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알츠하이머병 진행 막을 수 있는 '약물' 확인

'알츠하이머병 진행 늦추며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감소'
DPP-4 억제제 복용 환자, 매년 인지점수 악화속도 '0.87', 미복용 환자 1.65와 대조
정승호 교수 "DPP-4억제제, 당뇨병 동반된 알츠하이머병 예방과 신경 보호 효과 확인"
이필휴 교수는 "약제 치매 진행 늦추는 효과 있다면 경제적 파급효과 상당"
논문, 신경학 분야 권위지 'Neurology 9월 호'에 게재

[보건타임즈] 알츠하이머병 악화를 늦출 수 있는 경구용 당뇨약제가 확인됐다.
당뇨병 치료 약제 DPP-4 억제제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축적과 인지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논문)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추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사진 左),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과 정승호 교수(右) 연구팀은 뇌 아밀로이드 PET 영상 검사를 통해 아밀로이드 침착이 확인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경구용 혈당강하제인 DPP-4 억제제를 복용했을 시, 아밀로이드 축적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추적관찰에서 인지기능 악화가 더딘 것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를 다룬 논문은 'Association of Dipeptidyl Peptidase-4 Inhibitor Use and Amyloid Burden in Diabetic Patients With ADRelated Cognitive Impairment'란 주제로 임상 신경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IF 9.901) 9월 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앞서 이 연구는 미국 신경과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공식 홍보 사이트를 통해 소개됐다.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을 시작으로 인지기능이 점차 떨어져 결국 치매로 이르게 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2015년 31만 5,967명에서 2019년 49만 5,117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 FDA의 조건부 승인을 받은 아두카누맙(aducanumab)을 포함해 아밀로이드베타 표적 항체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아직 효과의 검증이 더 필요한 상태다.

연구팀은 신촌, 강남세브란스병원 알츠하이머병 환자 282명을 대상으로 진단 시 DPP-4 억제제 복용 여부를 기준으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축적 정도를 PET 영상을 활용해 정량 분석했다. (그림 1)

또 간이 정신 상태 평가(Mini-Mental State Exam)을 이용해 1년 이상의 간격으로 2회 이상 시행한 당뇨병 동반 알츠하이머병 환자 108명에게서 DPP-4 억제제 복용과 시간에 따른 인지점수 저하 속도와 연관성을 조사했다.

이 결과, 단면 분석에서 DPP-4 억제제 복용 군이 미 복용군 뿐만 아니라 당뇨가 없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비교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축적 정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단분석에서도 DPP-4 억제제 복용 군이 미복용 알츠하이머병 환자군보다 예후가 좋았다.

간이 정신 상태 평가에선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은 매년 인지점수의 악화속도가 0.87로 확인됐다. (그림 2)
반면 DPP-4 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은 당뇨 알츠하이머병 환자 군에게선 매년 인지점수가 1.65 감소, DPP-4 억제제 복용 환자와 대조를 이뤘다.

즉 DPP-4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군이 매년 인지점수 감소가 0.77 정도 천천히 진행함이 확인된 것이다.

정승호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DPP-4억제제가 당뇨병이 동반된 알츠하이머병에서 예방과 신경 보호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간접 확인할 수 있었"며 "당뇨가 없는 알츠하이머병의 임상연구 필요성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필휴 교수는 "당뇨 환자에서 이미 사용되는 약제가 치매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면 경제적으로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다"며 "고령화 사회로 진행됨에 따라 치매의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 연구가 새로운 치매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