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초음파조차 췌장 꼬리 부분 장관 내 가스에 가려, '진단 정확도 낮은 편'
내시경 초음파, 췌장 종괴에 '조직검사' 가능
1㎝ 이상 크기 췌장암 대개 '복부 CT, MRI'로 진단
이태윤 교수 "조기 발견 땐 완치율과 생존율 높아진다"
[보건타임즈]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다.
치료가 어렵기로 유명한 췌장암은 조기에 발견만 한다면 완치율과 생존율이 높아진다.
조기에 발견하려면 암이 잘 생기는 위험군을 정확하게 정의해야 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진단 방법이 필요하지만, 췌장암은 암 발생 위험군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암 조기진단을 위한 스크리닝 검사가 없어 실제 임상에서 병으로 일어난 육체적 또는 생리적인 변화로는 조기에 발견해내기가 어렵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태윤 교수(사진)는 "췌장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은 데다 종괴가 어느 정도 커져야 비로소 복통,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게다가 발병빈도가 드물어 실제 의사들도 배가 아프면 위염이나 위궤양 혹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먼저 생각, 진단이 지연돼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췌장암의 조기 발견율은 10% 이하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췌장암을 의심할 만한 전조증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복부에 통증이 있거나 소화불량과 현저한 체중감소가 눈에 띌 때나 60대 이후에 당뇨병을 진단받거나 음주하지 않거나 담석이 없는데도 췌장염이 생겼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만하다.
이 교수는 "췌장이 후복막 장기라는 점도 진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며 "동네 의원에 널리 보급돼 있는 내시경과 초음파로는 췌장암을 진단하기 어렵다"면서 "종합병원 이상급에 있는 CT와 MRI를 통해 췌장암의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조기진단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췌장이 몸속 깊이 자리를 위치하기 때문이다.
췌장은 위(胃)와 간(肝)의 뒤쪽에 숨겨져 있다.
몸속 가장 깊은 곳에 조그맣게 자리를 잡아 복부초음파를 할 때도 췌장 꼬리 부분이 장관 내 가스에 가려, 진단의 정확도가 낮은 편이다.
1㎝ 이상의 췌장암은 대개 복부 CT, MRI로 진단 가능하며 진단이 애매할 땐 내시경 초음파를 시행한다.
내시경 초음파는 췌장 종괴에 대한 조직검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췌장암에도 진단키트 연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직은 상용화가 가능한 단계는 아니다.
전이 정도에 따라 '치료법' 달라진다
췌장암은 크게 수술이 가능한 단계와 그렇지 않은 단계로 나뉜다.
복부 CT나 MRI에서 종괴가 췌장 주변의 동맥을 180도 이하로 침범하면 경계성 절제가 가능하며, 췌장 종괴가 동맥을 180도 이상으로 둘러싸면 국소진행 췌장암으로 분류한다.
췌장 종괴가 동맥이나 정맥을 침범하지 않은 췌장암은 절제가 가능하다.
전이 췌장암은 CT, 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에서 간, 폐, 복막, 림프절 전이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전이 췌장암은 수술이 어렵지만, 치료가 불가한 것은 아니다.
항암치료를 진행한 뒤 수술이 가능해지는 환자가 있으며 항암치료 자체로 생존 연장에 도움되는 사례가 있어서다.
이 교수는 "2020년 7월 암이 췌장 주위 혈관을 침범해 수술이 어려운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있었다"며 "기업을 경영하시던 60세의 남성 환자는 'FOLFIRINOX'라는 항암치료를 3주 간격으로 받고 계시다"면서 "현재 췌장암으로 발생하는 복통이 전혀 없는 데다 사업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술이 어려운 췌장암이라면, 무리하게 수술을 진행하기보다 항암치료를 먼저 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 연장에 더 좋은 방법이라는 최근의 연구 결과를 실제 입증하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가족력 있을수록 '고위험군'
췌장암의 조기진단을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이 교수는 "먼저 고위험군과 비위험군을 구분, 상태에 따른 검사방법을 따를 것을 권고한다"면서 "췌장암을 유발하는 위험요인 중 하나는 가족력이다. 서양에서는 ‘1차 친족’ 중 췌장암 환자 수에 따라 췌장암에 걸릴 확률을 추정하고 있다. 여기서 1차 친족이란 부모와 형제·자매·자녀가 속한다. 한국사회로 따지면 1촌(부모, 자녀)과 2촌(형제·자매)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 범위에 속하는 사람 가운데 췌장암 환자가 1명이 있으면 향후 ‘내’가 걸릴 확률은 4배, 2명이면 6배, 3명이면 32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췌장암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를 지목할 수는 없지만, 췌장암 환자 가족 수에 비례해 자신의 발병 위험성이 증가하는 건 사실이며 미국 일부에선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으면 만 50~55세부터 매년 한 번은 CT 혹은 MRI로 췌장암 검사를 받아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위험군에 대해선 현재 췌장암 검사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
다만 60세 이후에 당뇨병이 생겼다면 당뇨병이 췌장암의 결과일 수 있어 췌장암 검진을 권한다.
성적 향상되는 '췌장암 치료'
이와 함께 췌장암은 다른 병처럼 생활습관의 영향을 받는 만큼 ‘건강한 생활습관’이 췌장암의 예방과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모든 병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상당 부분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중장년 남성들이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과다하게 해 60대에 췌장암 혹은 담도암이 생기는 사례를 종종 본다"면서 "금주, 금연, 절식과 충분한 야채 섭취, 적당한 운동이 건강에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근 일반혈액검사로 측정 가능한 호중구-림프구비율이 급성 담관염과 췌담도 내시경 후 발생하는 급성 췌장염 환자의 중증도 조기 예측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건국대병원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면서 "현재 이를 다룬 논문 두 편이 SCIE급 국제 학술지에 1월과 2월 연이어 출판된 바 있다"며 "앞으로 췌장담도계의 급성 질환부터 암까지 진단과 치료성적을 향상시킬수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가 우려하는 것처럼 췌장암은 사망률이 높다는 인식으로 진단 후 깊은 절망에 빠지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새로운 항암제와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며 췌장암의 치료성적이 점차 향상됨에 비례해 환자의 생존 기간도 연장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의학의 발달에 따라 췌장암은 일단 걸리면 몇 달의 시한부 인생이라는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며 "췌장암에 걸렸다고 무조건 절망하기보다는 먼저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치료를 잘 받아 보길 권유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소화기내과와 췌담도센터, 광역학암치료클리닉과 소화기병센터에서 췌장담도질환을 담당하며 췌장암 이외에 담석, 급만성췌장염, 담도암 등과 이 질환들의 진단과 치료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췌담도학회 학술위원, Gut and Liver 학술지 논문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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