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건보 적용돼 환자, '본인부담률 50%' 감면혜택
[보건타임즈] # 주부 김00(51·여)씨는 최근 건강검진을 하다 유방종괴(혹)가 발견돼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한 결과 유방암 진단을 받아 암 가족력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에 휩싸였다.
앞서 김씨의 이모도 유방암, 과거 김씨의 할머니는 난소암으로 고생하시다 별세했던 과거 때문이다.
이에 김씨는 자매, 자녀들과 함께 병원에 내원, 유전성 암에 대한 유전자 패널검사를 받은 결과, 자신을 비롯해 여동생과 딸에게서 유방암과 난소암의 원인 유전자로 알려진 BRCA1 돌연변이가 검출된 것을 확인하게 됐다.
김씨의 사례에서 제시된 BRCA은 유방암 유전자(BReast CAncer gene)의 약자로서 BRCA1과 BRCA2 두 개의 유전자를 의미한다.
BRCA 유전자 자체는 암이나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유전자로 암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종양억제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종양억제유전자의 DNA가 손상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돌연변이가 나타나게 되면 암을 막아줄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돼 외부 자극에 약해져 암이 발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유방암과 난소암은 후천적으로 발생하지만 약 5~10% 가량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발생한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56~87%, 난소암은 27~4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결과에 따르면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을 땐 70세 이전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약 66~72% 정도다.
난소암은 70세까지 약 16~44%까지 암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의학계에 보고돼 있으며, BRCA2 유전자 변이는 유방암과 난소암 이외에 췌장암, 전립선암, 담낭암, 담도암, 대장암, 위암 등 다양한 암의 위험도를 높인다.
부모 중 한명이라도 BRCA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변이 유전자가 유전될 확률이 50%로 높아 자신이나 가족, 친척(고모, 삼촌, 이모, 조카) 중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진단되거나 BRCA 변이가 발견된 경우 가족이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표준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에 관여하는 유전자들로는 BRCA 유전자 이외에 ATM, BARD1, CDH1, MSH2, NF1 등 수십개의 유전자의 변이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전자 검사가 필수적이다.
이전엔 BRCA 등 유전자의 변이에 대한 검사는 고전적으로 시행하는 염기서열검사가 있었다.
이 방법으로는 수십 개의 유전자 변이 분석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경비가 들어가 최근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을 활용, 30여개 유전자의 변이에 대한 검사를 동시에 한번에 할 수 있게 됐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 검사는 적은 양의 검체로도 염기서열 분석이 가능하며 수십만 개의 반응을 동시에 확인함으로써 유방암, 난소암 등 유전성 암의 발병 가능성을 진단하는 검사다.
이를 통해 질병의 진단, 치료약제 선택, 예후 예측 등에 도움이 되는 수십 개의 유전자 변이 여부를 한꺼번에 분석, 확인하게 돼 개인별 치료 효과를 높이는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에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혜련 교수는 "인간은 30억 개의 염기서열과 약 3~4만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 유전자들이 여러 질병의 진단, 예후,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하나의 질환에 여러 유전자가 관여해 하나의 유전자만으로 질환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 검사는 수십에서 수백 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 가능하며 비교적 정확한 대량의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어 검사활용도가 넓다"면서 "BRCA를 포함한 30여개의 유전자에 대한 유전성암 검사가 가능하며, 의미 있는 유전성암 유전자 변이를 발견, 진단과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돼 발견 변이를 이용한 가족들의 유전검사, 질병 예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의 유전자 검사 대상은 이들 암의 가족력이 있는 유방암 환자나 가족력이 없지만 자신이 40세 이전에 진단됐을 때, 가족력 없이 난소암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경우, 양쪽 유방에 암이 발생했다든지, 남성 유방암 환자, 여러 장기에 암이 발생한 환자 등이다.
이런 환자는 돌연변이를 보유할 확률이 일반적인 유방암과 난소암 환자보다 높다.
NGS 검사를 이용한 BRCA 등 유전성암 유전자 변이 검사는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DNA를 통해 확인한다.
변이된 염기가 있는가를 확인한 뒤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을 땐 6개월 간격으로 전문의로부터 유방검진과 매년 유방촬영, 초음파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는 1년에 2회 정도 산부인과를 찾아가 질초음파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유방암 예방을 위해 타목시펜이나 랄록시펜을 처방받거나 난소암 예방을 위해 피임약을 복용할 수 있다.
NGS 유전자 검사는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를 발견해 선택적으로 억제시키는 암 표적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302명의 유방암 환자 중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표적치료(올라파립, Olaparib)를 시행한 결과, 표준 치료법에 비해 유방암 진행 위험률이 42% 낮다.
이에 김 교수는 실제로 유전자 표적치료가 유방암 진행위험률을 낮춘 대표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2017년 발표된 BRCA 유전자 돌연변이 난소암 환자 564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루카파립(Rucaparib)이라는 PARP억제제로 BRCA 유전자 돌연변이에 표적치료(유지요법)를 시행, 질병악화 가능성을 65% 가량 감소시킨 고무적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PARP(Poly ADP Ribose Polymerase)는 암 발생에 관여하는 폴리중합효소다.
혈액종양내과 김희준 교수(사진)는 "기존에 일반적인 유방암과 난소암의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제를 선택할 때 환자 개별적으로 치료 효과가 있을지 예측할 수 없어서 유사한 암 종에 시험해본 경험대로 처방할 수밖에 없었으나, NGS 기반 맞춤 정밀의료는 기존 치료패러다임을 넘어선 새 치료법으로,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유전자 표적치료를 하게 돼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NGS 검사는 지난해부터 조건부 선별급여(50%)로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50%로 낮아져, 비용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중앙대병원 등 전국 병원 52곳은 보건복지부로부터 NGS 유전자 검사기관으로 승인받아 위암·폐암·대장암·유방암·난소암 등 고형암 10종과 혈액암 6종을 검사받을 수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19: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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