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의사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 선언

의협이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했다.
또 의료현장에 제약사나 도매업체 영업사원의 출입을 금지시키기로 하는 한편 이를 근절하는 방안으로 의산정협의체의 구성을 제안했다.

단 쌍벌죄를 반드시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에 의사들의 대표단체 의협이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을 공식라인을 통해 선언함으로써 눈길을 끈다.

의사협회는 의학회와 공동으로 4일 오후 1시 30분 협회회관 3층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의료계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날 노환규 회장을 비롯해 의협 집행부와 김동익 의학회장은 미리 배포한 유인물대로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을 밝힌 뒤 기자들로부터 질의 받는 등의 순으로 치러졌다.

나눠준 자료에 따르면 “의사들이 특정 의약품을 처방한 대가로 리베이트를 요구하거나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율적인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자정목소리를 냈다.

다만 “모호한 영역을 내세워 의료인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은 즉각 중지할 것과 선량한 의사들을 보호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를 향해 쌍벌죄 개선과 함께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방안으로 ‘의산정협의체’의 구성”을 제안했다.

또 “제약사에 리베이트 공세를 멈출 것과 의료현장에 영업사원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의사협회와 의학회가 선언한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의료계 입장은 다음과 같다.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의료계 입장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합니다 !
리베이트 쌍벌제 반드시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의산정협의체 제안

헌신적인 노력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옴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존중 받아야 할 의사들이 오히려 최근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 의약품 리베이트와 관련된 사안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큰 유감이 아닐 수 없으며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최근 수백명의 의사가 다수의 제약회사들로부터 거액의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뉴스가 언론매체를 통해 연일 보도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의약품 리베이트라고 인정할 수 없는 억울한 사례들도 다수 있으나 과거부터 관행처럼 내려온 행위들도 일부 포함된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2010. 4. 28 소위 리베이트쌍벌제가 국회를 통과한 이후 대한의사협회는 그 동안 이 법안과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금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가 공동으로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특정한 약품에 대한 처방의 대가로 개인에게 부당하게 지급되는 의약품 리베이트가 완전히 근절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그런데 선언에 앞서, 리베이트 쌍벌제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리베이트가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는 몇 가지 이유를 먼저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째, 약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부가 그 동안 제약회사를 보호하고 R&D에 투자하라는 명분으로 약값을 높게 유지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의약품 리베이트 자금을 형성할 공간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며, 둘째, 복제약 판매 중심의 국내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 영업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셋째, 정부의 낮은 의료수가 정책으로 인해 정상적 진료만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의사들 중 일부가 의약품 리베이트의 경제적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의약품 리베이트를 없애고자 한다면, 위에서 지적한 구조적인 원인들을 모두 찾아 제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만연한 의약품 리베이트의 근절을 위해 아래와 같이 선언합니다.

하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특정한 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사 개인이 직간접적으로 제공받는 금품을 부당한 의약품 리베이트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단절을 선언합니다. 이것은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게 하는 행위로서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의약품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권리이지만, 의약품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의사의 권리가 아닙니다. 대한의사협회는 향후 자체적인 윤리규정을 마련하여 내부단속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하나, 제약회사는 향후 의약사들에 대한 일체의 의약품 리베이트 공세를 중단하십시오. 만일 제약회사가 의약품 리베이트 공세를 지속한다면, 약가인하뿐 아니라 해당 품목의 허가취소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내릴 것을 정부에게 촉구합니다. 또한 제약협회도 조속한 시일 내에 의약품 리베이트와 관련하여 단절 선언을 하고 이를 이행함으로써 국민으로 부터 실추된 제약사의 명예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길 바랍니다.

하나, 정부는 제약회사의 정당한 마케팅과 의사들의 정당한 연구참여까지 과도하게 금지하며 모든 의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규정한 리베이트 쌍벌제 모법 및 하위 법령을 조속히 개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여러 위헌적 요소들이 포함된 리베이트 쌍벌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악의적인 리베이트 수수행위를 처벌하되, 제약회사들은 정당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선량한 의사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일은 중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의학회는 동 규정이 개선되기 전까지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의료기관에 대한 출입을 일체 금지를 천명할 것입니다.

하나, 악의적인 리베이트 수수자와 선량한 피해자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합니다. 의약품 리베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경찰은 이들을 반드시 가려내어 선량한 의사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구분하여 처분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 역시 정황적 증거만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며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식의 행정처분을 남발하고 있는 바,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하나, 정부는 과도한 약제비의 원인을 의료계, 제약계, 정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규명하고 약제비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어 의사들의 진료행위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십시오. 적정한 진료는 적정한 진료수가에서 가능합니다. 더 이상 진료행위에 대한 부적절한 보상을 의약품 리베이트를 통해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제비 비중을 OECD수준으로 조정하고, 정상적인 진료를 위해 진료비 역시 OECD수준에 맞추십시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오늘의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 선언이 의약품의 유통질서를 바로 잡는데 기여하고 이를 통해 의사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의사들은 당당한 의사들의 권리를 리베이트를 통해 찾을 것이 아니라 정당한 진료비를 통해 찾도록 리베이트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의약품 리베이트를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후속조치가 이어지지 않는 한 오늘의 선언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음도 함께 경고합니다. 이제 의약품 리베이트의 근절 여부는 정부와 제약회사들에 달려있습니다. 근거 없이 높은 약값을 책정하는 불투명한 약가결정과정이 개선되지 않는 한, 영세한 제약회사들이 경쟁력이 없는 제품으로 무한경쟁을 하는 한 리베이트는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의료계와 제약산업계, 그리고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의산정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의료계와 제약계가 편법이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진료와 경영에 매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흔히 발생하는 한 가지 오해의 사실을 명확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그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의약사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의약품 리베이트가 약값에 반영되어 결국 건강보험재정과 국민의 부담을 늘린다고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약값을 제약회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약값을 결정을 할 수 있는 가격결정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제약회사는 의약사들에게 제공되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약값에 반영할 수 없습니다. 즉 의약품 리베이트는 건강보험재정이 아니라 그 가격에서 발생한 제약회사의 이윤에서 지출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의약품 리베이트가 건강보험재정과 국민의 부담을 늘린다는 표현은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건강보험재정과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것은 의약품 리베이트가 아니라 높은 약제비(약값+조제료)입니다.

2013. 2. 4.
대 한 의 사 협 회
대 한 의 학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