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완화의료 상담, 임종기 암환자 항생제 투여 확률 '절반가량 ↓'

유신혜 교수, 이대서울병원 김정한 교수와 공동연구
사망 암 환자 1,143명 대상 '완화의료 상담,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사용에 미치는 효과' 조사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투여 비율 '82.2%'
임종기에 항생제 사용 '뚜렷한 근거 없다'
국내외 최초 '완화의료 상담-임종기 항생제 사용 감소' 연관성 연구
유 교수 "암 환자에 항생제 사용, 가족의 치료 목표 등 종합 고려 의료진과 함께 의사결정"
김 교수 "항생제, 환자에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 고려, 투여 결정"
논문, 항균제 분야 국제학술지 '항균화학요법 저널 최근호'에 게재

[보건타임즈] 최근 완화의료 상담을 통해 암 환자의 임종기 항생제 투여 확률을 약 54%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논문보기)가 나왔다.

이 결과는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치료 목표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사진)·이대서울병원 김정한 교수팀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중 사망 암 환자 1,143명을 대상으로 완화의료 상담이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사용에 미치는 효과를 조사한 결과를 14일 이같이 발표했다.

진행기 암 환자는 암 자체 혹은 암 치료로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증 발생 위험이 크며, 실제로 감염증이 발생, 경험적 항생제 처방을 받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임종기 암 환자에게는 이러한 항생제 사용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진행기 암 환자의 상당수가 임종기에 항생제를 투여받는 점에 착안, 완화의료 상담이 임종기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사전에 완화의료 상담을 받은 468명(40.9%)과 받지 않은 675명(59.1%)의 성향점수 가중분석을 통해 두 집단의 특성을 비슷한 수준으로 바로잡은 다음 이를 바탕으로 완화의료 상담과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투여 여부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성향점수 가중분석은 실험군과 대조군의 공변량의 영향력을 반영하는 성향점수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완화의료 상담은 중증 질환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투병하는 과정에서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다학제 팀에 의해 이뤄진다.

먼저 사망한 암 환자 1143명 중 임종 3일 이내 항생제를 투여받은 비율은 약 82.2%(940명)였다.

완화의료 상담군에서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투여 비율은 73.5%로, 비상담군 88.3%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그림 1)
이뿐만 아니라 임종 당일까지 항생제를 투여한 비율도 상담군에서 50.4%, 비상담군에서 67.4%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항생제 종류별 분석 결과에서 그람 음성(gram-negative)균에 대한 광범위 항생제 '카바페넴'의 사용은 ▲ 완화의료 상담 군 22.4% ▲ 비상담군 42.4%, 그람 양성(gram-positive)균에 대한 광범위 항생제인 '글리코펩타이드'의 사용은 ▲ 완화의료 상담군 11.1% ▲ 비상담군 23.3%로, 항생제 사용이 각각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또 이러한 차이는 나이·성별·발열 여부·배양검사 결과 등 다른 요인을 감안, 분석했을 때도 비상담군보다 완화의료 상담 군에서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투여 확률이 54% 더 낮았다.

이 연구 결과는 완화의료 상담이 임종 시기의 암 환자에서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완화의료 상담을 통해 심폐소생술 혹은 인공호흡기 등의 연명의료 시행 감소에 대한 기존 연구는 있으나, 임종기 항생제 사용 감소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 최초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유신혜 교수는 "진행기 암 환자에서 항생제 사용은 의학적 적응증만으론 결정할 수 없기에 환자 가족의 치료 목표·가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진과 함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항생제의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는 데 완화의료 상담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저자 김정한 교수는 "임종기 환자에게 항생제 투여 시 환자를 괴롭게 하는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항생제 투여만으로 감염증 혹은 감염과 유사한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등의 의료 행위처럼 항생제 사용이 환자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를 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를 상세하게 정리한 논문은 'The impact of palliative care consultation on reducing antibiotic overusein hospitalized patientswith terminalcancerat the end oflife: a propensity score-weighting study'란 주제로 항균제 분야 국제학술지 '항균화학요법 저널(Journal of Antimicrobial Chemotherap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