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한국인 행복과 연관된 '유전적 조성' 규명

명우재 교수, 삼성서울병원 원홍희 교수·강동성심병원 김기원 교수와 '공동연구'
'11만여 명 유전체 데이터, 유럽인 56만여 명 유전체 데이터'와 교차 분석
연구팀 "주관적 행복도와 밀접한 정신장애 원인과 치료법 규명 열쇠로서 의미 깊다"
명 교수 "규명은 정신장애 원인 찾아 치료 방법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
원 교수 "주관적 행복 유전적 특성 연구했다는 점서 유전학적 중요한 의미 있다"
논문, 국제학술지 'Nature Human Behaviour 5월 호'에 게재

[보건타임즈] 국내대학병원 의료진이 한국인의 행복과 연관된 유전적 조성을 규명해 내 주목을 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사진 상단 左)·성균관대학교 삼성서울병원 삼성융합의과학원 원홍희 교수(右), 김소연 연구원(하단 左)·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원 교수(右)·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미래의료연구부 유전체연구기술개발과 공동 연구팀은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조성(組成, genetic architecture)을 밝혀냈다며 8일 이같이 발표했다.

주관적 행복도는 스스로 느끼는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여러 사건을 겪으면 일시적으로 행복하거나 불행할 수 있지만, 사건이 지나가면 평소 느끼던 행복한 정도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렇게 평소에 느끼는 주관적 행복도는 개개인의 고유한 특징으로 상당 부분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며, 정서조절능력,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능력 등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우울증과 연관이 깊어 이를 규명하려는 연구는 인간의 정서, 인지, 정신장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된다.

그간 문화적인 차이, 인종 간의 유전적 차이가 주관적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주관적 행복도의 유전적 요인을 찾으려는 연구가 서양인에게서 많이 이루어져 약 300여 개의 관련 유전변이가 알려졌지만,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의 행복에 관여하는 유전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인 11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에서 주관적 행복도와 연관된 3개의 유전변이를 규명, 유럽인 56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12개의 관련 유전 변이를 추가로 규명해냈다.

발굴된 유전변이는 FOXP1, UNC5C와 같은 유전자와 가까이 위치하고 있으며 이들 유전자는 정신장애, 인지기능과 연관이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주관적 행복도와 연관된 유전 변이들은 대뇌와 같은 중추신경계의 조직에서 더 높게 발현했으며,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와 유럽인의 주관적 행복도는 유전적으로 약 80%가량의 높은 상관성을 나타냈다.

즉 한국인에서 주관적 행복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유전변이들의 영향이 유럽인의 80% 가량과 똑같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연구에 따르면 ▶ 아침형 생활습관 ▶ 높은 교육수준 ▶ 금연 ▶ 높은 인지기능 등은 높은 주관적 행복도와 유전적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주관적 행복도가 높은 사람이 단순히 이러한 특성이 있음을 넘어서 유전적인 요인을 통해 연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 신경증적 성격특성 ▶ 우울증 ▶ 불안장애 ▶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관련 요인과 ▶ 비만 ▶ 긴 TV 시청시간 등은 낮은 주관적 행복도와 유전적 상관성이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발굴한 유전변이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이러한 특성 중 우울증은 주관적 행복도에 인과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관적 행복도가 낮은 사람은 행복을 덜 느낄 뿐 아니라 이 때문에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커향후 우울증의 유전적 요인을 밝히는 후속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명우재 교수는 "주관적 행복도는 정신장애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며, "행복에 대한 유전적 조성을 규명하는 것은 정신장애의 원인을 찾아 치료 방법을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원홍희 교수는 "이 연구는 데이터의 방대함과 다양성의 측면에서 세계적인 규모ㆍ수준을 갖춘 연구"라며 "다양한 인구집단에서 공유되는 주관적 행복의 유전적 특성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유전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 미래의료연구부 유전체연구기술개발과에서 자체 개발한 한국인 칩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한 성과로 국내 유전체 연구의 학술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됐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의 중견연구 지원사업, 신진연구지원사업, 신진중견연계사업,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바이오메디컬 글로벌 인재양성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수행했다.

이 연구 결과를 상세하게 정리한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쳐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 IF=24.252) 2022년 5월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