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故 김라희 씨' 의사자 추진

6일 '유가족'과 공동기자회견

[보건타임즈] 지난 1월 26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서 간호 업무를 수행하며 환자들을 구조하려다 순직(殉職)한 故 김라희 간호조무사의 희생사례가 그간 모순된 간호인력 체계에서 비롯됐다며 인재로 만들어진 사고라는 지적이 나왔다.
간호조무사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일반병동의 법정 간호 인력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열악한 환경에서 억울하게 희생을 당했다는 것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6일 홍옥녀 회장을 비롯해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서 희생된 故 김라희 간호조무사의 남편 이재문 씨 등 유가족과 서울의 중소병원 근무 중에 있는 간호조무사가 함께 가진 공동기자회견(사진)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간호조무사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일반병동 법정 간호 인력에서 제외됨으로써 조성된 열악한 환경에서 억울하게 희생을 당한 것이라는 호소가 이어졌다.

먼저 익명을 요구한 이 간호조무사는 "서울 지역의 중소 병원들이 인력 수급 문제로 공백을 채우기 위해 간호사 대신 채용된 간호조무사들이 주로 간호업무와 수술 어시스트까지 맡고 있다"며 "이러한 합법적 간호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모호한 현행법과 규정으로 법정 간호 인력에서 제외시켜 수가 반영 등의 정당하게 받아야 할 권리를 뺏기고 있다"면서 "이 사실을 이번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통해 알게 된 뒤 마치 투명인간 취급을 받은 것 같아 너무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간무협 홍옥녀 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사를 구하려 해도 채용조차 불가능한 구조가 고착화됨으로써 간호업무를 간호조무사가 대체, 수행해왔지만 현행법과 규정 상 간호간병통합병동이 아닌 일반 병동일 땐 법정 간호 인력으로 인정을 받지 못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또 "4년 전 장성 요양병원의 의사자 故 김귀남 간호조무사는 요양병원의 법정 간호 인력이었지만 이조차 소외된 故 김라희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현재 일반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며, "화재 참사에 살아남은 밀양 세종병원 간호조무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라는 혐의로 조사한다는 것은 아예 납득할 수 없는 상식을 벗어난 처사라면서 죽으면 의사자, 살면 죄인으로 취급하는 잣대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故 김라희 간호조무사의 남편 이재문 씨는 26일 화재사고 당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던 고인과 전화통화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자기야 살려줘' 라는 말이 아직도 환청처럼 떠오른다"며 말을 잇지 못한 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번 화재 참사로 아내가 죽어서야 쥐꼬리 봉급에 왜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들을 위해 헌신했는지를 알게 됐다"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봉급 밖에 받지 못 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아내 김씨의 의사자 지정, 살아남은 밀양 세종병원 간호조무사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조사 중단과 일반 병동근무 간호조무사도 정당하게 제도권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