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뇌졸중-심장학회, 항혈전제 사용 고시 철회 요구

대한뇌졸중학회와 대한심장학회가 지난 주 발표된 항혈전제 사용에 관한 보건복지가족부의 고시와 관련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양 학회에 따르면 올 한 해에만 20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뇌졸중 및 심혈관질환 환자들에게 치료 혜택 확대 대신 질환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한 예방책인 항혈전제의 사용에 근본적인 제한을 가하는 정부의 이번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이번 조치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자의 경우 1년만 아스피린 외에 다른 약제의 사용이 가능하고, 뇌졸중 환자의 경우 재발하거나 위장출혈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없는 한 아스피린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학회측은 “뇌졸중이 재발한 이후에 아스피린이 아닌 다른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심혈관질환의 경우 1년 후에 급성심근경색증이나 심장돌연사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겠냐”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또 이미 전 세계 많은 뇌졸중 및 심혈관질환자들이 재발 방지를 위해 상용하고 있는 여타 항혈전제 사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질환의 예방에 집중하고 있는 세계적인 의료 적용 원칙에도 역행하는 비합리적이고,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양 학회는 주장했다.

고시의 말미에 관련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참고문헌들에 대해 양 학회는 “현존하는 미국과 유럽의 어떤 임상진료지침도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 환자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아스피린 외의 다른 약제의 사용을 금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9년 유럽뇌졸중협회 (European Stroke Organization; EU 각국의 뇌졸중학회의 연합체로 뇌졸중 관련 표준진료지침을 생산하는 최고위 기구)에서는 모든 뇌졸중 환자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항혈전제 투여를 강조하면서 클로피도그렐, 아스피린과 디피리다몰의 병합요법을 앞세우고 차선책으로 아스피린이나 트리플루잘 단독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 및 미국뇌졸중학회에서 공동으로 제작 발표한 2008년 표준진료지침에서도 뇌경색이나 일과성 허혈발작 환자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아스피린 50-325mg, 클로피도그렐, 아스피린과 디피리다몰 병합요법 3가지를 일차 약제로 권고하고 있다.

또 관상동맥중재시술 후 좌주관지병변, 분지병변, 미만성질환, 복잡병변 등에서는 1년 이상의 계속적인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혹은 타 항혈소판제를 포함하는 3제 요법이 권장되고 있다.

양 학회에서는 “이번 고시로 수십만의 환자들은 다시 아스피린으로 약제를 바꾸거나 사용하던 약제를 개인부담으로 사용해야 하는 등 큰 위험과 혼란이 예상된다”며 “특히 뇌졸중과 심혈관질환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서 높은 발생률과 사망률을 나타내는 질환으로 이번 결정으로 인한 개인의 경제적 부담은 ‘의료불평등’을 야기하고 사회경제적인 비용과 함께 개인 및 가족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에 있기 때문에 2005년 9.1% 이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0년에는 24.3%로 증가해 4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는 노인성 질환인 뇌졸중과 심혈관질환 환자의 급증을 의미하며 현재의 추세가 유지된다면 2030년에는 연간 35만 명의 뇌졸중 환자와 20만 명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적으로 뇌졸중 환자의 4명 중 한 명이 재발하고, 재발한 뇌졸중 환자의 장애 정도 및 치명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수 밖에 없다.

이를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심뇌혈관국가종합대책을 세워 실천하고, 개별 학회 차원에서도 일반인 및 환자 대상의 홍보 및 교육, 표준 진료 지침의 제작 및 보급 등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는 상황이다.

양 학회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예방 수단을 제한하는 행위는 명백한 모순이며 궁극적으로 뇌졸중 및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국가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암환자를 위해서는 고가의 항암제 급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뇌졸중 및 심혈관질환자를 위해 재발을 위한 필수적인 약물이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항혈전제에 대한 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고,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

양 학회는 “이번 고시를 통해 많은 뇌졸중 및 심혈관질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심뇌혈관질환의 국제적 치료 수준 유지는 물론 를 위해 고시 철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