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교수 "치료에 '발병 부위' 중요‥위치에 따라 증상 달리 나타나기 때문"
"뇌종양 잘 일으키는 유전병 있지만, 자체 유전되지는 않는다"
[보건타임즈] 뇌가 들어있는 머리뼈 속의 공간을 '두개강(頭蓋腔)'이라고 한다.
뇌종양은 이 두개강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종양을 의미한다.
조금 더 넓게 보면 두개강 내에서 발생한 모든 신생물을 뜻한다.
선천적으로 발생한 물혹과 같은 양성 낭종에서 뇌세포에 발생하는 악성 뇌종양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각기 다른 예후를 보인다.
타 장기의 경우 초기에 병변을 포함해 광범위한 절제를 시행했을 때 대부분 예후가 양호하다. 하지만 뇌는 장기의 특성상 광범위 절제가 불가해 가장 중요한 인자 중 하나가 종양의 발생 위치와 크기다.
뇌종양은 뇌의 어느 부위에 발생했는지, 혹은 어떤 성격의 종양인지에 따라 양상이 모두 다르다.
발생 부위가 중요한 이유는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달리 나타나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조경래 교수(사진)는 "우측 전두엽에 주먹만 한 종양이 자라도 별다른 증상이 없기도 하지만 뇌하수체 종양의 경우 바로 위에 시신경이 교차하는 부위로 종양이 자라면 시신경을 압박해 양 바깥쪽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이 발생한다"며 "이처럼 증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종괴의 성격보다 중요한 것은 종양의 위치"라고 밝혔다.
뇌종양이 발생하는 이유는 대부분 종양이 유전자의 기형 변이로 발생한 세포가 체내 면역 시스템에 의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전이성 뇌종양은 폐나 유방 등의 타 장기로부터 암세포가 혈류를 타고 올라와 뇌에서 자라면서 발생한다.
"뇌종양이 유전되냐? 는 질문이 많은데 유전병 중 뇌종양을 잘 일으키는 유전병이 있지만, 뇌종양 자체가 유전되지는 않는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뇌종양의 원인을 한 가지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며 유전자 기형 변이가 원인이라면, 왜 이러한 기형 변이가 발생했는지 명확한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뇌종양은 CT 혹은 MRI에서 두개강 내에 이상 소견이 보이면 진단할 수 있다.
대개 CT에선 종양의 유무 정도만 분별할 수 있으며, MRI에서도 종양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혈류 등을 보는 특수 MRI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뇌종양은 주로 누구에게 발생할까?
조 교수는 "많은 사람이 노화와 뇌종양 발생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곤 하는데, 가능성이 있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종양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든 종양이 그렇듯 나이가 들수록 뇌종양 역시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사례가 많아 나이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지만 영·유아에게서만 발생빈도가 높은 뇌종양이 따로 있기에 꼭 나이에 따라 뇌종양의 가부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며 "소아 뇌종양은 산전 진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발생빈도가 상당히 감소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뇌종양은 우리가 아는 일반 악성 종양, 즉 암과는 다소 다른 점이 많다.
가장 먼저 다른 암과 달리 타 장기로 전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원발성 뇌종양은 중추 신경계 외의 타 장기로의 전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정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암의 전이 경로 중 하나인 림프관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과 뇌혈관 구조가 종양이 침투하기 힘든 특수한 형태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 이유로 언급되고 있다.
이외에 뇌혈관 장벽이라 불리는 특수한 구조물이 뇌종양이 혈관을 타고 전이 되는 것을 막는다고 알려져 있다.
또 종양이 발생하는 부위가 '뇌'이다 보니, 우리가 흔히 아는 1~4기의 병기 구분이 아닌 등급으로 위험도를 분류한다.
꼭 악성 종양이 아니더라도 뇌를 심하게 압박한다면 건강에 큰 해를 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암을 나누는 분류법은 TNM이라고 하는 병기 구분이다.
조 교수는 "TNM 병기 자체가 주변 장기로의 전이, 원발 장기로의 전이를 기준으로 나뉜 등급이기 때문에 앞서 말한 뇌종양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뇌의 경우 꼭 악성 종양(암)이 아니더라도 뇌를 심하게 압박하면 위험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단순히 중증도를 등급으로 나누는 것은 뇌종양에 있어선 중요하지 않다"면서 "뇌종양의 등급이 종양의 병리학적 생태를 나타내고 향후 예후를 추측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환자의 증상 혹은 수술의 난이도를 절대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증상에 따라 '개두술과 비 개두술 방사선 수술' 적용
검사를 통해 뇌종양이 발견됐으면 이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기본적으로는 두개골을 여는 개두술로 종양을 제거하지만, 종양의 위치에 따라 코나 눈을 통해 접근하는 내시경적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크기가 매우 작거나 수술하기에는 위험도가 너무 큰 부위에 있을 땐 혹은 다발성 종양의 경우 수술보다는 방사선 치료를 이용한다.
작은 부위에 집중해 방사선을 조사하는 감마나이프라는 방사선 수술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전이성 종양일 때는 수술 못지않게 방사선 수술의 효과가 좋아 개두 수술 없이 바로 감마나이프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뇌종양이 두려운 종양이긴 하지만 모두가 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안 좋은 결과를 맺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양성 종양에서 큰 후유증 없이 완치할 수 있으며 악성 종양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
다만 전절제가 불가한 경우가 더러 있으며 주요 혈관과 신경을 감싸고 자란다거나, 두개저에 위치해 뇌간을 압박하는 상태일 때는 충분히 제거되지 않은 채 거듭 재발해 수술의 위험도가 증가, 결국 사망할 수 있다.
이러한 종양의 경우 수술과정에서 주요 혈관이 손상되거나 뇌를 견인하는 과정에서 뇌가 손상돼 심각한 후유장해를 가져오기도 하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대개는 수술적 위험도가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섰을 땐 수술을 권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뇌종양이 발생하는 특별한 인자로는 방사선에 대한 노출 정도로 특별히 예방할 방법은 없다. 뇌종양의 경우 크기에 따라 수술의 위험도가 증가해 증상이 있을 때 빠르게 검사를 받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두통이나 어지럼증 등 비특이적 증상이 점차 심해지거나 한쪽 팔다리 감각 혹은 운동 능력이 둔해지는 경우, 말이 잘 안 나오거나 한쪽 귀가 잘 안 들리는 증상이 심해진다면 검사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작년 9월 1일부터 건국대병원에서 뇌종양과 뇌정위기능 수술을 하고 있다.
현재 대한 뇌종양 학회, 두개저 외과 학회, 내시경수술학회, 방사선수술학회와 정위기능학회 등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로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과 내시경 뇌종양 수술 연구를 다수 발표한 바 있다.
국내 학회에서뿐 아니라 국제학회에서도 여러 차례 이 분야의 연구를 발표, 최우수 구연 발표·포스터 발표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1 06: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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