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고대 안암병원, '대규모 아시아인 양극성 장애 유전체' 연구 개시

이헌정 교수, 한국을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싱가포르, 대만 등' 5개국 동시 진행

[보건타임즈]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사진)가, 미국 하버드, MIT 대학 등과 공동으로 대규모 아시아인 양극성 장애 유전체 연구를 개시했다.

이번 연구는 아시아인의 양극성 장애의 원인 규명과 진단,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흔히 조울증이라고 부르는 양극성 장애는 우울증 상태와 조증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세계 인구의 1~2%의 사람들이 양극성 장애를 겪는다.
양극성 장애는 유전병은 아니지만 다양한 유전적 요인이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유로 다양한 유전적 요인들을 확인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와 예방법 개발에 중요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자가 유전체 연구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학계에서 정신질환 유전체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연구에 참여하는 대상자 중 아시아인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인의 비율로 볼 때 이 수치로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데다 연구 참여자 대부분이 유럽계 혈통이어서 자연스레 아시아인의 특성이 누락된 연구 결과를 인류 전체에 바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된 '아시아 양극성 유전학 네트워크(A-BIG-NET)' 연구단이 드디어 연구를 개시, 주목을 받는 것이다.

A-BIG-NET 연구단의 연구목적은 2022년 말부터 향후 5년간 양극성 장애로 진단된 27,500명의 환자와 15,000명의 정상 대조군으로부터 유전체 정보와 의료정보, 인구, 경제, 사회학적 특성 등을 조사, 분석하는 것이다.

미국국립보건원이 대규모 연구비를 지원하는 이번 연구는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아시아인으로부터 양극성 장애의 특징을 발굴, 발병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적 요인을 확인해 양극성 장애의 원인과 치료에 기여할 중요한 연구로 평가받고 있으며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체 총괄 연구책임자는 미국의 하버드대학-MIT 브로드연구소의 하이랑 황(Hailiang Huang) 교수와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의 케네스 켄들러(Kenneth Kendler) 교수이며, 존스홉킨스대학, 인도국립정신건강신경과학연구소, 인도과학연구소, 싱가포르정신건강연구소, 국립대만대학교 등 세계적인 연구기관들이 함께 참여한다.

우리나라에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이헌정 교수가 연구책임자, 삼성서울병원의 백지현 교수가 공동연구책임자로 참여한다.

이 교수는 "그동안 아시아에서 단 한 번도 시행되지 않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대규모 양극성장애 유전체 연구"라면서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울산대학교 등 국내 40여 개의 기관이 참여하는 한국기분장애유전체컨소시엄(KOMOGEN)을 통해 연구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며 "이 연구를 통해 양극성 장애의 원인 규명과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교수는 현재 고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양극성 장애, 우울증, 조현병, 수면장애 등을 전문 진료과목으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으며, 기분장애, 시간생물학, 디지털 치료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 교수는 대외적으로 대한수면의학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국제조울증학회(ISBD) 한국지회 회장으로 임상과 학술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