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중도실명 시각장애인, 우울과 자살위험 ‘정상인의 2-3배’

서울대병원 조비룡·신동욱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김사라 전임의 연구팀

중도에 실명하게 되는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 RP)을 앓고 있는 시각장애인이 심각한 스트레스, 우울 증상을 경험하거나, 자살을 생각할 위험이 일반인보다 2~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자료)

망막색소변성증은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망막의 기능이 소실돼 서서히 시력을 잃는 질환이다.

이 병은 최근 종영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극중 인물 오영(송혜교)이 앓은 안과질환이다. 이 병은 노인층보다 젊은 층에게서 더 잘 발생된다.

망막생소변성증의 유병율은 세계적으로 대략 4,000명 중 1명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선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으나 대략 1만 5천여명이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희귀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조비룡 교수

신동욱 교수

김사라 전임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신동욱 교수 연구팀(제 1저자 분당서울대병원 김사라 전임의)은 2010-2011년도에 실명퇴치운동본부(RP)협회 회원 187명(망막색소변성증 환자)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뽑은 일반인 대조군 187명과 정신건강을 비교한 결과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Mental Health of People with Retinitis Pigmento이란 제목으로(☞http://www.bktimes.net/data/board_notice/1365735762-51.pdf)국외학술지인 ‘Optometry and Vision Science 誌'에 발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은 중등도이상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52%(97명)로 일반인의 29%(55명)보다 약 2배 높았다.

또 2주 이상 우울증상(depressive mood)을 겪었을 확률은 35%(65명)로 정상인의 17%(32명)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했는지에 대해선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의 39%(72명)가 그렇다고 밝혀 13%(24명)에 불과한 일반인의 3배 정도나 됐다.

신동욱 교수는 “망막색소변성증은 젊은 층에서 야맹증 등을 겪다가 발견 당시 진단이 늦어진 경우가 많다면서 이 병은 증상이 계속 진행하는데다가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더 느끼는 것 같다” 며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적절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제공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실은, 시력이 상당히 떨어져 장애가 심한 1~등급을 받은 환자들보다 어느 정도 시력이 유지되면서 낮은 장애 등급(3~6)을 받은 환자들이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시각장애등급 판정기준 참조)

시각장애등급 판정기준

장 애 등 급

장 애 정 도

1급1호 좋은 눈의 시력이 0.02이하인 사람

2급1호 좋은 눈의 시력이 0.04이하인 사람

3급1호 좋은 눈의 시력이 0.08이하인 사람

3급2호 두 눈의 시야가 각각 주시점에서 5도 이하로 남은 사람

4급1호 좋은 눈의 시력이 0.1이하인 사람

4급2호 두 눈의 시야가 각각 주시점에서 10도 이하로 남은 사람

5급1호 좋은 눈의 시력이 0.2이하인 사람

5급2호 눈에 의한 시야의 2분의1 이상을 잃은 사람

6급 나쁜 눈의 시력이 0.02이하인 사람

즉, 앞으로 병이 더 악화된다는 상황을 알기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 있으며, 낮은 장애 등급으로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비교적 적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국립암센터 박종혁 암정책지원과장은 “중도에 실명하는 시각 장애인은 우울과 불안 등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며 “이들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적응해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이동이나 업무 등의 편의를 제공할 기회를 늘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자신이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다고 공개해 그의 제안을 눈여겨 볼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