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전문 소아 완화의료 받은 환자, 10명 중 9명 '사전 의료계획 수립 논의'

김민선·통합케어센터 이정 교수, 강원대 간호학과 김초희 교수 공동연구

소아청소년 환자 205명 '사전 의료계획 논의 시점과 생애 말기 의료 이용' 비교, 분석

사전 의료계획 논의 비율 '소아 완화의료 이용군 94.3%>비 이용군 64.6%'

논의 시점, 이용 군 사망 '16일 전'‥비이용 군 절반 '사망 당일부터'

소아 완화의료 '사전 의료계획 수립' 활성화시켜 존엄한 삶의 마무리 돕는다

논문, 국제학술지 'BMC Palliative Care'에 게재

[보건타임즈] 병원 내 전문 소아 완화의료(소아 완화의료) 서비스를 도입한 후, 더 많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더 일찍부터 사전 의료계획 논의를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논문보기)가 나왔다.

이 서비스를 받은 환자는 생애 말기 불필요한 치료를 줄여 고통 완화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아 완화의료를 통해 환자의 존엄한 삶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선(사진 좌)·통합케어센터 이정 교수(우), 강원대 간호학과 김초희 교수 공동연구팀은 사전 의료계획 수립을 촉진, 생애 말기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 수 있도록 돕는 '전문 소아 완화의료'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15일 이같이 발표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앓는 소아청소년과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목표로 통합 지원하는 의료서비스다.

2024년 현재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비롯한 전국 12개 병원은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한 전문 완화의료팀을 운영하며 자문형 소아 완화의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전문 소아 완화의료 서비스의 주된 역할은 의료진과 환자·가족 사이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해 '사전 의료계획 수립(Advance care planning)'을 촉진하는 것이다.

사전 의료계획 수립은 현재 시점부터 향후 질병의 악화 시점에 의료진과 가족이 함께 돌봄 목표, 의학적 처치를 받을 의향 등을 미리 논의하는 과정 전반을 의미한다.

생애 말기 환자의 불필요한 고통을 덜어줌으로써 가족에게 임종할 준비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 소아 완화의료가 사전 의료계획 수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없었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사망한 만 24세 이하 환자 205명을 전문 소아 완화의료 이용 여부에 따라 구분, 사전 의료계획 논의 시점과 생애 말기 의료 이용(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적용 등)을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소아 완화의료 이용 군과 비 이용군에서 사전 의료계획을 논의한 비율은 각각 94.3%와 64.6%였다.

특히 이용 군과 비이용 군의 절반이 논의를 시작한 시점은 각각 사망 16일 전, 사망 당일부터였다.

즉 소아 완화의료 이용 군은 사전 의료계획을 더 이른 시점부터, 더 활발하게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아 완화의료 이용 군은 비 이용 군보다 임종 전 1달간 공격적인 의료 이용(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적용 등)이 줄었으며 통증 완화에 진통제 사용이 증가했다.

이 결과 전문 소아 완화의료가 사전 의료계획의 논의를 활성화해 생애 말기 환자의 고통 완화에 집중하며, 나아가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추가 전문 소아 완화의료 도입 전(2011~2013년)과 비교했을 때, 도입 후(2017~2019년) 사전 의료계획 논의가 더욱 활발해진 양상이 확인됐다.

소아 완화의료 도입 전·후 사망환자가 사전 의료계획을 논의한 비율은 각각 71.5%, 82.4%였다.

통계 분석 결과 연령이 1세 미만으로 어린 환자는 예후 예측이 어려워 사전 의료계획 논의가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된 것으로 나타나 1세 미만의 영아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전문 소아 완화의료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특화된 프로세스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진단이다.

이정 교수는 "이 연구는 특정 질환이나 연령대에 국한하지 않으며 국내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분석, 소아 완화의료 서비스가 사전 의료계획 수립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민선 교수는 "사망을 염두에 둬 사전 의료계획 수립을 논의하는 것은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에게 상당한 고통이 따르는 어려운 일"이라며 "전문 완화의료팀을 통해 사전 의료계획 논의를 촉진, 소아 완화의료를 확대해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의 가치가 중심이 되는 의사결정이 더욱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를 상세하게 다룬 논문은 'How to Implement Quality Pediatric Palliative Care Services in South Korea: Lessons from Other Countries(한국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발전 방안 제언:국외 제공체계의 시사점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국제학술지 'BMC 완화의료(BMC Palliative Car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