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빈·김기웅 교수팀, 8년간 '대규모 추적 연구'
치매 위험 높이는 호모시스틴 농도 정상보다 낮아도 '악영향' 끼친다
비타민 섭취, '호모시스틴' 수치 낮추면 치매 위험 감소
호모시스틴 농도 낮은 그룹, 알츠하이머병 위험 정상군 대비 '최대 4.3배' 증가
배 교수 "음식 통해 비타민 B군 섭취 충분할 땐 비타민제 과용 특히 주의"
김 교수 "비타민 섭취량 적절하게 관리한다면 치매와 신경 질환 예방에 도움"
논문, 최근 국제학술지 'Clinical Nutrition'에 게재
[보건타임즈] '호모시스틴'의 혈중 농도가 높을 때뿐만 아니라 낮아도 치매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국내대학병원 의학자들에 의해 세계 최초로 입증됐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호모시스틴은 체내 수치가 증가할수록 치매 인자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촉진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률을 높인다.
최근 호모시스틴의 위험성이 알려지며 이를 조절할 비타민제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비타민제 섭취를 통해 체내 호모시스틴을 줄임으로써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에 의존해 전문의와 상의 없이 비타민제를 오남용한다거나, 채소나 과일을 통해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함에도 비타민제를 추가 과다복용한다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비타민제 과다 섭취는 호모시스틴이 적정 수치보다 떨어지는 '저(低)호모시스틴혈증'을 유발, 호모시스틴 수치가 높을 때만큼이나 치매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사진 左)·김기웅 교수(右)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 한국의 60세 이상 노인 2,655명을 추적 연구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호모시스틴 수치에 따라 집단을 분류해 상대 평가한 결과, 저호모시스틴 그룹(≤8.9mmol/L)은 정상군(9.0~10.5mmol/L)에 비해 8년 동안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이 최대 4.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모시스틴 수치가 높은 그룹의 위험도(정상군 대비 최대 4.9배)와 비교하더라도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저호모시스틴혈증이 높은 비타민제 섭취율과 관련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표)
저호모시스틴 그룹의 비타민제 섭취율은 41.2%에 달해 전체 연구 대상자(28.4%)보다 크게 높았으며, 특히 비타민 B군인 '엽산'과 '비타민 B12'의 체내 농도가 높을수록 호모시스틴 수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비타민 B가 포함된 비타민제를 적절히 섭취할 시 신체 건강이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저호모시스틴혈증으로 치매 위험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는 저호모시스틴혈증과 치매, 알츠하이머병 위험도 간의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근 대부분의 연구가 호모시스틴이 높을 때 문제에 집중하는 가운데, 연구팀의 성과는 치매 예방ㆍ치료 지침 마련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배 교수는 "한국인은 다른 인종보다 김치 등 채소를 통한 비타민 섭취량이 높아 저호모시스틴혈증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평소 육식 위주의 식습관으로 채소와 과일 섭취량이 적을 땐 비타민제가 효과적이지만, 이미 식사를 통해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면 더 이상 과용은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저호모시스틴혈증은 치매뿐만 아니라 말초신경의 손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학계 보고가 있다"며, "이에 따라 비타민이 과잉 혹은 결핍되지 않도록 섭취량을 적절하게 관리한다면 치매와 신경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진행하는 '한국인의 인지 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KLOSCAD, Korean Longitudinal Study on Cognitive Aging and Dementia)'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이 연구결과를 다룬 논문은 최근 국제학술지 'Clinical Nutrition'에 게재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18: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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