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성장클리닉 봇물…효과는 미지수

최근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네마다 아이들 키를 키워준다는 성장클리닉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이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는 성장클리닉의 현실을 조망해본다.

◆ 너도나도 성장클리닉
얼짱몸짱 신드룸에 이어 키짱 열풍이 불고 있다. 한 병원에서 초중등생 아이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이들의 희망키는 남성 180cm, 여성 165cm이상이었고, 1cm추가 성장에 500만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키가 커야 학교는 물론 사회생활에도 대접받고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몇 년 전만 해도 찾기 힘들던 성장클리닉(이하 클리닉)이 일반 한의원은 물론 정형외과, 소아과 등에 이르기까지 최근 3년 새 눈에 띄게 급증했다. 특히 방학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자녀 키 때문에 클리닉을 찾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 때문에 클리닉을 방문한 한 부모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키가 작아 방학동안 키를 키우기 위해 왔다.”며 “병원에서 효과가 확실하다고 해 약과 함께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부분 아이들을 위해 주위의 클리닉 찾는 것을 필수코스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객관적 검증 미약…100% 효과장담은 무리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이 도입되고, 각종 광고를 통해 마치 클리닉만 다니면 10cm정도는 더 클 수 있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클리닉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녀의 예측키, 영양, 운동요법 등 거의 모든 방법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클리닉에서는 한달 50만원부터 수백 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받으면서 운동요법과 함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며 약을 권유하고, 식단표 등을 만들어 제시하고 있다. 특히 효과를 장담하면서 지속적인 치료를 권유하고 있다.

한 클리닉 원장은 “약물치료와 운동이 키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며 “6개월 내에 아이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꾸준히 치료를 한다면 숨어 있는 10cm를 더 키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뢰성 있는 결과를 얻기 어렵고, 만약 효과가 검증됐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서병규 교수는 “예측키를 가지고 어느 정도 예측하면서 치료하고 또는 도움을 주는 방법은 아직 입증된 것이 없다.”며 보통 클리닉에서 제시하는 방법에 효과는 측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키 성장에 적절한 영양이나 운동이 필요하겠지만 클리닉을 다닌다고 반드시 키가 더 큰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비전문가에 의한 성장주사도 성행
치료비와 효과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비전문가에 의해 성행하고 있는 성장주사. 기본적으로 성장주사는 전문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꼭 필요한 환아에게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클리닉이 붐을 이루고 환아 부모들이 성장주사를 요구하면서 비전문의들에 의한 투여가 많아졌다.

취재결과 클리닉을 한다는 일부 한의원이나 운동치료소 등의 경우 “검사를 한 후 필요하다면 성장주사가 가능하다.”며 내원을 유도했으며, 일부 환자들에게는 투여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양승 교수는 “성장주사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하고, 비전문의가 투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며 “오용되면 당뇨, 혈관, 콩팥 등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 올바른 식습관이 최선…전문가와 상의 후 결정
성장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저체중아, 유전적 저신장, 성장호르몬 결핍아, 만성신질환자 등에 한정돼 있다. 또 일반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100명의 아이 중 3번째 키 작은 아이의 경우 치료대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도 잘못된 것. 이들은 검진대상은 될지 모르지만 치료대상은 아니다.

양승 교수는 “보통 100명 중 3%이내에 속하는 키가 크거나 작은 아이들은 검진대상이고 이들 중 약 10%만이 성장치료대상이다.”고 설명했다. 즉 최근 급속히 번지고 있는 성장장애에 대한 걱정은 과잉반응이고, 일반적인 아이들은 올바른 식습관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양승 교수는 “단백질위주의 식습관과 채소, 고기류 등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칼로리 과잉섭취가 되지 않도록 적당한 운동만 한다면 키 성장은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며 잘못된 치료에 현혹되지 않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