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2007 전국 회원실태 조사보고서 통해 밝혀
지난 30년간 의사면허자 증가율이 늘어나는 인구속도보다 20배가량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면허등록의사수는 196명으로 집계됐다.
1980년부터 현재까지 의사증가율은 321.8%로 인구증가율 16.8%보다 2배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의협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보건복지가족부에 면허를 등록한 의사수는 95,179명으로 이중 75,476명(면허등록자의 79.3%)이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에 등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도에 비해 3,536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와함께 보건복지가족부에 등록된 전문의 수는 65,081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2,892명이 늘었다.
이중 의협에 신고된 전문의는 54,328명(군진 제외)으로 전년에 비해 3,027명이 증가했다.
이 수는 최근 의협이 발간한 ‘2007 전국 회원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의협 전체 신고한 의사 중 60,100명(79.6%)은 남성이고, 나머지 15,376명(20.4%)여성으로 나타났다.
이중 여성 의사수는 전년 20%대비 0.4%가 증가,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다.
의협 회원 의사는 서울 33.2%, 경기 15.3%, 부산 8.1%, 대구 6.2%, 인천 3.9%, 광주 3.6%, 대전 3.5%, 울산 1.5% 등으로 분석됐다.
취업현황은 개원 35.9%, 병원봉직 28.3%, 의과대학 봉직 1.5%, 전공의 수련 19.6%, 보건(지)소 근무 3%, 기타(행정직, 연구직, 비의료직, 휴직 등) 11.7%로 집계됐다.
연령으로는 29세 이하 11.4%, 30대 34%, 40대 32.1%, 50대 14%, 60대 5.3%, 70대 2.6%, 80세 이상 0.7%로 각각 나타나 3~4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사학위는 군진을 제외한 전체 회원의사의 19.1%, 전체 박사학위 소지자 중 41.3%는 개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원의사 중 일반의는 1,875명으로 전체 개원의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의 중 남자는 82.3%(44,730명)이며, 여자는 17.7%(9,598명)다.
전문의의 비율은 73%로 전년도 72.3%에 비해 0.7% 상승했다.
전문과목으로는 내과 17.3%, 산부인과 9.1%, 외과 8.6%, 소아과 8.1%, 정형외과 7.4%, 가정의학과 6.8%, 마취통증의학과 5%, 이비인후과 4.9%, 안과 4% 순으로 분석됐다.
남자전문의의 구성비율은 외과와 정형외과에서 높게 나타난 반면 소아과, 산부인과, 진단방사선과, 가정의학과에서는 여자 전문의의 구성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군진을 제외한 전문의 회원 54,328명 중 병·의원을 개원한 전문의는 45.7%로 전년에 비해 약간 감소했다.
의료기관 취업도 37.6%로 소폭 즐었다.
전문과목 중 회원의사 수 대비 개원비율이 제일 높은 진료과목은 이비인후과(69.2%), 피부과(65.6%), 안과(61.2%)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전문과목 중 회원의사수가 내과 9,385명, 산부인과 4,949명, 외과 4,659명, 소아과 4,403명, 정형외과 4,031명, 가정의학과 3,674명, 마취통증의학과 2,727명, 이비인후과 2,671명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보고서는 대한민국 의사면허를 소지하고 있고 의협에 회원신고를 마친 의사면허자 75,476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여의사들의 진격
지난달 12일 서울대학교 병원 수술실. 피가 흥건한 간덩어리를 잡은 가냘픈 손이 간암 환자(남·49)의 뱃속에 들어가 다급하게 움직인다.
“타이(tie· 혈관 묶기) 빨리!”, “석션해서(피 빨아들이기) 시야 확보!” 외과의, 마취의, 전공의, 간호사 등 8명의 수술진이 긴장 속에서 생체 간이식 수술을 7시간 만에 마쳤다.
대수술을 지휘하고 마스크를 벗은 집도의는 30대 중반의 여성 외과의사인 이남준(36) 교수였다. 수술을 마친 후 이 교수는 “수술을 할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초긴장 상태에 빠지지만,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외과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병원을 무대로 한 드라마에서 메스를 잡고 수술하는 의사는 늘 남자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머지않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여성 의사 숫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고, 외과처럼 힘들고 어렵다는 진료과목에도 여성 의사가 조금씩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월 30일 서울 순천향대병원에서 7명의 의료진을 이끌며 4시간에 걸친 자궁 적출술을 진행한 김미경(여·38) 교수도 “하루 다섯 번씩 수술대에 서는 날도 있지만 여자라서 체력부담을 느끼는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계도 ‘여성시대’
법조계, 교육계 못지않게 의료계에서도 ‘우먼 파워’가 세지고 있다.
올해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는 모두 3305명. 이 중 여성이 36.1%(1193명)를 차지했다. 지난해(37.1%)보다 약간 줄었지만 2004년(27.7%), 2005년(31.9%)과 비교하면 계속 증가세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의사 중 여성 의사 비율은 19% 수준이며 5명 중 1명꼴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여성 의사시험 합격자 숫자가 계속 늘어나면 멀지 않은 장래에 의사의 절반 이상을 여성이 차지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전망이다.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여성 의사 비율은 40% 안팎이다.
여성들은 이제 ‘칼’을 잡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고려대 안암병원 외과는 100명의 전공의 중 24명이 여성이다.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통했던 신경외과도 대한의사협회에 등록된 여성 전문의가 전국에 10여명 정도다. 하지만 현재 수련 중인 여성 전공의가 20명에 달하는 등 여성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임기정 교수(이비인후과)는 “예전엔 수술실 안에 여자라곤 간호사뿐이었는데 요즘은 남자는 나 혼자인 경우가 많아 ‘아마조네스의 나라’에 들어온 느낌을 받곤 한다”고 말했다.
여성 의사가 더 많은 병원도 등장한다. 서울 청담마리산부인과병원의 경우 9명의 의사 중 여성이 8명. 홍순기(여) 원장은 “유일한 남자 선생님이 여의사들 눈치 보느라 스스로 담배를 끊을 정도”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직에도 여풍이 불고 있다. 아주대 의대 임인경 학장(여·54·생화학교실)은 “기초의학 전공인 여의사가 의대 학장을 한다는 건 과거엔 상상하기 조차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아주대 의대는 전임교원 206명 중 여성이 56명에 이른다.
전공의 숫자에선 남녀 역전 현상이 나타난 병원도 생겼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과의국의 경우 지난해부터 여성 전공의가 절반을 넘어섰다. 재작년 여성 의국장(전공의 대표)이 처음 탄생하더니 작년에는 여성 전공의용 숙소가 따로 생겼다. 김기환(35) 의국장은 “여성 전공의들이 이제 남자 숙소(8인용)랑 여자 숙소(4인용)를 바꿔달라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엄마처럼 친절한 의사’
의료계에선 여성 의사의 증가를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여의사들이 모성(母性)을 지니고 있어서 친절한 의료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양대 의대 이하백 학장은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라는 추세에 의료계도 발을 맞추고 있다”며 “여의사들이 세심할 뿐 아니라 환자와 친밀하게 소통하기 때문에 치료효과도 높다”고 말했다. 여성 외과의가 느는 추세지만 아직은 여성 의사들이 수술을 하지 않는 과목에 편중되는 현상이 남아있다. 국내 여성 전문의 중 58.2%가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에 쏠려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병원에서 2년간 진료했던 성균관대의대 방사익 교수(성형외과)는 “미국에선 강한 정신력과 실력을 자랑하는 여성 외과의가 많다”며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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