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대한민국은 산부인과의사 없는 분만현장을 원하는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 이하 산의회)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가입자단체들이 주장한 분만관련수가 인상안에 대한 원안폐기 주장에 성명서를 통해 반박하고 나섰다.

산의회는 가입자단체들이 주장하는 분만수가 인상이 단순히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만 증가시키는 것이며, 그 대응책으로 농어촌지역 분만취약지구 해소를 위해 공중보건의 활용, 소위 ‘임산부등록의’ 등의 제도도입을 언급한 것에 대해 진정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단체인지 심히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산의회가 성명서를 통해 제시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분만수가 50% 인상은 산부인과 의사들도 바라지 않는다!
지난해 산의회에서 ‘OECD 국가의 산과진료 서비스제도 및 보험수가 비교 연구’를 주제로 연구용역을 한 결과 국내 산부인과 분만수가가 OECD국가의 평균 분만수가의 1/5 수준에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가 373만원, 독일 382만원, 영국 225만원, 일본 종합병원의 경우 625만원, 의원급 282만원이었지만 한국 종합병원은 115만원, 의원급은 54만원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미국의 분만수가는 625만원으로 국내 분만수가의 10배 이상 높았다.

이런 국내 분만비용 저평가는 현실적으로 산부인과 분만실과 전문병원 및 의원 수의 급감을 보여준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04년~2010년 1분기 요양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90곳의 분만실이 사라지고 있으며, 정원의 50~60%만 확보되는 산부인과 전공의도 매년 10~20명이 중도 포기해 2004년 250명이던 산부인과 전문의는 2010년 108명으로 급감했다.

2006년 이후 연 평균 4%씩 기관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올해 1분기에만 18곳의 의원이 추가로 사라져,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 전체 산부인과 의원 수가 1600곳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분만수가로는 박리다매, 즉 다수의 분만을 한곳의 병원이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싼값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공급받기 원하는 경우 소규모 의료기관은 필연적으로 경영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분만시설을 개설하고 적절한 운영을 위해서는 현재 분만수가를 200~300% 이상 대폭 인상해야 기존 소규모 산부인과 분만 의원이 유지되고 농어촌취약지역에 분만시설을 유치할 수 있다.

물론 수가인상만이 취약지역 분만시설 유치의 답이 아니다. 마취과, 소아과 등의 연계 의료시설 접근성, 응급의료구제 시스템의 가동성, 필연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무과실 보상제도의 정부차원의 제도적 뒷받침 등 전반적인 의료체계의 보완이 따르지 않는다면 단순 경제 논리로만 설명될 수는 없다.

이런 모든 어려운 난관을 짊어지고 의료윤리에 입각해서 아직도 분만현장을 지키고 있는 소수의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분만수가 몇 %를 따지는 것은 그나마 하던 분만을 집어치우게 만드는 매우 분노스러운 일이다. 다행이 정부에서도 이러한 현실의 심각성을 깨닫고 취약지역 극복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점진적인 변화와 상향 발전을 기대하기에 최소한 50%의 인상안 이나마 산부인과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국민건강을 위해, 저출산이라는 국난극복에 동참하고자 수긍을 하며, 제도적인 출산인프라 구축에 협력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개선책 마련 시급
저출산은 산부인과 의사들 뿐 아니라 국가, 민족의 미래를 위한 필수 극복 과제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와 관련된 문제만이 아니라 육아, 보육, 교육, 청년실업 해결, 사회 경기 전반의 활성화 등 광범위하게 난립한 문제들이 동시에 해결돼야 하며, 가장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국가와 산부인과 의사들이 한다는 점에서 국가는 산부인과 진료를 위한 현실적이고 대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고운맘 카드’ 등의 출산장려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출산 인프라 확보에는 역부족이다. 산부인과 병의원들의 출산기피현상에 대해 의사로서의 소명의식만을 강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최근에는 전공의 지원율도 급감하고 있다. 분만현장에서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던 산부인과 의사들을 다시 분만현장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분만수가 인상 외에도 정당한 치료 후에도 받지 못하는 질강처치료 등 산부인과 기본 진료의 활성화 방안도 모색해야한다. 따라서 그들이 분만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떠난 분만현장이 과연 대한민국이 진정바라는 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