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급성 뇌경색 환자, '병원 도착 지연' 지역 간 격차 크다

정근화 교수와 이응준 공공임상교수 연구팀

한국뇌졸중등록사업 등록된 '9개 지역 61개 병원, 환자 144,014명' 분석

병원 도착 '경미한 뇌졸중·기존 장애·당뇨병·고령·흡연·고혈압' 順‥지연 위험↑

2012~2021년 급성 뇌경색 환자 약 14.4만 명 중 '36.8%'만 적기 이내

지연 시간의 각 지역 격차 '지니계수 0.3 초과'

병원 늦게 도착, '지연된 중앙값 460분‥4.5시간 이내 이송 환자 36.8%'

논문, 국제 학술지 'European Stroke Journal 최근호'에 게재

[보건타임즈] 한국 전역에서 급성 뇌경색 환자의 병원 도착이 지연되는 지역 간 격차가 여전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결과는 국내 대학병원 연구진이 최근 유럽 뇌졸중 저널에 발표한 연구를 인용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전 지역에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급성 뇌경색 환자 약 14.4만 명 중 36.8%만 골든타임(적기 4.5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했으며, 지연 시간의 각 지역 격차는 지니계수가 0.3을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보기)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는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은 완전 평등, 1은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근화 교수(사진 좌)와 이응준 공공임상교수(우)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9개 행정 지역의 전국 61개 병원에서 한국 뇌졸중 환자 관리에 국가 대표성을 띤 한국 뇌졸중 등록사업(KSR, Korean Stroke Registry)에 등록된 급성 뇌경색 또는 일과성허혈발작 환자 144,014명을 대상으로 서둘러 할 이송이 병원에 늦게 도착, 지연된 추세와 각 지역 간의 격차를 평가, 4.5시간을 초과 시와 요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31일 이같이 발표했다.

뇌경색 치료의 핵심은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4.5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송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골든타임 내 제때 병원을 찾는 환자의 비율이 여전히 낮은 데다 지역 간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급성 뇌경색 환자의 병원이송 지연은 증상 발현 시간부터 도착 시간까지의 시간으로 정의됐으며, 4.5시간(270분) 이내 병원에 도착한 환자의 비율이 주요 지표로 사용됐다.

이 결과,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병원에 늦게 도착, 지연된 중앙값은 460분이며 4.5시간 이내 병원에 제때 이송된 환자는 36.8%에 불과했다. (그림 1, 2)

이처럼 병원 도착 지연 시간은 2016년에 429분으로 가장 짧았으나, 이후 소폭 증가, 이대로 수준을 유지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이러한 변화 추세에 통계적 유의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즉, 뇌경색 치료의 핵심인 환자의 빠른 내원과 병원 도착 지연은 지난 10년간 개선되지 않았다.

또 지니계수를 사용, 지역 간의 병원 전 단계 소요 시간의 격차는 ‘지역 간의 불균형’이 0.3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지속해서 유지됐다.

즉 병원 도착 지연 시간에서 상당한 수준의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높은 불평등엔 응급의료 서비스와 자원의 분포, 각 지역의 교통 상황, 의료 인프라 접근성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각 지역의 맞춤형 대책과 자원 배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추가로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한 결과, 병원 도착 지연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벼운 뇌졸중 증상(NIHSS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Stroke Scale, 점수 5점 미만, 1.55배), 기존 신체적 장애(1.44배), 당뇨병(1.38배), 65세 초과 고령(1.23배), 흡연(1.15배), 고혈압(1.12배), 여성(1.09배) 순으로, 이 요인들을 가진 환자들이 골든타임 이내에 병원에 오지 못할 위험성이 높았다. (그림 3)

반면, 과거 뇌졸중 또는 일과성허혈발작/관상동맥질환의 병력이 있다든지, 심방세동 진단 시, 외래진료와 비교, 응급실을 통해 내원했을 때, 지역 내 인구 100,000명당 구급차 수가 많을 땐 4.5 시간 이내 병원에 이송될 가능성이 상승했다.

병원에 4.5시간을 초과해 도착한 환자들은 기능적 독립성(수정 랭킨 척도 0~2)을 갖추고 퇴원할 가능성이 작았다.

즉, 4.5시간 이내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뇌경색 입원 치료 후 퇴원 시에 독립적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경색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만 시행할 수 있는 정맥 내 혈전용해술 치료를 받은 환자의 비율은, 2014년 9.2%에서 2021년 7.8%로 감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환자가 적절한 시간 내 병원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할뿐더러 오히려 악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정근화 교수는 "병원 도착 지연에 지역 간의 격차가 크게 존재한다는 것은 전국 어디에 거주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뇌졸중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뇌졸중 안전망’ 구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이 연구에서 확인한 병원 도착 지연과 관련된 요인을 기반으로, 교육·홍보뿐만 아니라 취약 계층과 각 지역의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정책을 통해 뇌경색 발생 환자들의 병원 방문까지 소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며 "뇌경색 증상이 대수롭지 않을수록 병원 방문까지 소요 시간이 길었다는 것은 환자들의 뇌졸중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낮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국민의 뇌졸중 인지도 높일 방안을 찾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질병관리청과 대한뇌졸중학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 결과를 상세하게 다룬 논문은 'Regional Disparities in Prehospital Delay of Acute Ischemic Stroke:The Korean Stroke Registry'란 주제로 국제 학술지 '유럽 뇌졸중 저널(European Stroke Journal)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