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지난달 27일 서울고법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소송 판결에 대한 상고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액 반환 2심 소송에서 서울고법 민사 22부 재판부로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울대병원의 진료비에서 상계 처리한 약 41억원 중 18만원만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 사실상 패소했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서울고등법원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소송에 대한 재판부의 2심 판결은 의학적 판단과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사의 진료권을 외면, 최우선의 가치인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이어서 상고와 함께 의사단체, 의료기관 등과 공조를 이뤄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고 2일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이번에 상고하려는 이유로 ‘요양급여기준’은 헌법적 가치를 지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의사의 ‘최선의 진료의무’ 보다 우선할 수 없는 것인데다 현행 약제에 관한 요양급여기준은 의학적 정당성이나 임상적 경험보다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 중점을 둬 진료현장과 동떨어진 기준을 강요하는 등 불합리한 점이 적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또 요양급여기준은 한정된 보험 재정으로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에 불과할 뿐 의사의 약 처방 행위가 불법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함께 서울대병원은 이번 서울고법의 판결은 입증책임의 일반원칙에 위반되는데다 단 한번의 구체적 심리가 없었던 절차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은 당시 재판부가 공단이 불법 사례라고 주장한 환자 5명에 대한 처방이 비록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했지만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진료라며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판시하고도, 나머지 수 만건의 처방에 대한 구체적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은 채 모두 위법으로 판결을 함으로써 절차상의 문제를 야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서울고법 재판부의 판결을 수용하게 되면 의사나 의료기관은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소중한 의료인의 책무를 수행하기보다 요양급여기준에 얽매이게 돼,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상고를 앞둔 서울대병원은 의사의 진료권이 존중되고, 소중한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내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밝혔다.
이밖에 서울대병원은 공단에서 대표적인 불법사례라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에서 합법성을 인정한 사례들을 공개했다.
<사례 1>
-공단: 요양급여기준상 소아에게 투약하지 못하게 돼있는 카프릴정을 만 6세인 환자에게 과잉처방함
-병원: 환자가 3차례에 걸쳐 폰탄수술을 받은 후 심실에 상당한 부담이 있어 적극적으로 혈관수축을 억제하는 카프릴정을 처방함
<사례 2>
-공단: 요양급여기준상 15세 이하 어린이에게 투약하지 못하게 되어있는 모빅캅셀을 만 3세인 환자에게 투여하도록 처방함
-병원: 모빅캅셀에 앞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인 테노캠을 처방하였으나 환자가 복용 후 구토와 복통증상을 호소하고 간수치가 상승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모빅캅셀을 처방한 것으로서, 이에 관하여는 이미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임상정보가 상당량 축적되어 있는 상태였음
<사례 3>
-공단: 진단명과 관계없는 스틸녹스정을 처방함
-병원: 기왕의 질환인 당뇨병과 고협압 외에 추가로 불면증을 호소하여 기왕의 질환에 대한 약 처방과 함께 새로운 증상인 불면증에 적합한 약인 스틸녹스정을 처방한 것
<사례 4>
-공단: 병용이 금지된 동맥경화용제인 메소칸캅셀을 플라비스정과 병용 처방함
-병원: 평소 뇌경색, 고지질혈증, 심장부정맥, 고혈압 등을 앓고 있어 뇌졸중 발생의 위험이 큰 환자에게 항혈소판제 한 가지를 사용하였지만 환자의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항혈전제인 메소칸캅셀을 추가로 처방한 것임. 메소칸캅셀과 플라비스정은 같은 동맥경화용제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서로 작용기전이 다르고 효능에 차이가 있음
<사례 5>
-공단: 테노캄정과 병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 메소트렉세이트(methotreaxate) 성분인 엠티엑스정을 병용하여 처방함
-병원: 소아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사용하였으나 그 약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메소트렉세이트 성분인 엠티엑스정을 병용 투여한 것임. 이런 치료법은 소아 류마티스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을 정도로 병용 투여가 치료에 효과적이고 일반적인 것으로 인정되어 있음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14: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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