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의료공급 형평성 고려…불가피 제도 도입해야
최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제도에 도입하려는 경증질환자의 본인부담금 정률제 전환을 둘러싸고 의·약계,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간 찬반양론이 엇갈려 관심을 끌고 있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본인부담조정에 대한 각계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에서 나오는 반응이어서 의약계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27일 건보공단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복지부 박인석 보험급여기획팀장은 현재 시행되는 경증질환자의 정액본인부담제도를 폐기하고, 완전 정률제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박 팀장은 경증질환자가 이용할 의료환경만 늘게 하는 현행 정액본인부담제도의 보장구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증환자의 진료의 폭을 줄게 되는 모순을 개선할 완전 정률제의 필요성을 밝혔다.
이에 경총과 학계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지지한 반면 의사협회와 민주노총은 반대입장을 나타냈고 약계는 찬성입장이지만 완전 정률제 전환엔 이견을 보여 찬반의견이 뚜렷이 드러났다.
의협 미봉책에 불과 반대 / 약사회 부담금만 인상
의사협회 최종욱 보험위원은 26일 공단에 미리 제출한 토론문을 통해 “정부 개선안은 의료접근도가 낮은 취약계층의 희생을 담보로 건강보험 재정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최 보험위원은 또 “비현실적인 진찰료 개선 없이 경증환자의 본인부담만 확대될 경우 진료환자 감소로 개원가의 살림이 더욱 악화되고, 결국 의료계로 파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약사회 신광식 보험이사는 “정부가 제시한 지출구조 합리화 방안의 전체적인 방향과 방법에서 약사회의 입장과 부합하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대해선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광식 보험이사는 이에 “‘나홀로 약국' 비율이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정액구간이 정률제로 전환된다해도 행정비용이 늘어 날 것이며 이보다 정액부담금을 1,500원에서 2,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건강보험 가입자단체를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경영자총연합회는 반대의사를 내놨다.
민노총 경제적 약자만 손해 / 경총 40%까지 인상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은 “경제적 약자에 있는 경증질환환자가 과다하게 의료이용을 억제하는 것 이외 기대할 만한 효과가 없다”며 “경증질환 본인부담 확대조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정부의 완전 정률제로 바꾸는 방안이 저소득층의 의료이용 자체를 막아 절약한 재정을 중산층 이상의 중증질환을 지원해 주는 엉뚱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경총 이호성 경제조사본부장은 “외래 본인부담정액제를 폐지하고, 경증환자의 본인부담률을 평균 외래진료비의 40%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 찬성, 부가적 예방책 뒤따라야
이 본부장은 그러나 “단기치료에만 치중하는 현재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로는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만 야기할 것이어서 부가적으로 포괄수가제 도입 등 종합적인 건강보험 효율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보건의료 학계를 대표해 발표에 나선 경북의대 예방의학교실 감 신 교수는 “정률제 전환이 다른 요인의 변동에 영향이 없는 한 재정안정과 보장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으나 저소득층의 의료접근에 기회를 제한하고, 질병의 조기진단과 치료를 주저하게 해 장기적으로 국민건강증진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본인부담구조 개혁이 본인부담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중증환자의 부담을 완화해 불균형을 바로 잡는다는 점에서 찬성한다”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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