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 유발률 '100만 명당 1명'

부모 중 한 명 환자일 때 '자녀, 변이 유전자 갖고 태어날 확률 50%'
증상, 유전변이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40~50대에 발병'
증상 '손발 끝 저린감과 통증, 무딘 감, 발에 상처 나도 잘 모르는 등' 여럿
"문제는 어떤 요인이 증상 유발, 또는 막는지 아직 알려진 것 없다"
오지영 교수 "정기 검진 통해 적절 치료 시점에 약 투약하면 증상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보건타임즈]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은 병명에서 알 수 있듯 아밀로이드가 말초신경에 쌓이면서 발생하는 유전질환을 가리킨다.

아밀로이드가 말초신경에 축적, 쌓인 신체 부위가 정상적인 기능을 잃게 되는 질환으로, 손발 감각이 떨어지면서 통증과 저린감이 시작되면서 점차 근육이 위축되며 근력이 떨어지는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

전 세계 추정 가족아밀로이드 신경병의 유병률은 전 세계인구를 상대로 추정해 100만 명당 1명에게서 발병하는 극 희귀 유전질환이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사진)는 "이 유전질환 환자가 1952년 포르투갈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스웨덴과 일본에서 다수의 환자가 발견된 뒤 지금까지 확인되고 있다"며" 이전엔 특정 지역에서 발생률이 높았지만, 질환의 인식이 높아진 데다 진단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거의 전 세계에서 보고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 교수는 "가족아밀로이드 신경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트랜스티레틴이란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의 변이 때문"이라며 "트랜스티레틴은 우리 몸에서 호르몬을 운반하며 간에서 만들어진다"면서 "그런데 이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키면 비정상적인 트랜스티레틴이 생성돼 비정상 단백질이 불안정해져 작은 조각으로 깨지게 되며 깨진 조각들이 엉키면서 나일론 실 같은 아밀로이드를 만들게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족아밀로이드 신경병은 유전적 요인이 있지만, 100% 영향을 받는 건 아니다.

오 교수는 "아밀로이드가 혈관을 타고 말초신경과 여러 장기에 쌓이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환자일 때 자녀가 변이 유전자를 가진 상태에서 태어날 확률은 50%"라면서 "특이하게도 변이 유전자를 보유한 채 태어나도 100% 모두 질환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어떤 요인이 증상을 유발하는지, 또는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즉 유전적 배경은 있으나 100% 유전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유전질환은 단백질 변이가 일어났으나 증상이 없을 수 있는 복잡한 병이어서 일반적인 유전질환과 달리 진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 교수는 "유전질환은 대개 태어날 때부터 혹은 어려서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것에 비해 가족아밀로이드 신경병은 유전변이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40~50대에 시작된다"며 "가족력이 분명하지 않을 땐 환자나 의료진 모두 유전질환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으며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증상만으로 가족아밀로이드 신경병을 진단할 순 없는 게 현실이다.

가족아밀로이드 신경병의 증상은 앞서 오 교수가 공개 해듯이 손발 저림, 기립 어지럼증, 원인 모를 설사나 변비, 체중감소, 양쪽 손목굴증후군 등이 나타난다.
이 중 한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 이것만으로 가족아밀로이드 신경병이라고 의심하기는 이르다.
이유는 "다른 말초 신경질환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손발 끝 저린감과 통증, 무딘 감으로 물건을 손에서 놓치는 현상, 발에 상처가 나도 잘 모르는 증상과 가슴 두근거림, 일어설 때 아찔한 느낌,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증상, 배뇨 곤란, 입 마름, 눈부심 등 여러 원인에 의한 말초 신경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어서 단순히 증상만으로 가족아밀로이드 신경병으로 단정, 진단할 수는 없다면서 정확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부정맥 또는 심장 비 후 같은 심장이상 증상이 함께 있으면 가족아밀로이드 신경병일 가능성이 크며 특히 가족 중 이 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신경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전엔 가족아밀로이드 신경병으로 진단이 됐더라도 치료방법이 없어 가족들은 검사받는 것 자체를 꺼렸지만, 최근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증상이 없더라도 성인이 됐을 때 유전자검사로 변이 유전자를 가졌는지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만약 자신이 보인자(保因者)인 것으로 나타났다면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치지 않도록 정기적인 상담과 진찰이 필요하다.

완치 없는 질병 '지속 치료' 통해 유전인자 억제
치료 약 경구 '빈다켈'과 정맥주사 유전자치료제 '온파트로'

가족아밀로이드 신경병으로 진단받았다면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오 교수는 "약물치료로 진행하며 수술로는 치료할 수 없다"며. "간이식 방법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유전변이일 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대표 약물로는 경구 '빈다켈'이 있다.
이 약은 변이 트랜스티레틴이 깨지지 않게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더는 아밀로이드로 변화되지 않게 도와준다.
과거에는 환자의 비용부담이 큰 치료 약이었지만,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보험적용이 가능해져 환자로선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이외 치료 약으로는 정맥주사 유전자치료제 '온파트로'가 있다.
이 약은 아직 우리나라 식약처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했지만, 온파트로를 3주마다 한 번씩 정맥주사를 놓으면 약제가 간으로 흡수돼 트랜스티레틴 유전자에 붙어 유전자를 잘라내는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오 교수 "이로써 트랜스티레틴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면서 현재 국제 임상시험을 통해 이 방법으로 환자 5명을 치료하고 있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면서 다만 비용이 천문학적인 가격이어서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게 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한번 침착된 아밀로이드가 쉽게 제거되지 않아 영구적으로 점차 진행, 완치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단, 조기에 발견, 약물 치료하면 여러 장기와 신경에 아밀로이드가 침착되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만큼 낙심할 필요는 없다는 게 오 교수의 시각이다.

오 교수는 "극희귀 질환을 앓는 환자는 물론 가족까지 고통을 겪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완치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으로 의사로서 한계를 느끼지만, 치료약제의 건보보험급여가 인정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어려움을 함께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극희귀 질환임에도 불구, 최신 기법을 이용한 치료약제들이 계속해서 개발돼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이미 질환이 진행 중이라도 보행이 가능한 상태라면 치료약물을 시작할 수 있다"며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오 교수는 "무증상의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정기 검진을 통해 적절한 치료 시점에서 약물 투약을 시작하면 증상의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며. "이 질환이 전신 장기에 침범해 힘든 증상들이 너무나 많은 데다 이를 옆이나 주변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은 무력감과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된다는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면서 "환자와 가족들이 외롭지 않도록 곁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지난 2005년 8월부터 건국대병원 신경과에서 진료하고 있다.
그는 질병의 특성상 희귀질환이 많은 신경 근육질환, 자율신경계 질환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신경계 희귀질환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현재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 급성 간헐 포르피린증, 중증근무력증, 다발성경화증과 시신경척수염의 신약 임상연구에 참여 중이라고 전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신경면역학회 총무이사와 대한신경근육질환학회과 대한통증자율신경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