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김종대의 국민건강보험設’ 발간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문제’ 지적

최근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국민건강보험設(사진 겉 표지)’이란 건보의 정신서 겸 철학서가 발간됐다.

오늘(14일) 퇴임하는 김 이사장은 1977년 국민 건강에 의료보험 도입 시 의료보험과장, 1987~1988년 이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할 때 기본 설계를 맡은 주무국장(의료보험국장)으로 ‘건강보험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이 분야에서 첫손에 꼽히는 전문가다.

“올해 초 세상을 등진 송파구 석촌동 세 모녀는 매달 5만 140원을 납부”해야 한 반면, 수억 원의 재산을 가진 자신은 퇴임하면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게 된다는 그의 말을 인용한 기사가 온․오프라인에 실리며 자신의 예를 들어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불합리함을 지적한 것이 뜨거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에 새로 펴낸 ‘김종대의 국민건강보험設’이란 책은 김학준 씨와 공저로 그가 건강보험의 과거와 현재, 건강보험의 기초 이론, 건강보험재정은 물론 보험자 건강보험공단의 책무에 이르기까지 건강보험의 이론과 실제를 폭넓게 다뤘다.

이 책은 김 이사장이 건강보험 현장에서 일하는 일선직원들과 소통할 목적으로 지난 2012년 12월 개설한 블로그 김종대의 건강보험 공부방에 올린 글 160편 가운데 100여 편을 추려내 새로 손본 뒤 나무와숲에서 출간했다.

이 책의 소스가 됐던 개설 블로그엔 23개월 만에 방문자수가 50만 명을 넘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는 게 네티즌들의 전언이다.

이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점을 둔 것은 건강보험의 정신과 철학이었다.
이에 저자는 “건강보험의 실무보다는 정신과 철학을 담으려고 애썼다”고 말한다.

“건강보험의 공식적인 역사보다도 이 제도 이전의 역사를 밝혀둠으로써 애초 의료보험을 도입할 때의 정신을 살피려했으며 보험의 원리를 정확하게 알려 최초로 보험자의 철학을 정립하려 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또 “보험료 부과체계와 진료비 심사·지급 체계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려 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런 점에서 “건강보험의 정신서 이자 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형 77패러다임, 선진 형으로 ‘급전환’

이 책은 크게 네 파트와 ‘공부방의 추억’을 담은 부록으로 꾸며져 있다.
Part Ⅰ건강보험의 과거와 현재에선 1963년 의료보험법 제정부터 의료보험이 본격 실시되기 전 1977년까지 전국에 걸쳐 의료보험조합이 운영된 사례를 통해 현재의 건강보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 개발도상국형 77패러다임에서 선진형으로 하루빨리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추가부담 없이 보장성을 크게 확대하길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저부담-저급여-혼합진료-치료위주’ 시스템으로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이를 통해 현재 근로자에게는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반면 건강보험 ‘무임 승차자’를 양산하고 있는 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바꾸는 동시에 ‘예방․증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며, 급여결정 구조와 진료비 심사․청구․지불 체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대로 하면 건보보험재정을 37조 원 이상 더 조달할 수 있어 5년간 보장성을 80%로 올릴 수 있다는 거다.

보험료 부과 시 ‘같은 집단, 동일 기준’ 지키지 않아 오는 문제 심각

Part Ⅱ 건강보험의 기초 이론에서는 보험자의 개념과 역할 등을 알아보고, 건강보험․기금․조세 비교를 통해 현행 보험료 부과 방식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건강보험이란 ‘보험’으로서 기본적 특성과 ‘사회’보험이라는 공익적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제도라고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보장제도는 각국의 역사적 경험, 지향하는 사회복지 이념에 따라 영국․스웨덴․덴마크처럼 정부가 직접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NHS), 독일․프랑스․일본처럼 다수의 조합을 구성,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방식(SHI), 대만과 한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전국민단일보험’인 국민건강보험 방식(NHI) 등 여러 유형으로 발전해왔다.

문제는 건강보험을 실시하는 모든 나라가 동일 집단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득 자료의 질은 지속적으로 개선돼 이중 일부는 독일․프랑스․벨기에보다 높지만 ‘동일 집단, 동일 기준’원칙을 지키지 않아 오는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새로운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현행 비정상 진료비 심사․청구 체계 ‘문제’ 지적

저자는 이 책의 Part Ⅲ에서 건강보험재정을 크게 수입관리와 지출관리로 나눠 살폈다.

먼저 형평에 어긋난 데다 불공정한 보험료를 부과한 사례를 들어 ‘동일 집단, 동일 기준’마련이 시급함을 요구했다.

저자는 이 책에 퇴직 또는 실직으로 소득이 없거나 줄어든 지역가입자에 부과된 보험료가 오히려 올라가는가 하면, 소득․재산․자동차 등이 비슷해도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라는 이유로 보험료가 5배 이상 차이 나는 등 불합리한 사례들을 정리해 놨다.

이와 함께 보험료와 수가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 의약품 보험급여 등재와 약가 결정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진료비 청구 심사 지급 체계의 이론과 실제 등을 통해 현재의 비정상적 진료비 심사․청구 체계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고 있다.

‘건보의 글로벌화’를 위해선 ‘경험 정리와 시스템 보완’ 다급

Part Ⅳ에선 저자가 현재 ‘보험자’위치에 있는 건강보험공단의 책무에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먼저 건보공단이 19년간의 건강보험 진료 기록을 분석, 흡연과 이로 생긴 질환치료에 들어간 진료비 지출이 연간 1조 7천억 원으로 분석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진료비용을 환수하기 위해 담배 소송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을 주장하면서 외국의 사례와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 독려하고 있다.

흡연 폐해 원인제공자 담배회사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사회정의와 형평성 차원에서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플로리다 주와 캐나다에서처럼 ‘담배 소송법’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공단의 빅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인 130만 명을 19년간 추적, 아시아 최대 규모로 이루어진 흡연의 건강영향과 의료비 부담 분석은 흡연이 개인의 건강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진료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 아주 의미 있는 연구라고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매년 개최되는 공단 국제연수과정에 지난 11년간 53개국에서 476명이 다녀갔을 만큼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가 세계 많은 나라가 배우고 싶어 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제도 수출은 IT․의료산업․고용이 뒤따르는 등 부가가치로 매우 높다”며 더욱이 우리나라는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라는 세계적 브랜드가 하나 더 생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건강보험의 글로벌화’를 위해선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 책 말미에서 “지금 체계적으로 준비해 대응하지 않는다면 제품개발을 게을리 하는 기업처럼 시장에서 곧 외면 받아 밀리게 돼 서둘러 우리의 경험을 정리하는 한편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주 유용한 건강보험 참고서’

김종대 이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지난 50여 년간의 경험을 정리한 이 책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전국민건강보험이 뿌리내린 지 25년이 지나도 건강보험을 참고할 만한 서적이 없어 대학에서 이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건강보험공단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려움이 많았다”며 “건강보험 전반을 정리한 이 건강보험총서가 이들 학생과 직원들은 물론 건강보험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퇴임과 함께 이 책을 남겼다.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누구

저자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누구인가(?)

그는 1971년 행정고시 10회에 합격하면서 공직의 길로 들어섰다.
1977년 의료보험 도입 시 의료보험과장, 1987~1988년 의료보험 전 국민 확대의 기본 설계를 수행한 주무국장(의료보험국장)으로 일했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의료보험을 통합하려할 당시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에 같은 보험료 부과 기준이 마련된 뒤에라야 통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다 직권 면직을 당했다.

201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공직에 복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과 보장성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을 기획, 만들어 정부와 국회에 건의함으로써 비정상적인 보험료 부과체계, 진료비 심사·지급 체계 등을 정상으로 돌리려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져 현재 개선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이러한 건강보험의 산파역을 한 전력 때문에 ‘Mr. 건강보험’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그가 2012년 12월부터 시작한 블로그 김종대의 건강보험 공부방은 23개월 만에 방문자 50만 명을 돌파, 파워블로그가 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대구 계성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대구한의대 대학원에서 명예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선비의 혀가 맵다고 뽑으려 하지 마라, 새판을 짜야 국민이 산다, 의료보장 제3의 길 등이 있다.

공저자 김학준 씨는 누구(?)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12년간 일하면서 ‘보건복지 전문 보좌관’이라는 평을 들어온 인물이다.
국무총리실 TF 조직 ‘저출산대책연석회의’ 팀장을 맡아 행정 경험을 쌓기도 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 보좌관으로 일하며 ‘외부 시각으로 내부 바라보기’의 원칙으로 조직(건보공단)이 자기논리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오며 김종대의 ‘공부방’ 글을 도와 건강보험의 정신과 철학을 세우는 데 일조했다.

그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약학대학원에서 보건사회약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은이 김종대
면 수 368면
판 형 46배판
펴낸곳 나무와숲
펴낸날 2014. 11. 12
값 20,000원
ISBN 978-89-93632-42-2 03330

차 례

책을 펴내며

PART Ⅰ건강보험의 과거와 현재
1장 건강보험의 역사
의료보험 전사 前史, 1963~1977 |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 1981~1987
2장 건강보험의 현재
추가부담 없이 보장성 확대하기 | 한국 보건의료의 현재와 국정 과제, 그리고 건강보험
PARTⅡ 건강보험의 기초 이론
1장 보험자론
보험자
2장 건강보험·기금·조세 비교
건강보험재정과 기금 | 건강보험료와 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