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파된 후 8일간 ‘부상자 치료, 필요한 재난구호사항 조사’
“현지 사정 잘 아는 네트워크와 연계 없인 상황파악 못해 의료지원 불가능”
지난달 25일 7.9의 강진으로 7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네팔엔 타박상을 입었거나 수술이 필요한 골절 등 급성기 외상환자는 줄어드는 대신 내과 질환자, 기저 질환자, 소아 환자와 이재민에게서 피부질환, 설사 등이 급증하고 있다.
이후 지진과 여진 등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해 불면증과 스트레스성 위염 등에 시달리는 신경성 질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강진이 직접 강타한 네팔 카투만두엔 피해현장에서 현지사정을 잘 아는 NGO를 비롯한 네트워크와 연계 또는 도움 없이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정상적인 의료지원 활동이 불가능한데다 당장 필요한 것은 약품, 식량지원이다.
명지병원 긴급의료지원단(단장 응급의학과 김인병 교수/사진 좌측 세번째)은 6일 귀국보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네팔 상황은 급성기환자는 모두 치료가 됐으며 감기, 근육통 등 내과계 질환과 피부질환, 설사, 급성스트레스반응(Acute Stress Reaction)을 앓는 이재민 진료로 넘어간 상황”이라면서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의료인이 아닌 장기적인 의료지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명지병원 의료진 등으로 꾸려진 긴급의료지원단은 지난달 2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네팔 카트만두로 급파돼 이달 4일까지 현지에서 강진으로 부상당한 외상환자 치료와 구호 활동 등을 펼쳤다.
긴급의료지원단에 따르면 이들은 카트만두에 도착한 뒤 곧바로 인근 APF군인병원과 OM Saibaba 기념병원 등지에 마련된 의료캠프로 이동, 옮겨가 6일간 강진으로 부상당한 환자를 치료했으며 지원할 의료현황 파악을 위해 이틀간 현장답사를 마쳤다
김 단장은 “당시 긴급의료지원단은 명지병원이 지난 10년간 네팔의료현대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해온 아시안 포럼이라는 현지 NGO 단체의 도움으로 네팔 복지부와 네팔의사협회가 발급하는 Temporary license(임시면허증)을 받아 피해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의료지원활동에 들어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긴급의료지원단은 6일간 강진으로 타박상, 수술이 필요한 골절, 감염 상처 등을 입은 외상환자, 삶의 터를 잃어 천막생활을 하는 감기, 근육통 등 내과계 질환을 잃고 있는 성인과 소아환자, 급성스트레스반응(Acute Stress Reaction)의 신경계 환자 등 400여 명과 기저 질환에 시달리는 이재민을 진료했다.
게다가 강진으로 삶의 터를 잃어 천막생활을 하는 이재민에게서 피부질환자, 설사 등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었다.
김 단장은 “긴급의료지원단이 진료한 이재민 중엔 난방이 안 되는 천막생활로 감기, 근육통 등을 앓는 내과계 성인질환자와 소아환자들이 대다수였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강진으로 건물 등 각종시설이 붕괴돼 무너지면서 발생한 분진과 바람으로 부서진 건물잔해에서 날리는 흙먼지가 눈에 들어가 이물감이나 통증을 호소하는 안과질환자와 목의 통증을 치료해달라는 환자 수만큼 처방이 많았으며 우기가 시작되면서 피부병과 설사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김 단장의 경험담이다.
이처럼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후 열악한 환경으로 환자가 증가하면서 현지에서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지원도 절실해졌다.
긴급의료지원단이 파악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원이 다급한 의약품은 ▲인공누액, 항생제 안약 ▲기생충 감염을 막을 항 기생충 의약품 ▲감기약 ▲외상환자에게 필요한 진통제(경구, 경피), 항생제, 소독제제(베타딘, 거즈, splint, 밴드) ▲불면증 등 Acute stress reaction에 사용할 항불안제나 수면진정제 ▲피부질환에 쓸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항생제 연고 ▲소아환자에 처방할 물약 형태의 일반의약품(감기, 설사, 항생제, 항기생충의약품 등) ▲소화기계 약(스트레스성 위염, 설사 등), 어지럼증 치료제와 비타민제 ▲기저질환 치료에 투약할 의약품(고혈압, 당뇨 등) 등이다.
긴급의료지원단은 이들 약을 소분할 약포지, 약포장지, 물 약통도 반드시 챙겨 지원해야 할 물품, 황사용 마스크를 환자들이나 이재민, 그리고 자원봉사자와 의료진이 반드시 착용해야 할 필수품으로 꼽았다.
황사용 마스크는 부서진 건물 잔해에서 발생하는 흙먼지가 많이 날려 환자들이나 이재민, 그리고 자원봉사자와 의료진들이 반드시 써야 할 필수품이 되고 있다는 것이 긴급의료지원단의 목격담이다.
김 단장은 “다행스럽게 강진에 현지 병원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아 정상진료를 하는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며, “재난 초기엔 외상 환자가 많아 이들 모두를 수용할 수 없었지만 급성기가 지나 지금은 외상 환자가 감소하는 추세”면서 “이젠 우기가 시작돼 수인성 전염병 등 내과계 질환자가 증가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사용할 의료장비 부족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여성과 어린이 등 취약계층지원도 다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백영미 간호부 팀장은 “네팔에선 여성이 존중받지 못해 산부인과 진료 등 기본적인 의료지원조차 받지 못한다. 상황은 지진으로 더 악화됐다”면서 “이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자보건 부문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의료의 인적 자원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자원봉사자들이 많아 진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긴급의료지원단이 현지상황을 지켜본 평가다.
이와 함께 긴급의료지원단은 향후 네팔에 대한 구호활동의 방향을 제시했다.
긴급의료지원단은 ▲우기로 접어든 시기에 열악한 천막생활을 하는 이재민들의 영양부족, 수면부족, 위생상태 불량 등 지원 ▲세계 10위 안에 드는 최빈국임을 감안, 단기보다 재건을 위해 장기적인 지원 계획 ▲진료를 받을 수 없는 빈민층에 의료지원 대책 수립 ▲모자보건, 소아 등 취약계층에 의료지원 대책 ▲더 이상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차원의 이재민 생활 지원을 서둘러야 현안으로 제안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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