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가 새로운 여행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각자 짐을 챙겨 몇 시까지 호텔 로비로 집합하세요" 등
지시에 따라 움직여본 경험이 있는 여행자라면 가방을 풀었다 싸지 않아도 되고, 아까운 시간을 이동에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크루즈 여행이 얼마나 편안한지 깨닫게 된다.
예전에 비해 월등히 저렴해진 가격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크루즈를 즐기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화려한 파티와 이색적인 문화 체험에 관심이 많은 여행 마니아들이라면 서둘러 크루즈 여행을 떠나보자.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며 아로마 세러피를 받고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일광욕을 즐긴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조깅 트랙을 돌거나 요가 강습으로 시작되는 아침은 평소 생활과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곳이 바다 한가운데, 크루즈에서 맞는 아침이라는 점.
이탈리아 서부에 있는 조용한 항구도시 치비타베키아를 출발해 이탈리아 로마, 나폴리, 베니스, 시실리, 피렌체와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프랑스 칸,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을 12박13일 일정으로 둘러보는 지중해 크루즈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치비타베키아항에서 처음으로 카니발 프리덤호와 대면했다. 총 11만ｔ, 길이 290ｍ, 너비 35ｍ. 브로슈어로 기본사항을 봤을 때는 감이 오지 않았는데 직접 보니 마치 거대한 성 앞에 서 있는 듯하다.
승선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호텔 체크인 수속과 비슷했지만 트렁크 안전검색을 거치며 비로소 크루즈임을 실감했다.
입가에 미소를 띤 승무원 환대를 받으며 들어선 크루즈 안은 한기를 느낄 정도로 냉방 상태가 좋다. 크루즈 승객들은 의무적으로 비상대피훈련에 임해야 하는데 사이렌 소리와 안내방송이 안전교육 시작을 알린다.
'부우웅~~~.'
탑승객 3000여 명과 승무원 1150명을 태운 카니발 프리덤호가 기적을 울리며 치비타베키아항을 미끄러져 나간다. 범상치 않은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배 안은 환호성으로 가득하다. 연인, 가족, 친구끼리 온 사람들, 그리고 싱글 여행자까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여행자들이 축제를 기다리고 있다. 나폴리와 시실리섬 등 기항지 관광을 예약하고 나니 어느덧 저녁시간이 돼 간다.
카니발 크루즈는 대중적 성격의 크루즈라 저녁식사 테이블이 지정돼 있다. 일정 동안 객실 안내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지정된 레스토랑과 테이블 번호, 지정된 시간대에 저녁식사를 하게 된다.
크루즈 여행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 아이콘이 바로 '드레스코드' 문화. 핑크, 오렌지, 레드 등 드레스코드가 정해져 있어 승객들은 그날의 주제별 컬러로 앞다퉈 자신만의 패션을 뽐낸다.
준정장 혹은 점잖은 캐주얼로 정해진 드레스코드에 맞춰 수수한 차림을 하고 만찬장에 가면 놀라기 십상이다. 승선 절차 때 만난 사람들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격식을 차린 패션 스타일로 삼삼오오 무리를 이뤄 담소를 나누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후 2층으로 이뤄진 식당 규모에 다시 한번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카니발 프리덤호에는 이런 규모의 정찬 식당이 두 곳이나 있는데 채소나 과일, 해산물 등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신선하다. 음식에 곁들인 레드와인 한 잔은 지중해 낭만처럼 감미롭다.
수프부터 디저트까지 3~4가지 코스로 이어지는 정찬을 먹으며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음악과 함께 웨이터들이 신나는 댄스를 선보인다.
크루즈 내부 구경도 큰 즐거움이다. 곳곳에 면세 쇼핑점, 빈티지 와인바, 시애틀 커피숍,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 즐비하다. 수많은 바와 라운지에서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온다. 갑판으로 올라가니 짙은 어둠 속에서 뿌려지는 조명이 마치 다른 세계로 한 발자국 디딘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렇게 크루즈에서 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나폴리 항구로 들어갈 때 갑판에서 내려다본 나폴리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베수비우스산 깊은 그림자 속에서 유서 깊은 건축물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기항지 투어가 있는 날은 많은 승객과 함께하는 일정이기에 시간을 엄수하는 센스가 필수. 현지 가이드와 함께 진행하는 투어는 도시마다 관광 명소를 들르고, 틈틈이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저 멀리 달마티안 해안에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중세시대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한 도시 중 한 곳이라는 두브로브니크. 외부의 잦은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장엄한 성곽, 그 안의 미로와 광장이 참 인상 깊다.
일정 중 며칠은 기항지로 이동을 위해 배 안에서만 지낸다. 크루즈 여행을 처음 떠나는 사람들은 이 시간을 자칫 부담으로 느낄 수 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깅할 수 있는 트랙과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스파를 비롯해 영화관, 나이트클럽, 미용실, 오락실, 골프장, 면세점 등 다양한 시설과 매일매일 새롭게 준비하는 다양한 강습, 흥미진진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브로드웨이를 방불케 하는 공연과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카지노, 명품 쇼핑의 즐거움, 그리고 선장이 주최하는 저녁 만찬까지 즐기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해안에 곤돌라가 빽빽이 정박해 있다. 50여 개 다리가 운하에 걸쳐 있는 물의 도시 베니스가 눈앞에 펼쳐진다. 성마로코 광장의 수많은 비둘기와 뛰노는 아이들, 북적북적한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거리 곳곳이 아름다운 관경이다.
보글보글 물줄기가 나오는 자쿠지에 몸을 담그며 마시는 아이스티 한 잔은 꿀맛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책을 읽거나 수영을 하거나, 갑판 조깅코스를 따라 운동하는 이들, 미니 골프코스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들 등 모습도 다양하다.
스페인 최대 관광도시이자 '유럽의 꽃'으로 불리는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자 도시 곳곳에서 천재 건축가 가우디와 피카소, 미로 등 스페인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니스와 더불어 대표적인 프랑스 휴양 도시인 칸은 고운 모래가 깔린 아름다운 해변, 푸른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하얀 요트, 거리 곳곳에 심어져 있는 종려나무가 휴양도시임을 각인시켜 준다.
크루즈 여행은 하이라이트인 칵테일 파티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모두 턱시도와 드레스로 뽐내고 칵테일 파티장으로 입장한다.
화려한 옷차림의 승객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라운지의 라이브 음악과 더욱 엄선된 정찬, 화려한 쇼와 음식인지 구분할 수조차 없는 미드나이트 뷔페로 크루즈에서 열기는 절정에 달한다.
열흘이 넘는 크루즈 일정은 심심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훌쩍 지나간다.
돌멩이 하나조차도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살아 있는 역사' 로마,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나폴리, 카프리섬의 아찔한 체어리프트와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절경은 여행이 끝난 후에도 절대 잊히지 않는 풍경이다.
시실리섬의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꽃보다 아름다웠던 피렌체, 운하를 따라 낭만도 흐르던 베니스, '아드리아해의 보석'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가우디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바르셀로나,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맘껏 누렸던 칸 등 어느 곳 하나 뺄 수 없는 귀중한 여정이다.
많은 사람이 희망하는 '꿈의 여행' 크루즈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여행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더불어 함께 즐길 수 있는 낙원이다.
지중해에 떠 있는 작은 지구. 피부색도 쓰는 말도 모두 다르지만 함께 어울려 즐거움이 넘치는 그곳을 오늘도 꿈꿔 본다.
■크루즈 여행 상품
▶지중해 4개국 카니발 프리덤 크루즈 15일
치비타베키아/로마(이탈리아)/나폴리(이탈리아)/전일 해상/두브로브니크(크로아티아)/베니스(이탈리아)/전일 해상/메시나, 시실리(이탈리아)/전일 해상/바르셀로나(스페인)/칸(프랑스)/피렌체(이탈리아)/치비타베키아, 로마(이탈리아)
출발일 : 7월 24일, 8월 5일 649만원부터
▶정통 지중해 5개국 일주 서미트 크루즈 14일
베니스/두브로브니크/전일 해상/산토리니/아테네, 피레우스/나폴리, 카프리/로마, 치비타베키아/피렌체, 피사, 리보르노/니스, 모나코, 빌프랑슈/전일 해상/바르셀로나
출발일 : 5월 23일(인솔자 동행, 출발 확정), 7월 10일, 8월 27일 749만원부터
※ 문의＝롯데관광 크루즈사업부 (02)2075-3400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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