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를 대표하는 2개 단체가 ‘수술 의료분쟁 10건 중 7건은 의료진 과실이 원인’이라는 제목의 지난 9일자 보도 자료와 첨부물에 오도의 소지가 상당한 어설픈 통계자료(사진)라고 혹평하고는 당장 사과와 함께 정정 보도를 낼 것을 한국소비자원에 요구했다.
의사협회(회장 노환규)와 병원협회(회장 김윤수)는 “한국소비자원이 배포한 보도 자료와 통계자료는 일반화하기엔 오도의 소지가 상당해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를 훼손한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의협과 병협은 “이를 확인한 결과, 데이터 통계 화의 기본적인 방법조차 무시한데다 성급하게 가공한 것으로 미뤄 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힘겨루기 차원에서 벌인 일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보도 자료에서 외과의사의 수술 잘못으로 의료사고가 빈번히 발생할 것처럼 과장하면서 수술사고가 발생했을 땐 증빙자료를 확보해 한국소비자원 등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언급, 환자가 대응할 상대가 의료진이라고 지목했다는 게 의협과 병협의 설명이다.
먼저, 의협과 병협은 “2011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최근 3년간 조정 결정한 수술사고 의료분쟁 총 328건을 대상으로 분석”이란 통계에 문제를 제기했다.
두 단체는 “보도 자료에서 공개한 한국소비자원의 연도별 수술 분쟁조정 처리 현황은 2011년 79건, 2012년 164건, 2013년 85건으로 수치화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숫자여서 근본적으로 통계상의 문제가 있다”며 냉담한 논평을 내놨다.
이들 의료계단체는 “전체 수술건수의 0.01%도 안 되는 분쟁조정결정 건을 마치 수술의 70%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부풀려 오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는 의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가하면 의사-환자 간의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수술사고의 피해유형이 추가수술을 받은 경우가 113건(34.5%)으로 가장 많았다는 것도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두 단체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증상이 악화된 경우 72건(22.0%), 장애 발생 60건(18.3%), 사망한 의료사고까지 41건(12.5%)에 이르는 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두 단체는 “수술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실시하는 의학적 치료법으로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대부분의 분쟁을 마치 의사의 잘못인 것으로 귀착시키면 의사들이 수술을 기피하게 돼 결과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형곤 의협 상근부회장 겸 대변인은 “대개 환자가 소비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의료사고는 의사의 과실로 의심받아 귀결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데이터를 발표해 환자-의사간 신뢰회복, 서로 소통하려는 의료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고 전했다.
박상근 병협 부회장은 “이번 소비자원의 보도 자료는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는 외과의사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심각해진 지원기피현상을 부추겨 자칫 외과분야가 황폐화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18: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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