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기 반복적 두통이 문제행동이나 우울・불안감 등 심리적 장애를 동반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건희 교수팀은 2006년 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이 병원에서 입원 또는 통원 치료를 받은 9세 이상의 반복성 두통 환자 120명과 두통이 없는 9세 이상 소아 33명을 대상으로 각각 행동, 심리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 반복성 두통이 있는 소아는 두통이 없는 소아에 비해 전반적인 문제행동 및 불안․우울 정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건희 교수팀은 소아청소년기의 반복되는 두통 환아에서 사회적 적응, 정서 및 행동 문제 등의 전반적인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153명의 대상자들에게 아동청소년행동평가척도 검사를 실시했다(표1).
이 검사는 위축 등의 문제 행동을 평가하는‘내재화점수’, 공격성 등의 문제행동을 평가하는 ‘외현화점수’와 아동의 전체적인 문제행동 정도를 수치화한 ‘총문제행동점수’로 크게 구분된다. 이중 총문제행동점수는 편두통 56.2점, 긴장성 두통 54.0점으로 38.3점인 정상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내재화점수도 편두통 59.8점, 긴장성 두통 57.4점, 정상군 40.1점, 외현화점수도 편두통 54.0점, 긴장성 두통 51.3점, 정상군 42.4점으로 역시 두통환자군에서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
반복되는 두통환아에서도 심리적 불안, 우울정도 등을 조사했다. 불안에 대한 검사는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불안 정도를 나타내는 소아상태불안척도와 개인이 지니고 있는 불안 경향을 검사하는 소아특성불안척도가 실시됐으며 우울감에 대해서는 소아우울척도 검사가 진행됐다(표2).
상태불안척도 검사 결과 편두통을 앓는 소아의 경우 36.3점, 긴장성 두통이 있는 소아는 36.3점, 정상군은 25.3점으로 두통환자군에서 눈에 띄게 불안도가 높았다. 또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경향을 나타내는 특성불안척도 점수도 각각 33.6점, 34.6점, 26.9점으로 역시 두통환자군에서 유의하게 높은 결과를 보였다. 소아우울척도도 각각 14.8점, 14.5점, 9.1점으로 두통환자군이 우울감 역시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 소아청소년기에 반복적인 두통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은 대조군과 비교해 위축, 주의집중 문제, 공격성 등 행동장애와 불안, 우울 등의 심리적인 문제를 나타내는 점수가 의미 있게 높았으며 편두통과 긴장성 두통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런 행동장애나 심리적인 문제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두통이 발생하거나 더 악화시킬 수도 있으며, 반대로 극심한 두통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거나 행동장애나 심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특히 소아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복합적인 상황이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짜증스러운 성격이 형성되고 집중력 및 대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소아청소년기의 반복성 두통환아는 단순한 두통 증상 치료뿐 아니라 가정이나 학교 등에서 행동장애나 불안이나 우울감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을 파악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에서는 형제간의 갈등, 특정한 형제에 대한 부모의 편애, 이혼 등 부모간의 갈등, 맞벌이 부부에서 자식에 대한 관심 저하, 학원 등의 과중한 학업, 수면부족, 비만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학교에서는 학우들 간의 문제, 왕따, 질병으로 인한 잦은 결석, 성적저하, 엄한 선생님 등 여러 요소들이 있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면서 환아는 극도로 두통을 느끼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꾀병, 혹은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 것으로 넘어가기 쉽다. 이런 경우는 환자가 신경질이나 짜증만내고 본인이 정말 아픈데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억울한 감정만 쌓여간다.
따라서 부모는 환자의 두통에 관심을 갖고 이해해 주고, 병원에서 뇌 방사선검사만 할 것이 아니라 간단한 심리검사 등을 통해 상담을 하고 환자에게 두통을 야기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합리적으로 하나씩 해결해 가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형제간의 갈등이 있을 때는 보통 부모님들이 형제 중에서 막내에 대한 편애가 있는 경우가 많다. 즉 ‘형이 양보해야지 동생하고 싸우냐, 동생은 공부 잘하는데 너는 왜 이러냐’ 등등이다.
상담을 해보면 말 한마디라도 누구는 희생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말들이 불만이고, 형제간에 공부 등을 비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이런 경우 부모는 절대 형제간 비교를 해서는 안 되고 그 아이의 과거와 현재만을 비교해야 한다.
또 칭찬을 자주 해주고 관심을 보여주는 행동, 즉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만 데리고 산책하거나 간단한 먹을 것을 사준다는 등의 행동이 도움이 된다. 드물게 극심한 행동장애나 정신적인 불안, 우울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소아 및 청소년기의 두통은 흔한 질환으로 유치원 연령에서 약 1/3 이상이, 초등학교 시기에는 약 절반 이상이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그 중 통증이 매우 심한 편두통의 유병률은 초등학생 약 3%, 중학생 약 7%로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고 일상생활 등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가장 흔한 질환 중의 하나다.
하지만 반복적인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가 배도 아프고 어지럽기도 하면서 밥도 안 먹고 누워 있으려고만 하는 등 모호한 증상을 같이 동반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종합병원으로 보내거나 여러 고가검사를 통해 병변이 없으면 머리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거나 스트레스 때문이라면서 환아를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의사가 2차 두통만 감별하고 소아의 1차 두통에 대해 간과한 결과 환아들이 두통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차 두통에는 크게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이 있다. 특히 유소아에서는 두통은 심하지 않은데 주기적인 복통,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즉 두통환아는 성인과 다르게 비전형적인 증상들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끈기 있는 문진과 진찰이 필수적이다. 청소년시기에 여학생에게는 기저형편두통이 다양한 증상으로 발생한다. 극심한 두통, 구역, 짜증이 심하고 매우 어지럽거나,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이 있으며, 집중력이 심하게 떨어지거나, 걸을 때 비틀거리기도 하고 심하면 실신하는 경우도 있다.
또 눈앞이 갑자기 안보이거나, 손발이 저리기도 하고 말이 잘 안 나오는 복합적인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건희 교수는 “이런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학업지장은 물론 성격변화와 위축 등 행동장애나 심리적인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사소한 두통이라도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병원에서 전문적인 상담이나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4 17: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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