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 교수 연구팀, 아동기 학대 경험 '뇌 신경회로 손상 유발'에 영향
아동기 학대 경험자, 무경험자 대비 우측 대뇌 반구 '중간후두피질 약 10%' 위축
성적 학대 심각도 높을수록 우측 대뇌 반구 '중간후두피질 위축' 더 심했다
한 교수 "아동기 학대로 뇌 손상 환자에 심리사회적 치료 제공 필요성 시사"
논문, 국제 학술지 ‘Psychiatry Research 온라인판에 게재
[보건타임즈] 최근 아동 학대와 직간접 관련한 사건을 심심치 않게 터져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신체적, 정서적 학대와 방임 같은 아동기의 외상 경험은 우울증, 불안장애, 성격장애와 같은 다양한 정신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질환의 치료와 예후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상당수의 우울증 환자는 아동기 학대를 겪는다.
이러한 환자들은 약물과 심리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아 만성적 경과를 보이며 자살 위험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아동기 학대 경험이 뇌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켜 우울증 발생과 경과에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사진 상단 左)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김수영 (사진 右), 안성준(사진 하단 左), 한종희(右)]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주요우울장애 환자의 뇌 MRI 데이터와 아동기 학대 경험을 심리 설문한 데이터를 통해 아동기 학대 경험이 뇌 구조의 변화를 유발함을 밝혔다.
연구팀은 19~64세 성인 중, 주요우울장애 환자 75명과 정상 대조군 참여자 97명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약 2년간 뇌 MRI 영상, 임상 관련 정보, 아동기 외상 질문지(Childhood Trauma Questionnaire)를 통해 학대 경험 데이터를 수집했다.
아동기 학대 경험을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로 분류한 다음 주요우울장애 진단과 아동기 학대 경험에 따라 뇌의 특정 영역에서 일어나는 대뇌피질의 부피 변화를 분석했다.
이 결과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겪었을 땐 대뇌피질 부피에 유의한 결과를 보이지 않았지만, 아동기에 성적 학대를 겪은 참여자는 그렇지 않은 참여자보다 우측 대뇌 반구 중간후두피질(시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대뇌 영역)이 약 10%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성적 학대의 심각도가 높을수록 우측 대뇌 반구 중간후두피질의 위축은 더욱 심했다.
또 주요우울장애 환자들의 경우, 정상 대조군 참여자와 비교해서 우측 전대상피질(정서 조절을 담당하는 대뇌 영역)의 부피가 약 3.3%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우울장애 환자 중 아동기 성적 학대를 겪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우측 중간후두피질이 약 10％ 정도 위축돼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즉 우측 중간후두피질의 부피 감소가 아동기 학대로 발생한 뇌 손상을 평가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는 데다 아동기 학대로 뇌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 우울증 환자들을 구분, 이들의 우울증 경과와 치료 반응 예측에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를 이끈 한규만 교수는 "아동기 학대를 겪은 우울증 환자들이 더욱 심한 우울 증상과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이유는 아동기 외상 경험으로 발생한 뇌 신경회로가 손상돼 있기 때문"이라며 "아동기 학대로 뇌의 구조적 변화가 발생한 우울증 환자들을 선별, 이들에겐 뇌과학에 기반한 맞춤형의 심리 사회적 치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를 상세하게 저이한 논문은 'Childhood abuse and cortical gray matter volume in patients with major depressive disorder'란 주제로 정신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Psychiatry Research (Impact factor: 11.225)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