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서울대병원, 뇌전증 치료제 '토피라메이트 최적 혈중농도' 제시

이상건·주건 교수(이설아, 김현철, 장윤혁), 임상약리학과 장인진·유경상 교수와 공동 연구
내원 진료 뇌전증 환자 389명 '토피라메이트 혈중농도-항경련 효과' 연관성 분석
전체 94.4%에게서 경련 증상 '절반 이상' 감소
충분한 항경련 효과 보인 환자 '토피라메이트 평균 혈중농도 4㎎/L'
실조증 예방하기 위해 '6.5㎎/L 이하' 사용
치료 효과 불충분 시 증량보다 '새 항경련제 추가' 권장
논문, 미국신경과학회 'Annals of Clinical and Translational Neurology 최신호'에 게재

[보건타임즈] 뇌전증 치료제 '토피라메이트'가 4㎎/L의 혈중농도만으로 충분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논문보기)이 확인됐다.
이 혈중농도는 세계뇌전증연맹의 권고 농도보다 최대 5분의 1 낮은 수치다.

혈중농도가 6.5㎎/L 이상일 때 부작용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토피라메이트만으로 뇌전증 치료 효과가 불충분하면 약제를 증량하기보다 다른 항경련제를 병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상건(사진 상단 좌)·주건 교수(우, 1저자 이설아 전공의, 김현철 박사과정, 장윤혁 임상강사)와 임상약리학과 장인진(하단 좌)·유경상 교수(우) 공동 연구팀은 2017~2022년 서울대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뇌전증 환자 389명을 대상으로 토피라메이트의 적정 혈중농도를 분석한 결과를 21일 이같이 발표했다.

뇌전증은 원인 없는 발작(경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약 5천만 명, 국내환자는 약 36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편적인 치료법은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토피라메이트는 1996년 FDA 승인된 이래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는 2세대 항경련제다.
고용량을 복용하면 인지기능저하, 어지럼증, 체중감소, 실조증 등 부작용이 생겨 사용 시 뇌전증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세계뇌전증연맹은 뇌전증을 치료할 토피라메이트 혈중농도를 '5~20㎎/L'로 권고한다.
이 권고에 맞춰 사용해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 적정 혈중농도의 연구가 필요했다.

이에 연구팀은 토피라메이트를 처방받은 뇌전증 환자 389명을 대상으로 토피라메이트 혈중농도와 항경련 효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래프)

이 결과, 전체의 94.4%(371명)에게서 경련 증상이 절반이상 감소했다.
이처럼 충분한 항경련 효과를 보인 환자들의 토피라메이트 평균 혈중농도는 4㎎/L였다.

즉 토피라메이트 기존 권고 농도(5~20㎎/L)의 5분의 1 수준인 '4㎎/L'만으로도 충분한 경련 조절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돼 무리한 증량은 불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강조이다.

반면 토피라메이트 혈중농도가 6.5㎎/L 이상일 때 '실조증(ataxia)'의 부작용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실조증은 신체 부위 간 상호작용 장애로 동작이 서투른 데다 정교한 움직임을 할 수 없는 신경학적 증상이다.

추가로 연구팀은 토피라메이트 단일 약제만 처방받아 충분한 항경련 효과를 보인 환자를 ‘무경련군(39명)’과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잔여 경련이 있는 ‘내약성 경련군(13명)’으로 나눠 2023년 4월까지 추적 관찰했다.

분석 결과, 내약성 경련 군에게서 약 7.5년 이내 3개 이상의 항경련제를 처방받는 환자 비율이 54.8%로, 무경련 군 7.7%보다 크게 높았다.
내약성 경련군은 약물 저항성이 큰 난치성 뇌전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혈중농도 4㎎/L로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일 땐 토피라메이트를 증량시키기보다 새로운 뇌전증 약제를 추가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경련을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건 교수(신경과)는 "이 연구를 통해 많은 뇌전증 환자가 사용하는 토피라메이트 약제의 무리한 증량의 불필요함을 확인했다"며 "토피라메이트를 혈중농도 6.5㎎/L 미만으로 사용 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향후 새로운 뇌전증 진료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를 상세하게 다룬 논문은 'Topiramate dosage optimization for effective antiseizure management via population pharmacokinetic modeling'이란 주제로 미국신경과학회 '임상과 중개신경학회지(Annals of Clinical and Translational Neu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