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비상진료 강화 응당법’ 둘러싼 의정 ‘갈등’ 조짐

지난 5일부터 시행된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한 응당법(응급의료법 시행규칙 제19조)을 둘러싸고 빚어왔던 갈등이 의정간의 새로운 법정싸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그동안 조율과정에서 서로 대립하며 부딪쳤던 ▲응급체계 모든 진료 과에 ‘당직전문의’ 운영 ▲비상호출시 불응하면 ‘면허정지’ 처분이 이번 의정간의 싸움에 불씨가 됐다.

보건복지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응당법을 시행하되 당장 의료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응급의료기관에 비상진료체계 정비 등을 준비할 기회와 대국민홍보를 위해 계도기간을 3개월간 두겠다”며 행정처분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의사협회는 의료현장의 실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탁상행정의 결과다.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실지로 지켜지기가 불가능한 법”이라며 반발.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의협은 현재 ‘제19조 비상진료체계’에 대한 법률 자문을 진행하면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복지부에 대안 마련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에 서 있다.
의협은 최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같이 중지를 모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에서 보아왔듯 계도기간까지 할애했다면 복지부의 의지가 단호한데다 이미 시행에 들어간 응당법을 재손질하기가 쉽지 않아 앞으로 이를 둘러싼 의정간의 관계가 순탄치만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의료계 일부에선 헌재로 넘기자는 입소문까지 나돌아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의료계는 당직 전문의 비상호출시 불응하면 의료기관에 업무정지, 의사에겐 ‘면허정지’ 처분토록 한 조항이 가시 돋친 행정규제라고 여기고 있다.

의협은 “적절한 보상기전을 마련하지 않은 채 당직전문의에게 비상진료를 대기토록 강제로 책임을 씌우는 것은 적정한 휴게권의 보장 등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의협은 “만약 응급의료기관이 이 법에서 요구하는 기준대로 시스템을 갖췄다 해도 전문의에게 너무나 가중한 짐을 지게 해 폐해가 고스란히 외래나 중환자 진료로 옮겨져 결국 환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협으로선 이러한 문제가 야기 시킬 비상진료체계를 논의하기 위해 대한의학회, 각 학회가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복지부에 강력하게 건의할 계획이다.

또 일부 의료계에선 이들에게 요구하는 진료 량만큼 어느 정도 상식적인 선에서 근로기준법에 의해 임금을 지급하거나 정부의 예산 혹은 기금에서 별도로 응급실 전담 세부전문의를 충원, 각 응급실에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응당법에서 응급체계 모든 진료 과에 ‘당직전문의’를 강제화 시켜 응급치료의 책임소재를 두고 서로 갈등을 야기 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의 경우 의료 인력을 채우기도 힘든 상황에서 응당법이 정한 기준에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