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보험재정의 위기를 막기 위한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 방법으로 '총액 계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최한 20일 '건강보험 수가제도 중장기 발전방안' 공청회에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는 진료행위별로 진료비가 추가되는 현행 행위별수가제를 대체할 총액계약제의 윤곽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귄 교수는 공단으로부터 건강보험재정의 위기를 막기 위한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방안을 연구용역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날 권 교수는 현행 행위별수가제가 보건의료 재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해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를 초래한다면서 '예산 상한' 또는 '예산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의 총액계약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에 따라 모든 의료기관이 강제로 건강보험 제도에 참여하게 하는 것보다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건보공단과 계약관계를 맺는 '선택계약제' 방식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또 그는 진료비 지출총액을 개방형에서 폐쇄형으로 바꿀 것도 주문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현행 개방형 지불제도가 유지되게 되면 지난해 1조3천억원이었던 연간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2015년 5조8천억, 2020년 17조2천억원, 2030년에는 50조원으로 누적된다.
권 교수는 이에 따라 건전한 건보 재정관리를 위해 재정수지의 균형을 바로 잡으려면 현재 5.64%인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을 2020년 8.55%, 2030년 12.68%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현재의 '개방형 시스템(행위별수가제)'을 진료비 지출총액을 일정 한도 내에서 관리하는 '폐쇄형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출에 맞춰 수입을 정하는 현행 방식에서 반대로 수입에 맞춰 지출을 조절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권 교수는 비급여를 뺀 채 총액 계약제를 시행하게 되면 실효성이 떨어져 비급여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지불제도 개편은 좀 더 큰 틀에서 총액 상한제를 명시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먼저 나라 전체 진료비의 예산목표치를 정하는 전체 총액 목표제(soft cap)를 실시하고 이를 지역별로 나눠 진행하되 마지막엔 진료비 지출 상한액을 확정하는 지역별 총액 상한제(hard cap)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내놓은 총액 결정은 각 섹터별(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의원, 치과, 한방) 의료제공자 단체가 예산안을 제출하면 이를 접수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재정운영회는 예산범위를 결정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뒤 건보공단의 '국민의료비 위원회'의 협상을 통해 확정된 섹터별 총액을 예산으로 잡는 방식이다.
새로운 정책 변화가 요구되면 의료제공자 단체의 총액 수정 요구 등을 총액 결정절차 내에 끼워 놓는다는 개념이다.
이와 함께 예산 협상 시 각 섹터별 의료제공자단체의 역할을 강화해 책임감을 부여하고, 예방사업과 모자보건과 같은 필수의료에 대한 진료비는 섹터별 총액예산에 포함시키되 지역별 예산 배분에서는 뺀 대신 의료제공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16개 시·도를 급여비, 요양기관 수,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해 서울, 경인, 충청, 경북, 경남, 전라도, 강원, 제주 등 8개 권역으로 나눠 총액을 지역별 배분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도 내놨다.
권 교수가 '선택계약제' 도입도 강조했다.
권 교수는 "선택계약제를 국가 또는 보험자가 국민의 의료보장을 위해 재정을 조성하고, 의료서비스 공급을 조건에서 의료공급자를 계약의 당사자로 보는 개념"이라고 전했다.
이 제도는 사회보험제도를 선택한 대부분 국가에서 선택하고 있다.
권 교수는 이를 시행하기 위해 계약해지와 계약탈퇴 기준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계약의 자격조건이나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준비되는 의료기관 평가 절차에 따라 의료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지 대학병원과 응급실, 전염병이나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의 적정한 의료서비스 공급유지를 위해 일정부분 '당연 지정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를 뒀다.
권 교수는 이런 선택적 계약제의 유형으로 건보공단과 자발 참여의사를 밝힌 의료제공단체의 대표 간의 '쌍방 독점적 선택적 계약', 건보공단과 개별 의료기관이 1대1로 협상하는 '개별기관과 선택적 계약' 방식을 있을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쌍방 독점적 선택적 계약'의 경우 계약과정의 효율성이 있지만, 의료기관의 협상력이 커져 계약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를 대비해 중재위원회와 같은 보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밝혔다.
이중 개별기관과 선택적 계약은 건강보험공단의 협상력이 높아져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쉽지만, 거래비용 증가에 따른 절차적 비효율이 예상된다는 비판도 내놨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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