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행시즌이다. 최근의 여행자들은 볼거리에 집중된 "seeing"의 여행은 지양하고 직접 느끼고 경험하는 "feeling"의 여행을 선호하고 있다. 나는 현지의 문화를 경험하는 가장 좋은 "feeling"의 방법으로 현지만의 특색 있는 "맛 찾기"를 추천한다.
일본에는 몇 대(代)를 이어 가업을 계승해 영업을 하는 오래된 가게들이 참 많다. 이를 가리켜 "시니세"라고 하는데, 일본 전통과자, 차, 스시 등의 일본 전통요리집 중에는 이러한 시니세가 많다.
▣ 100년 전통 타카오 스시 에서 만난 장인정신
일본을 대표하는 스시는 대중화된 만큼 우리의 김치찌개나 냉면처럼 특출난 "맛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만큼 100년 전통의 스시집 "타카오"를 알게 된 건 내게 행운이었다.
"타카오 스시"는 세월의 무게를 짐작하게 하는 목조건물과 간판을 비추는 은은한 황금빛 구식조명, 작은 규모의 식당내부에서부터 묵직한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이 집의 유명 메뉴는 웬만한 사람 얼굴만 한 크기의 초대형 김밥인 "타카오 마키". 상호에서 이름을 딴 "타카오 마키"는 자극적인 첨가물은 일절 없이 오직 신선한 재료와 "손맛"으로 버무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으로 지금 생각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하지만, "타카오 스시"의 최고의 명물은 바로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묵묵히 고유의 맛을 지켜가는 타카오의 주인장이다. 전통을 지키며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초로의 초밥왕을 보니 존경심이 절로 밀려왔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맛을 그리 오래 보지 못할지 모른다. 주인장의 아들이 가업을 잇지 못하게 되면서 가게를 정리하고 있는 탓이다.
▣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인도카레가 있다?
입맛 없고 피곤할 때면 자극적인 맛이 "급 땡기기" 마련이다. 이럴 때면 나는 습관처럼 카레 음식점을 찾곤 한다.
호텔 직원의 추천으로 우연히 가게 된, 신주쿠에 위치한 인도식 카레전문점 "나카무라야"(中村屋)는 이른 시간부터 손님들로 길게 줄지어 서 있을 만큼 이름난 가게다. 돈가스, 고로케와 더불어 일본의 3대 양식으로 손꼽히는 카레는 바로 이곳 나카무라야와 역사를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카무라야는 원래 카레가 아닌 크림빵을 파는 가게로 10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던 시니세였다고 한다. 영국 지배하에 있던 인도에서 한 독립운동가가 일본으로 망명을 했는데, 나카무라야 사장이 그를 숨겨주었고 이것이 인연이 돼 인도식 전통카레 비법을 전수받게 된 것이다.
1930년대부터 카레음식점을 겸하게 되면서 시작된 일본식 인도카레의 맛은 한마디로 "청출어람" 그 자체였다. 인도카레의 단점을 빼고 장점만 승화시킨 모범생다운 맛을 전해주었다.
좀 특이한 메뉴를 시키고 싶어 요구르트 카레와 해물 카레 수프를 골랐는데, 두 메뉴 모두 낯선 음식에 대한 불안감을 한 번에 날려버리기 충분했다. 특히나 내 입맛에 잘 맞았던 요구르트카레는 여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메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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