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해 저녁 6시까지 퇴근하던 3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지난달 마친 주 모씨(60세 남)는 요즘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무료하게 보내는 일상 탓에 느는 것은 담배와 한숨뿐이다.
여기에 아내의 태도가 매달 월급을 가져다 줄때와는 전혀 달라 맘 편히 거실에서 TV를 보는 것도 쉽지가 않다.
지금은 주 씨와 같은 베이비부머세대들이 대거 은퇴를 앞둔 시점이다.
젊은 시절을 열정적으로 일에 매달려 보낸 탓에 은퇴 후 스트레스와 공허감이 자연스레 찾아와 우울증을 앓게 된다. 요즘 이를 ‘은퇴 후 우울증’을 부르기도 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원로 영화배우 古김추련씨가 삶을 마감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려운 처지와 지병, 인기를 누리던 과거의 추억이 기억 속에 맞물려 안게 되는 공허함과 우울증으로 스스로 신병을 비관해 생을 마감한 사례가 된다.
베이비부머세대들은 은퇴 후 초기에는 출근하던 몸에 밴 습관 덕에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집안 구석구석을 배회한다.
갈 곳 이른 중년남이 잠시 쉴 수 있는 곳은 베란다다.
이들은 베란다 앞에서 도로 위를 지나가는 자동차나 이른 아침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바라보며, 과거 소싯적 추억을 회상하면서 한숨을 쉬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들은 자신이 과거 존경스러운 아빠, 멋진 남편에서 힘없는 아빠, 늙은 남편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차츰 가장의 지위를 도전받게 돼 전반적으로 심리적 위축을 느끼는 일이 빈번해진다.
평소와 달리 소화까지 잘 안되는데다 아픈 곳이 여기저기 생기지만 가족들에게 부담이 될까 쉽게 말을 꺼내지도 못한 체 지병을 키우게 된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윤기 과장은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은퇴를 앞두고 쉽게 우울해 하는 경향이 많은 이유는 기존에 사회생활 속에서 인정받고 존경받아왔던 생활을 한순간에 상실해 공허함에 빠져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생긴다”면서“우울증은 가족들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해 평소 가족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조기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울증의 발생빈도는 가족 속에서 역할 부재나 신체질환 등과 연관이 밀접하다.
평소와 디르게 복통, 두통, 흉부통, 관절통 등 신체 여러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또 통증을 만성적으로 호소하고, 식욕부진, 체중감소, 수면장애, 변비, 만성적인 피로 등이 동반하며, 배변 이상, 매스꺼움, 구토, 위장의 불쾌감, 명치의 아픔 등 소화기 장애를 느끼기도 한다.
우울증이 진행될수록 인지왜곡 현상이 두드러져 주변의 모든 상황이 비관적이 되고 자기 자신을 자꾸 비난하게 되면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 같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 ‘은퇴 후 우울증’이다.
이렇다보니 은퇴 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남성들은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된다 △ 일상생활이 재미없고 따분하다 △ 평소보다 체중이 많이 감소되거나 부쩍 증가했다 △ 수면장애를 느낀다 △피로감돠 활력 상실 △ 존재감이 없으며, 죄책감을 느낀다 △사고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안절부절한다. △ 자살을 반복적으로 시도하거나 자주 죽음을 생각한다.
이중 5가지 이상이 자신과 같다면 노인우울증을 의심해야 하며, 전문의와 상담이 요구된다.
김 과장은 은퇴 후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자원봉사, 종교생활, 취미생활, 규칙적인 운동 등을 통해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주와 흡연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