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산업 발전 저해보다 리베이트 근절에 초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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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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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약사에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한창 벌어지면서 의약계를 들쑤셔 놓은 듯 온통 시끌벅적하다.
제약사가 의약품을 처방·구입하는 대가로 병원·약국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 식약청,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경찰, 검찰이 의약품 리베이트 단속에 총동원돼 연결 고리를 아예 잘라내겠다는 듯 서슬 퍼런 칼을 들이댄 모양새다.
이 사건은 연루된 의사와 제약사 간부들을 줄줄이 소환, 기소처분한데다 국세청까지 합세, 제약회사와 도매상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여 이미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일각에선 MB정부가 각 부처를 총 동원해 의약품리베이트에 `벌떼`식 조사와 수사, 세무조사를 집중시켜 제약업계나 의료계의 저항의지를 꺾으려는 일종의 무력시위를 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리베이트 뒷배경엔 ‘환자-병의원-제약사 이해상충 관계’
환자 “보험적용범위 확대와 보험료·의료수가·약값 인하”
병의원 “현실보다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에 쥐꼬리 인상분에 옥죄”
정부 “취약한 건강보험재정 확충에 고민”
이런 뒷 배경엔 보험료·의료수가·약값을 둘러싼 환자-병의원-제약사간의 이해상충 관계가 자리를 잡고 있다.
건강보험제도에서 환자 등 보험 가입자는 여러 질병 군에 보험적용범위 확대와 보험료·의료수가·약값 인하를 요구한다.
병의원은 물가보다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의 인상을 희망하지만 취약한 건강보험재정 탓에 정부로선 수용하기 힘든데다 쥐꼬리만 한 인상분으로 제어해왔다.
정부도 건보재정 확충에 힘들어 보인다.
건강보험료가 국민에게서 조세(租稅)를 징수하는 세수와 민생에 직결돼 인상만 고집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정부로선 진료비의 구조에 눈을 돌리게 됐고 비중이 크다 여긴 약값 인하에 올인하게 됐으며 리베이트 척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의약품 유통의 비리로만 몰아 잡아내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의약품 약값 인하에 올인
리베이트 척결 내세워 유통 비리 잡아내기
또 4년 전엔 약값을 내리면서 리베이트를 없애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저가구매 인센티브)시행하려다가 지난해 연초 '약가인하' 조치로 의약품 가격이 일괄적으로 낮아져 효과가 상쇄됨에 따라 내년 2월 1일까지 1년 더 늦췄을 뿐 달라진 게 없다.
병원에 대해선 저가 약 쓰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아직 시행돼오고 있다.
이 제도는 병의원·약국이 정부고시가보다 싸게 약을 사면 차액의 70%를 인센티브로 주는 대신 나머지 30%는 환자에게 돌려주는 구조지만 실효성보단 부작용이 컸다.
지난해 국립병원 입찰에서 1원 낙찰이란 초유의 사태가 터져 약가 문란이 야기되는가하면 의약품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를 지켜봤던 무역상대국이 발 빠르게 한국에서 거래되는 현지가격을 수입하는 조건으로 내걸어 국내수출제약사에 커다란 압력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 제도는 부실기업이 덤핑에 나설 수 있게 빌미를 내줘 건실한 제약사의 의욕을 꺾고 있다.
다면시장(multi-sided markets) 이론에선 최적의 가격조합을 이룰 때 참여자가 늘고 산업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가 의약품시장에 개입해 약가에 직접 손을 대면 절묘한 가격균형은 깨져 가격대비 약의 질이 떨어지고 제약 산업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될 뿐이다.
`벌떼`식 리베이트 근절책 또 다른 문제 생산
과거 해묵은 비리 캐내 의약계 발전 억압
지금처럼 조사, 수사, 제도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총동원한 `벌떼`식 리베이트 근절책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이중 중심에 있는 것이 쌍벌죄다.
쌍벌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미 여러 곳에서 이미 터져 나왔다.
여러 사건에서 보듯 과거 해묵은 비리를 캐내 의약계의 발전을 억압하는 쪽으로 흘러서다.
이러한 쌍벌죄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조건에도 어김없이 적용돼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시 말해 쌍벌제(雙罰制)가 의약계를 납득할 수 있는 규제 개념의 행정제도가 아니라 범죄로 몰아 처벌하는 강제 법으로 다뤄져 쌍벌죄(雙罰罪)로 변질되고 있다는 입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정부가 이를 잣대로 의약품거래관행을 단절하는 게 목표라면 제약사 어느 곳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모든 제약사가 리베이트에 관여됐거나 의약품비리에 연루됐다는 뜻이 아니다. 한 끼 식사까지 리베이트 범주에 잡아두고는 뒤를 캐고 조사나 수사까지 벌여 제약사나 의료인의 의욕을 아예 꺾는다는 거다.
의약계가 이를 입 모아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쌍벌죄 시행 이전 관행 ‘사면 처리’
이후 발생한 ‘불법리베이트’ 강력 단속
의약계의 요구사항은 이렇다.
쌍벌죄의 시행 이전의 관행에 대해선 사면을 처리하되, 이후 발생한 리베이트는 영업이 불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단속을 통해 질서를 잡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베이트 척결은 미봉책이 아닌 건보제도의 종합적인 개선책이 먼저 선행돼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의약계는 리베이트사건뉴스마다 빠지지 않고 나온 쌍벌제에 민감했고 듣기를 싫어했다.
쌍벌죄는 언제 시작됐나(?)
쌍벌죄(제)는 2009년 전모장관이 리베이트 근절책으로 도입을 성토하면서 처음 알려지게 됐다.
이후 약사법을 비롯해 의약법률들을 개정하면서 의약품 납품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행위를 처벌한다라는 조항을 끼워 놓은 사실이 전해졌지만 의약계에선 사법 처리되는 범죄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했다.
의약계가 바라보는 시각이나 정부의 쌍벌죄(제)에 대한 설명도 애매했다.
당시 정부는 약사법을 비롯해 의약법률안에 리베이트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는 범위, 처벌수위를 신설하는 한편 이들 법에 저촉되면 사법처리토록 형법과 연계시켜 조정함으로써 쌍벌죄를 행정부처만 다뤄야 할 규제인양 쌍벌제로 꼬아 벌였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쌍벌죄를 의약법으로 다뤄선 안 되며 누더기 법을 만들어간다는 지적과 함께 의약계가 지금처럼 반발하지 않고 납득할 수 있는 행정규제로 정착시키려면 어원자체를 의약품(의료기기)불공정유통거래위반행위로 바꾸면서 문제 삼는 부분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11: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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