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교수팀, 2004년 6월~2020년 11월 진단된 전신경화증 환자 연구분석
하 전임의 "한국 환자 ANCA 양성률과 혈관염 비율 서양인보다 높음 인종 차이 추측"
이 교수 "ANCA 양성인 환자 ANCA 연관 혈관염으로 진행, 비율 2.6% 무시할 수 없다"
"진단 시 전신경화증 환자, ANCA 연관 혈관염 유사 증상 발현 시 적극 검사"
논문, 류마티스학 국제 저널 'CER'에 발표
[보건타임즈]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장기(臟器)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전신경화증 환자의 경우검사를 통해 자가항체인 ANCA(앙카)가 검출되면 추적관찰 동안 ANCA 연관 혈관염 발생 여부도 챙겨야 한다는 국내 첫 연구결과(논문보기)가 나왔다.
전신경화증과 ANCA 연관 혈관염은 둘 다 희귀한 자가면역질환이다.
'전신경화증'은 콜라겐이 과다하게 생성·축적돼 피부 일부분이 비대칭적으로 딱딱하게 변하거나 폐, 심장, 위장관, 신장 등 여러 장기 기능에 장애를 일으킨다.
대표적 합병증으로 폐동맥고혈압과 간질 폐렴, 음식물이 장을 타고 잘 내려가지 않는 위장관 배출지연이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원 교수(사진 左), 하장우 전임의(右) 연구팀은 최근 '국내 단일기관에서 확인한 전신경화증 환자에서 ANCA 양성의 중요성(Significance of 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positivity in patients with systemic sclerosis: a single-centre pilot study in Korea)'이라는 주제로 류마티스학 국제 저널인 'CER(Clinical and Experimental Rheumatology, IF 4.473)'에 이같이 발표했다.
'ANCA 연관 혈관염'은 현미경적다발혈관염, 육아종증다발혈관염(이전 베게너육아종증)과 호산구성육아종증다발혈관염(척-스트라우스 증후군)을 포함하며, 몸 구석구석까지 퍼져있는 모세혈관과 같은 작은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전신질환이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주요 장기에 염증과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침범하는 장기에 따라 고열, 관절통, 근육통, 피부발진 등 가벼운 증상부터 신부전, 객혈,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각한 증상까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게다가 이 질환은 진단이 매우 어려운 데다 까다로워, 치료가 늦어질 수 있으며, 늦게 진단받은 환자의 10~20%는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인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환자의 70~80%는 질병의 활성도가 매우 낮은 '관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최근 호주 연구팀은 전신경화증 환자의 약 8.9%에서 ANCA가 검출됐으며 간질폐렴이나 폐동맥색전증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 사망 빈도와 밀접하게 연관이 돼 ANCA 양성 반응이 예후 예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연구팀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2004년 6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진단된 전신경화증 환자 중 미국과 유럽의 류마티스학회에서 제안한 전신경화증 진단분류기준에 맞으면서 전신경화증 진단 시 ANCA 검사를 받은 환자 가운데 ANCA 거짓 양성을 보일 수 있는 전신질환이나 약 복용 환자를 제외한 총 177명을 상대로 연구를 했다.
이들 환자의 평균 연령은 52세였으며 177명 중 23명이 남성이었다.
ANCA는 이들 중 36명(20.3%)이 양성이었다.
즉 호주 연구팀이 발표한 8.9%보다 높은 수치였다.
이를 통해 한국인 전신경화증 환자 가운데 ANCA 양성률이 백인보다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호주의 연구결과와 달리, 한국인 전신경화증 환자에게선 ANCA 양성이 심각한 합병증이나사망 빈도와 같은 의미 있는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왼쪽 이미지)
반면, 진단 시 ANCA가 검출됐던 전신경화증 환자 36명 중 3명은 추적관찰 동안 폐, 신장, 신경 침범의 증상을 보여 이들 장기의 조직검사를 시행, ANCA 연관 혈관염을 앓고 있음을 찾아냈다.
이 비율은 약 2.6%로, 호주와 영국 연구에서 조사한 0.23~1.6%보다 높아 한국인에서 발병한 전신경화증과 ANCA 연관 혈관염 동반 비율이 서양인보다 높은 것이 확인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하 전임의는 "호주와 영국 등 백인이 아닌 한국인을 대상으로, 전신경화증 환자에서 ANCA 양성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연구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전신경화증 환자에서 ANCA 양성률이 서양보다 더 높다는 것, ANCA 연관 혈관염의 비율이 높은 것은 인종적 차이에 의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를 이끈 이상원 교수는 "한국인 환자에서 전신경화증 진단 시 ANCA가 양성으로 검출된 환자에서 ANCA 연관 혈관염으로 진행된 비율이 2.6%로 무시할 수 없다"며 "폐, 신장, 신경 등 주요 장기에 ANCA 연관 혈관염과 비슷한 증상이 있을 때는 조직검사 등의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ANCA 연관 혈관염의 동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1 11: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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