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세브란스, '당뇨병 치료제' 간 염증까지 잡는다

차봉수·이용호·이민영 교수와 한대훈 교수 공동 연구
원내 치료받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29명-질환 없는 환자 15명 '간 조직' 분석
'간세포 노폐물 청소 기능' 높여 염증 완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있는 간서 'SGLT-2과 세포 내에 당 결합 단백질증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유발 쥐 관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와 '같은 단백질 변화' 양상
논문, 국제 학술지 '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 최신 호'에 게재

[보건타임즈] 당뇨병 치료제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논문보기)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수(사진 상단 좌)·이용호(우)·이민영 교수(하단 좌)와 간담췌외과 한대훈 교수(우) 연구팀은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당뇨병 환자에게 처방하는 ‘SGLT-2 억제제’가 간세포 내 포도당 축적량을 줄이며 간염을 완화한다며 28일 이같이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를 상세하게 다룬 논문은 'Increased expression of sodium-glucose cotransporter 2 and O-GlcNAcylation in hepatocytes drives non-alcoholic steatohepatitis'란 주제로 내분비대사 분야 국제 학술지 '메타볼리즘(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 IF 9.8) 최신 호'에 실렸다.

이에 따르면 지방이 간에 축적, 손상돼 염증이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앓으면 10년 안에 간경변이 발생할 확률은 최대 29%다.
여기에 간경변을 동반하면 간암 발병률은 최대 27%로 올라간다.
비알코올성 지방 간 질환의 유병률은 전 세계 인구의 20%에 달할 정도로 흔한 간 질환이지만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치료제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2015년부터 4년간 원내에서 간암, 담낭염 등으로 간 절제술이나 담낭절제술을 받은 환자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이 있는 29명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이 없는 환자 15명의 간 조직을 분석했다.

이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있는 간에서 당을 세포 안으로 운반하는 단백질인 SGLT-2과 세포 내에 당이 결합된 단백질들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팀은 혈당을 떨어뜨리는 당뇨병 치료제 SGLT-2 억제제가 간세포 안으로의 과도한 당 섭취를 줄여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완화할 것으로 가정했다.

이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유발한 쥐를 관찰했다.
이 쥐는 실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앓는 환자와 같은 단백질 변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더해 쥐에게서 스스로 병든 조직과 노폐물을 청소하는 간세포의 자가 포식 기능(autophagy)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간 염증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자가 포식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에 당이 추가 결합해 본래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이후 SGLT-2 억제제를 투여했을 때 쥐 간에서 SGLT-2 단백질 발현량과 당이 결합된 단백질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간세포의 자가 포식 기능(autophagy)이 회복되며 염증 반응이 완화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 양상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증상이 완화되는 과정으로 봤다.

차봉수 교수는 "이 연구는 당뇨병 치료제 SGLT-2 억제제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증상을 완화한다는 의학적 근거와 기전을 제시한 첫 연구로 의미가 있다"며 "최근 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의 증가로 유병률이 함께 상승세를 타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예후를 개선해 간경화와 간암 등으로의 악화를 예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