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국가배상절차서 엄격, 확답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
[보건타임즈] 메르스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정부와 대학병원을 상대로 방역에 실패한 책임을 법적으로 묻기 위해 손해배상소송(사진 소장)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으로선 추가 지원 계획은 없는 상태"라면서 "구체화되면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놔 이대로라면 국가배상차원에서 소송이 다뤄질 공산이 커 보인다.
복지부는 메르스 사태에 따른 유족들에게 장례비로 1000만원을 선 지급한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9일 오전 경실련 강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 판단과 부실한 방역체계로 국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을 확산시킨 것은 물론 국가적 참사를 낳았다"며 "메르스 사망자 유족과 강제 격리자들의 명의로 이날 오후와 다음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를 통해 "국가가 민간 병원을 적극 통제하지 못한데다 메르스 발생 의료기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감염을 확산시켜 많은 환자를 양산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또 "병원 상대로 환자 안전을 무시한 채 내원환자가 줄어들까 봐 감염병 발생사실을 숨겼을 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들에게 메르스의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았으며 제때 격리나 문병 제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소송은 피해 사례에 따라 건양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 등을 상대로 1건씩 총 3건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경실련은 보도 자료와 함께 소장도 공개했다.
소장에 따르면 소송의 원고는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사망한 45번 환자의 유가족 6명 ▲강동성심병원에 머물다 메르스 확진을 받았던 173번 환자의 유가족 6명 ▲강동경희대병원에서 165번 환자와 접촉한 뒤 격리된 가족 3명 등이다.
이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등 피고 측을 상대로 감염병 관리와 치료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신체적·정신적 피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국가가 재해를 예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제34조와 보건의료기본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등의 책임을 소홀히 했으며 각 병원은 의료법 등을 근거로 감염병을 조기에 진단, 적극적으로 진료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엔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메르스 환자 발생 사실을 적극 알리는 것은 물론 환자가 발생한 장소 등을 차단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이 요구한 손해배상금액은 사망자의 일 실소득, 유가족과 격리자들은 일 실소득과 망인 사망위자료 등을 포함했다.
45번 환자 유가족의 소장은 "건양대병원과 국가, 대전광역시를 상대로 ▲기저질환 없던 사람이 메르스에 걸려 사망에 이르기까지 병원이 슈퍼전파자의 입원 사실을 숨긴 사실 ▲의료진만 밀착형 마스크 사용 ▲문병 온 보호자들에게 메르스의 위험성을 경고해야할 의무 불이행을 문제 삼아 감염 위험에 노출시켰다"며 모두 3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 환자는 기저질환이 없었으나 슈퍼전파자와 접촉 후 감염돼 치료도중에 숨졌다.
다른 한 소장은 173번 확진자의 유가족들이 강동성심병원과 국가 등을 상대로 낼 소송이다.
아들 김형지 씨(48)는 "방역당국이 초기에 정보를 공개했다면 메르스 피해자가 대거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어머니가 지난달 초 병원에 갔다 온 뒤 발열 증세와 요통을 호소, 다시 찾았다가 의료진이 디스크로 오진, 제때 해야 할 치료가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메르스의 희생양이 아니지만 유족도 파렴치범이 아니다"면서 "강동성심병원의 잘못을 들추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게 된 이유를 소개했다.
나머지 소장은 165번 환자와 접촉해 감염의심자로 분류된 환자와 가족들이 강동경희대병원과 국가, 경기 시흥시를 상대로 낸 67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다.
이들은 165번 환자와 투석치료를 함께 받는 동안 병원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 보건소 직원과 경찰관 등으로부터 위압적 지시를 받은 사실 등을 문제 삼았다.
소송엔 신현호 변호사 등 경실련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이 소송대리인으로 나선다.
신 변호사는 "국가가 5월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환자가 나왔을 때 응급실을 폐쇄했더라면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기진압에 실패한 정부 방역체계"를 비판했다.
이를 지켜봤던 법조계에선 “법률상 국가로선 감염병 관리는 물론 역학조사를 충실히 해야 하며 예방할 국가적인 책무가 있다. 지금 피해자들이 국가가 열심히 감염병 관리를 하지 못했다, 늑장대응 했다,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환자관리도 소홀했다”며 “여러 과실들을 문제로 삼아 제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당연히 국가가 배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할 여지가 있지만 이 사건이 법정으로 가게 되면 모든 과실의 인과관계, 증거들을 누가 제출해야 되느냐가 기본적으로 국가배상 절차에서 엄격하게 다뤄져 반드시 유족들이 승소한다고 확답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법조계는 이와 유사한 사례로 신종플루 손해배상소송의 판례를 꼽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신종플루 환자를 진료하던 공중보건의가 당시 제대로 된 관리를 못 받아 방치돼 중대한 장애를 입어 국가배상 청구를 했지만 모두 다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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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11: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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