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중국원정이식…“생명 잃고 돈도 잃고”

#1.대기업 임원을 지낸 A씨(40세, 남)는 간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최근 중국원정을 떠났다. 그동안 A씨는 국내에서 기증자를 기다리다 마지막 방법으로 한 인터넷카페를 통해 브로커와 접촉했고, 중국 상해의 한 병원에서 간이식수술을 받았다. 비용은 1억 5,000만원. 이식을 성공적으로 받은 A씨는 행복한 마음으로 귀국했지만 1주일도 안 돼 급성바이러스간염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2.중소기업을 경영하던 B씨(48세, 남)도 몇 년 전부터 신장이 좋지 않아 이식을 기다리다 “중국에는 이식을 쉽게 할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만 믿고 약 1억원을 들여 중국행을 결심했다. 중국 남경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B씨는 알 수 없는 부작용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B씨 가족들은 해당병원 의료진들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서둘러 귀국해 장례를 치러야 했다.

장기이식 대기환자들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마지막 희망으로 선택한 중국원정에 빨간 불이 커졌다. 최근 중국정부가 외국인에 대한 장기이식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식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해도 하소연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위 사례처럼 국내 이식 대기자들은 부족한 장기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방법으로 중국원정을 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불법인 만큼 장기이식은 음성적으로 이뤄지게 되고 문제가 발생해도 하소연도 할 수 없게 된다. 또 수술 전 검사는 물론이고 수술비용도 국내보다 약 3∼5배 비싸지만 문제 발생시 자세한 설명조차 듣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이식 후 급성바이러스간염이나 원질환인 바이러스성 간염이 생길 경우도 많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병원 외과 이남준 교수는 “중국 원정이식 후 담도계 합병증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고, 상황에 따라 담도괴사가 진행되거나 난치성 협착으로 재이식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어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대학병원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중국행을 선택하는 이식대기환자들이 많지만 성공적으로 장기이식을 받을 확률은 30∼40%밖에 안되고, 이중 채 10%도 안되는 환자만이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과연 마지막선택으로 마루타를 자처하는 것이 잘하는 선택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식대기자들이 대기 중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한해 약 800명의 신규 간이식대기자가 등록하고 있지만 뇌사자 간이식을 받는 수혜자는 한해 약 150명. 대기자들 중 사망으로 인한 탈락율은 30% 이상이나 된다. 이를 모든 장기로 확대한다면 이식만 기다리다 사망하는 경우는 더 많아진다.

대한이식학회 한덕종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이식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한이식학회를 중심으로 장기이식활성화를 위한 법안마련과 OPO(장기구득기관)설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런 노력들은 학회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며, 정부와 이식관련 유관단체,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가 필요한 만큼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