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환자실이 외형과 시스템만 있을 뿐 가동할 인력이 없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진행한 ‘2009년 국내중환자실 현황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성인중환자실에 근무시간의 50% 이상을 할애하는 의사가 있는 곳은 전국 9개 병원뿐인 것은 물론 전담전문의를 두고 있는 중환자실도 전체 1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처음으로 진행된 이번 보고서는 지난 23일 백범기념관에서 개최된 대한중환자의학회 창립 3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곽상현 전남의대 교수(마취통증의학과)가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말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 수련병원 105곳 중 86곳, 220개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중환자실의 구성 및 규모, 근무인력, 기술 수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특정 목적을 가지고 중환자실 실태조사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중환자의학 수련병원 전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는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중환자실이 가장 많은 곳은 50% 이상을 차지한 서울과 경기였다. 병원규모별로는 501~1,000병상을 둔 병원급에 중환자실 71%가 몰려있었고, 500병상 이하 17%, 1001병상 이상이 12% 등이었다.
전담인력과 관련해서는 중환자실 70% 이상이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는 ‘풀타임 의사’를 두고 있었지만 전담전문의를 두고 있는 중환자실은 202곳 중 37개 유니트(17%)에 불과했다. 여기에 소아중환자실을 빼면 이 숫자는 더욱 줄어든다. 무엇보다 근무시간의 50% 이상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병원은 9개 병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곽상현 교수는 “현 중환자실 시설규격 시행규칙에 따르면 ‘신생아중환자실은 전담전문의를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성인 중환자실은 전담전문의를 둘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다”며 “성인중환자실의 전담전문의 규정을 신행아중환자실 수준으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윤석 이사장(사진)은 “병원입장에서는 중환자실 운영을 통해 1개 병상당 연간 8,000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운영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원가보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중환자실은 환자들이 죽기 전에 들리는 곳이 아니고, 살아나가야 하는 곳이라는 점이다”며 “앞으로는 외적성장에 못지않은 전문의 상주 및 질적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마인드 전환과 함께 제도적-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회는 앞으로 2년마다 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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