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보호법 둘러싼 ‘찬반양론’ 대립
곧 시행될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을 처벌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을 반기거나 가혹하다는 여론이 엇갈려 관심은 끈다.
이 법은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취업과 의료기관 개설을 10년간 제한토록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은 2012년 8월 2일 이후 성범죄가 확정된 판결 일을 처벌시점으로 잡고 있다.
이를 반기는 쪽은 피해자를 비롯해 여성인권단체와 민간사회단체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혹하다며 반대하는 쪽은 법으로 보호받는 아동청소년이어서 진료에 필요한 상담을 하다가 억울하게 성폭력에 몰려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의료인이나 처벌 적용시기를 8월 2일 이후로 잡은 것에 불만을 나타내는 의사들이다.
이들의 불만은 이렇다.
환자의 아픈 부위를 직접 체크하거나 확인, 점검해야 할 의사로써 우리 사회의 풍토상 성범죄로 몰릴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가령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의 처벌이 가혹해 신체의 변화에 민감한 아동청소년환자의 경우 상담조차 꺼리게 된다는 거다.
게다가 의사를 상대로 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의 처벌이 강화되면서 미성년아이를 미끼로 삼아 성범죄로 몰아넣으려는 성인사기범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다른 불만도 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내의 처벌 적용시기를 2012년 8월 2일 이후로 잡아 불만을 나타내는 케이스다.
2012년 8월 2일 이전에 성범죄를 일으켜 적발돼 죗값을 치렀지만 확정된 판결 일을 처벌시점으로 잡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취업과 의료기관 개설할 권리 10년간 제한을 받게 된 경우다.
이들 중 의사 000씨는 “자신이 저지른 성범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며 피해자에 커다란 상처를 줘 처벌을 달게 받았지만 이후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또다시 10년간 취업이나 의료기관 개설할 길까지 막혀 당황스럽다”면서 “비록 사람으로서 해선 안 될 죄를 졌지만 가혹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 경우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내의 취업·개설제한 처벌기준을 성범죄가 확정되는 판결 일을 기준으로 잡은 제56조 때문에 생긴 사례다.
이 조항엔 의료인의 취업이나 의료기관 개설을 제한되는 처벌시기를 2012년 8월 2일 이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 받아 '형이 확정된 경우'로 정해져 있다.
이처럼 56조의 처분시기를 확정판결일로 삼은 것은 의료인의 취업·의료기관 개설을 제한하는 규정이 행정법에 속해 서법부의 '형벌'이 아닌 '보완규정'이기 때문이라는 게 여성가족부의 설명이다.
의사 000씨의 경우 또다시 처분 받게 된 취업·의료기관의 개설 제한이 형법 소관 규정이었다면 일단 처리된 사건을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원칙(一事不再理原則)에 의거 처벌받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이 규정은 의료인을 처벌하려는 형벌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의료서비스를 받을 청소년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행정처분이라는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다.
일사부재리원칙은 판결로써 확정된 범죄를 다시 처벌할 수 없으며 처벌받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심사하는 것까지 금지하게 하는 개인의 인권옹호와 법적 안정의 유지를 위해 수립된 형사법상 원칙이다.
하지만 취업·개설 제한 규정이 사법처벌보다 훨씬 가혹해 보완규정으로선 도를 넘는다 게 의료계가 바라보는 시각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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