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을 소유한 이사장과 일가족들이 설립한 도매약품업체를 통해 자신의 병원에 약품을 독점 공급하면서 막대한 주식 배당금을 챙기는 도매상을 ‘신종 의약품 거래 리베이트’ 창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6일 개최된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고려대 부속병원 등 8개 대형병원이 학교 이사장이나 일가족, 법인 명의로 설립한 약품 도매상으로부터 최대 100%까지 의약품을 독점 공급받으면서 막대한 주식 배당금을 챙긴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이 배포한 국감 보도자료에 따르면 고대 안암병원 등 고려대 부속병원 3곳은 김병관 전 이사장 등 일가족이 85%의 지분을 가진 (주)수창양행이라는 도매상에서 병원 약품의 97.5%를 공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대학교 백병원 3곳은 백낙환 이사장 등이 출연한 (주)성산약품 등 도매상 2곳으로부터 병원약의 91.8%를 공급받았다. 연세대·중앙대·가천의대·가톨릭대 병원들도 학교 법인이 설립한 도매상으로부터 90~100%까지 약품을 공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 의원은 이들 도매상은 지난해 해당 병원에 평균 7% 이상 비싼 값에 약품을 공급했다. 이들 도매상이 납품한 240개 납품약의 총액은 다른 국·공립병원의 경쟁입찰 납품총액보다 86억원가량 비쌌다고 공개했다.
이 덕분에 도매상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으며 전체 의약품 도매상 상위 100개사의 연간 순이익률 1.3~1.4%보다 많게는 10배까지 순이익을 냈다.
가톨릭대 성모병원에 약품을 공급한 (주)보나에스는 8.8%, 한림대 성심병원의 (주)소화는 10.1%의 순이익률을 올렸다.
순이익은 고스란히 이사장 개인이나 학교 법인으로 들어갔다.
(주)소화는 이사장 일가에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했고 (주)보나에스도 높은 배당률을 기록했다.
연세대가 소유한 제중상사는 지난 한해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 117억원보다 많은 119억원을 학교에 기부금으로 납부하면서 이익금에 대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전 의원은 “도매상들이 비싼 값에 약품을 공급하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며 병원과 직영도매상간 거래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이사장이나 법인이 가져가는 신종 리베이트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병원의 직영도매상 소유를 금지하도록 약사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14 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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