단기나 중장기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는 게 학회의 주장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2 11: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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