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국립암센터 '정밀의료' 미래의학 결정짓는 패러다임

이강현 원장 "표적, 면역치료에 환자정보 추가한 맞춤형치료법“
"정밀의료 뒷받침 할 바이오, 헬스 분야 전문가 양성에 전력"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과과정 '석사→박사' 추진

[보건타임즈] "요즘 표적치료, 같은 개념의 면역치료에 임상정보뿐 아니라 개개인의 유전자정보, 생활습관, 환경요소까지 추가로 고려한 정밀의료(개인맞춤형치료)가 미래의료의 패러다임으로 뜨면서 미국을 비롯해 의료선진국이 먼저 선점하려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립암센터 이강현 원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정밀의료는 임상정보에 개인마다 다른 유전자의 특징은 물론 생활습관 환경까지 감안해 적합한 환자에 딱 맞는 약을 골라 적당 양을 적합한 시기에 투여하는 개인 맞춤형치료법"이라며 "앞으로 이를 통해 병을 미리 예측, 예방할 수 있는 미래의 치료방향과 틀을 잡는 추세가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를 위해선 일반인의 건강정보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최소한 10만 명의 임상건강정보를 모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반인들이 정밀의료의 개념을 이해, 참여해줘야 정밀의료의 한 축으로 봐야할 예방을 예측할 수 있다"며 "국립암센터는 이 분야에서 의료선진국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온힘을 쏟아 한국인 암 환자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면서 "이를 전담할 전문가 양성에 한 축을 담당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정밀의료를 통해 약의 치료효과는 높이는 동시에 부작용을 줄일 수 있으며 국민이 부담할 의료비를 줄임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빠르게 증가하는 건보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립암센터는 정밀의료분야에서 추진할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국립암센터는 첫 단계로 여러 기관을 참여시켜 한국인에게서 발병하는 암의 발생률과 중요도(사망률)를 고려, 재발 또는 전이된 진행성 폐암, 위암, 대장암 환자 1만 명의 유전체 정보 분석에 들어간다.
국립암센터는 센터 내에 정밀의료 임상시험운영위원회를 둬 진행성 암을 대상으로 다기관 정밀의료기반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암 정밀의료 데이터센터를 설립, 임상시험 등록 환자의 임상자의 유전정보를 통합 관리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처럼 국립암센터가 '암 정복 위한 정밀의료'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작년부터 순차적으로 국가암데이터센터추진단(암 임상 데이터 수집과 플랫폼 구축), 암정밀의료추진단(대내외 정밀의료 협력 등의 사업 추진)과 정밀의학연구부(정밀의료중점 연구)를 설치, 정밀의료 추진을 위한 내부조직 정비를 마쳤다"면서 "이 조직들을 중심으로 국가전략 프로젝트에서 센터가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복지부와 이 분야 기관들과 공조를 이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립암센터는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확충을 통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밀의료를 뒷받침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현재 국제암대학원대학교는 석사에서 박사인력을 키워낼 전문대학원으로서 위상과 교과과정을 갖추기 위해 심사를 받고 있다.
이 원장은 "박사과정이 마련되면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내에 개설될 '암관리학과(Cancer Control & Population Health)', '암의생명과학과(Cancer Biomedical Science)'를 통해 바이오와 헬스 분야 전문가 양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국립암센터는 정밀의료 준비를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 일본 국립암센터, 분당서울대병원과 협약을 체결하는 등 정밀의료 구현을 위한 대내외 협력 기반을 다져오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나라마다 정밀의료를 주도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암연구소(NCI)와 일본 국립암센터와는 이미 이전부터 세미나 등을 통해 다양한 연구협력과 교류를 계속 해왔다.
최근엔 협약을 계기로 이들 기관과 유전체 정보를 공유,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부통령으로부터 한, 미, 일 3국의 정밀의료 공조를 제안 받아 협력의제를 발굴하는 것을 비롯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여러 기관과 협력도 굳건하게 다지고 있다.
이 원장은 정밀의료 프로젝트 성공의 전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다양한 협력방안을 강구하면서 긴밀하게 공조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립암센터는 한국인 3대 암 폐암, 위암, 대장암의 유전체 분석을 진행 중에 있다.

이에 이 원장은 "정밀의료는 앞으로 단계별 성과목표를 가지고 추진될 예정"이라면서 "향후 5년 동안 진행성 폐암, 위암, 대장암 환자들 약 만 명을 대상으로 국가단위의 다기관, 전향적 관찰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중 치료 가능한 유전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맞춤 항암제 임상을 통해 약제의 효능을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치료 가능 유전변이가 발견되지 않은 환자들은 기존의 암 치료를 받거나 면역 치료제 등의 다른 임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이들 환자의 임상데이터들은 암 정밀의료 데이터센터에 계속 수집된다.

국립암센터는 이들 환자에게서 검증된 임상시험의 결과를 기반으로 삼아 기존 표적치료제의 적응증의 확대, 새로운 표적치료제의 승인, 시판을 촉진할 예정이다.

국립암센터는 계획대로 5년이 지나 향후 정밀의료에 기반을 둔 암 진단과 치료가 표준화돼 확대된다면 3대 전이암의 5년 생존율이 기존에 비해 8.4%에서 14.4%로 6%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후엔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나 건강한 사람들의 질병 예방에 정밀의료 성과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며 정밀의료를 추진하기에 한국의료체계가 나름대로 강점을 갖췄다는 게 국립암센터의 시각이다.

국립암센터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강점으로 전 국민의 건강보험화로 데이터 수집 과 의료비 통제가 용이할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임상 의료기술과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생존율(2009~2013 5년 생존율 69.4%), 다수 대형병원 중심의 암 진료와 의료기관 내 우수한 ICT 인프라로 데이터 수집과 임상수행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것, 국내 제약회사들의 신약 개발과 수출이 활발한데다 신약 개발 기술이 이미 세계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꼽았다.

이 원장은 또 "정밀의료는 바이오 헬스,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각종 첨단기술에 장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정교하면서 표준화된 의료·건강 정보 수집을 위해 유전체 분석기술과 생체생활정보 측정을 위한 IoT, Mobile 디바이스 기술, 수집된 정보를 모을 수 있는 클라우드(Cloud) 기술, 이를 표준화 할 수 있는 표준 기술이 필요하며, 대량의 정보를 다룰 수 있는 빅데이터 기술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국립암센터는 의료현장에선 의사의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과 연구개발분야에서는 신약개발에 필요한 임상시험 기술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런 분야에서 이미 수 년 전부터 연구개발과 제도 정비에 힘써온 선진국과 다방면에서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통해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과 치료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이런 차이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