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EBV' 위암, 남성에게서 발병률 높지만, 예후 좋다

김나영 교수 연구팀(김지현 전임의)

위암 10% 차지하는 'EBV 양성 위암 남녀 차이' 규명

EBV 위암 분화도 낮아 '침윤 깊으며 조직 형태 구분' 어렵다

발병률 '남성 13.3%‥여성 3.3%' 생존율 차이 없다

일반 위암보다 '생존율 ↑'‥남성 EBV 위암 시 일반 위암보다 전이 잘 안 돼 생존율 상승

수술, 전신 항암 원칙 분화도 낮은 위암, 남성·EBV 양성·조기 위암이라면 '내시경 치료'

논문은 국제학술지 'Gastric Cancer'에 최근 게재

[보건타임즈]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Epstein-Barr Virus) 위암이 남성에게서 발병률 높지만, 예후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사진 좌) 연구팀[제1 저자 김지현 전임의(우)]은 인구 90% 이상이 감염되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위암 남녀 성별의 양상 차이를 분석해 이같이 발표했다.

타액을 통해 전염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인 EBV는 세계에서 가장 흔한 바이러스로, ‘키스 병’으로도 불리는 감염성 단핵구증의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특별한 예방법은 없지만,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큰 증상 없이 지나가며, 전체 인구의 90% 이상에서 항체가 발견될 정도로 흔해 간과되기 쉽다.

그러나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위암을 비롯한 비인두암 등 다양한 암 발병의 원인이 된다.

위암은 전체의 약 10%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양성 위암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다 최근 의학계에선 위암 세포의 분자적 특성을 구분하는 네 가지 기준 중 하나로 이 바이러스의 양성 여부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연구팀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양성 위암의 특성을 규명하는 것은 물론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다른 양상을 보이는지 밝히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엔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으로 진단, 치료를 받은 4,587명의 데이터가 사용됐다.

이 결과, 남성 위암 환자의 13.3%가 EBV 위암이지만 여성은 3.3%에 불과했다. (그래프)

위암 자체가 남성에서 호발, 총환자 수는 남성이 약 1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EBV 위암은 일반적인 위암보다 분화 도가 낮은 특징을 보였다.

대개 분화 도가 낮을수록 침윤이 깊으며 조직 형태의 구분이 어려워 미만형(점막 아래 퍼지는 형태의 암)으로 분류되면서 예후가 안 좋은 것으로 예측되지만, EBV 위암은 오히려 전체적인 생존율이 일반 위암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이는 남성에만 속하는 사항으로 밝혀졌다.

남성에서 EBV 위암의 5년 생존율은 90.8%로, 이외의 위암이 85.3%인 것보다 유의미하게 높았지만, 여성은 EBV 유무에 따라 각각 88.5%, 87.0%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EBV 위암에 대한 면역체계의 남녀 차이와 관계가 깊다고 추정한다.

즉 여성은 에스트로젠 등 성호르몬으로 면역기능이 전반적으로 높아 EBV 양성 위암 발병률 자체가 낮지만, 발생 시엔 생존율에 영향을 주지 않아 남성은 EBV 양성 위암의 발생률은 높지만, 전이가 잘 안 돼 생존율이 상승하는 결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남녀에 따른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위암의 양상 차이를 자세하게 밝혀낸 연구"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분화 도가 낮은 미만형 점막 하 침윤이 의심되더라도 전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 남성 EBV 양성 조기위암이라면 부담이 큰 위절제술 대신 내시경 치료를 우선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근거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이 연구 결과를 상세하게 정리한 논문은 국제학술지 'Gastric Cancer'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